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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를 손보겠다고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최근 전·월세 값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 2주택자 소유주택은 양도세율 50%, 3주택 이상은 60%로 올림으로써 집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생각이다.

 

다주택자란 결국 세놓는 집을 공급하는 임대주택 공급자인데, 이들을 징벌해서는 전·월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들을 한술 더 떠 애국자라고 칭송하더니, 급기야 국토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주택 양도세 문제를 전면적인 과제로 들고 나왔다.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양도세 중과

 

그러나 오해하지 말자. 이미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는 종이호랑이가 된 지 오래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2주택자는 6~35%의 일반 양도세율로, 3주택 이상은 투기지역에 한해 그보다 10%p를 더 받는 방식으로 완화시켜 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2012년까지라는 단서가 있는데, 최근 논의는 이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오해는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기만 하면 무조건 양도세 중과가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소재 주택의 경우는 2주택과 3주택 이상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준시가 3억 원 이상만 다주택자의 범위에 들어간다. 무슨 말인고 하니 지방 소재 주택의 95% 이상은 다주택 양도세 납부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경기부양 차원에서 미분양주택 등에 대해서는 다주택 양도세 예외를 계속해서 남발하는 중이다.

 

이렇게 지방소재 주택 등을 빼준 결과, 다주택자 소유 주택 약 500만 채 중에서 양도세 중과대상은 200만 채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한시적인 양도세 중과 완화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그 세금이 무서워 집을 팔았다는 얘기는 그리 들리지 않는다. 또한 이렇게 무섭다는 세금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 소유 주택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다.

 

게다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양도세 중과는 물론이고 종부세도 면제지만, 신기하게도 이는 전체 개인소유 다주택의 5%도 되지 않는다. 임대사업자 적용혜택이 동일 시도일 경우로 제한되어 있어서 그런 이유도 일부 있지만, 현재의 양도세 중과제도가 무섭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다주택 양도세를 깎아주면 전·월세 값이 내리나?

 

이렇게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지만,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또 그래서 전·월세 값을 낮출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말과 정면으로 모순된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도 언급한 '우리는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얘기와도 모순된다. 양도세는 집값이 올라야 낼 수 있는 세금이다. 따라서 다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며, 그때 이익을 더 많이 보장하겠다'는 신호다.

 

정부가 정말로 건전한 임대사업자를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려면, 집값이 더 오르지 않더라도 적정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양도세 중과제도가 본질이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과연 지금 전·월세금 문제가 공급부족 때문인가를 생각해 보자. 이미 주택의 절대부족이 해소되었다. 작년 말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전국적인 주택보급률은 100%를 이미 넘었고, 서울도 97%이지만 오피스텔 거주를 포함할 경우 역시 100%를 넘어섰다. 인구 천 명당 주택수도 364채로, 미국의 410채에 비해 그리 적지 않은 숫자이다. 그런데 집은 아무리 많아도 집값이 오르면 임대료는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르는 법이다.

 

전 세계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도 집값과 전세금이 시차를 두고 올라왔다. 전세금을 낮추는 근본적인 해법은 집값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주택의 절대부족이 해소된 상태에서 공급으로 전·월세를 낮추겠다는 것은 과거 40년 동안의 공급부족 공포론의 소산이다. 또 아무리 집이 많아도 정책이 잘못되면 집값은 오르기 마련이다. 이번의 전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 형성과 붕괴가 그런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집값 하에서는 틈만 나면 가옥 주들이 그 집값에 맞춰 전월세금을 올리려 하기 마련이다. 집값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전월세 값은 영원히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부추겨 주택공급을 늘리려는 것은 결코 전·월세 값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전월세 공급자에게 다른 혜택을 제공하거나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다.

 

양도세 중과를 없애려면, 세놓는 모든 집을 등록케 하라

 

우리나라에서 1가구 1주택은 9억 원 이하 주택까지는 3년 보유요건만 채우면 양도세가 전액 비과세된다. 각 가정마다 집 한 채는 생활필수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주택 이상에서는 집값 상승의 이익을 사회와 나누라는 게 다주택 중과제도의 취지이다. 외국에서는 중과까지는 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맞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임대소득세를 받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전세제도를 이유로 임대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아온 관행 때문에, 결국 양도소득세를 많이 받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온 것이다. 양도세 중과가 우리나라만 있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라, 임대소득세를 받지 않는 기형적인 한국 사정에 맞춘 나름의 제도인 것이다.

 

하지만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는 그동안 부동산 경기에 따라 춤을 춰왔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진작 차원에서 이를 대폭 깎아줬고, 노무현 정부는 거꾸로 대폭 강화했다. 이명박 정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와는 반대방향으로 갔다. 더구나 실제 다주택 양도세 중과에 해당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를 더 이상 겁내지 않는다. 어차피 버티면 될 세금이라고 보는 식이다.

 

그럼에도 징벌적이고, 또 민간차원의 임대주택 공급에 장애가 된다면 아주 쉽고도 간단한 방법이 있다. 정말 다른 나라들처럼 하면 된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를 일반 양도세로 전환하는 대신 임대소득세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엄연히 주택을 통해 소득을 얻고 있는데도 우리는 전·월세 공급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임대소득세를 외면해 왔다. 만약 급작스런 임대소득세 적용이 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면, 우선 등록이라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것이 이뤄진다면 그 다음 단계가 가능해진다. 임대료 인상상한을 제한할 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펼 수도 있다. 그 기반 위에서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가정에 대한 주택바우처 공급도 가능하다. 이는 급격히 월세로 전환되고 있는 서민주택시장에 안전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대주택 공급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싶다면, 임대소득세를 일정기간 유예하거나 집수리 자금도 지원할 수 있다.

 

모두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는다는 선진국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도 그렇게 할 마음이 있으면, 양도세 중과 폐지에 동의하겠다. 그러지 않고 다주택 양도세 중과가 징벌적이라거나 주택공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무작정 폐지하려 한다면, 투기꾼을 위한 정부라 비난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수현 기자는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한국도시연구소장)입니다.


태그:#양도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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