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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여의 산고 끝에 <느림보 여행>이 발간됐다.
 2년 여의 산고 끝에 <느림보 여행>이 발간됐다.
ⓒ 생각을 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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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버리자! 여러 가지 여행 준비물? 버리자!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에 있어 거닐면서 먹을거리와 여행물품을 쉽게 살 수 있다. 오히려 짐은 짐이 될 뿐. 이 짐 저 짐 다 버리고 홀가분하게 떠나보자." - 느림보 여행 16쪽 -

신영철, 그가 자신이 저자인 <느림보 여행>(출판사 생각을 담는 집)을 보내왔다. 전화로 "형 주소 좀 알려 줘."하더니 책을 보낸 것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필명 '느림보'를 넣어 책 제목을 지은 것이다.

신영철 씨를 알게 된 건 3년 전이었다. 어느 지자체가 주관한 '팸 투어'에서였다. 팸 투어는 특성상 빠르게 진행되는데 그는 항상 느릿느릿 느림보였다. 그와 필명이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다고 여겼다.

전주가 고향인 그는 과감하게 공무원 생활을 접고 제주도에 둥지를 틀고 있다. 언젠가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전국을 다녀 봐도 제주도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제주도에 살게 되었어요. 이런 마음 땜에 사람들이 하나 둘 제주도에 들어와 눌러 앉나 봐요." 

이런 그가 부러웠다. 여하튼 신영철 씨는 제주도 사람으로 변신한 후에도 여전히 전국을 '나무늘보'처럼 누비고 다닌다. 그는 나무늘보 되어 전국을 누비는 이유를 서문에서 밝혔다.

"느릴뿐더러 지독한 길치임에도 나는 걷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왜 도보 여행을 좋아하냐 물으신다면 딱히 드릴 답이 없습니다.…온몸으로 부대낄 수 있는 여행, 그것이 답입니다."

그러면서 "'대박'난 제주 올레와 지리산 둘레 길은 뺐다"고 밝혔다. "무수한 여행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는 연유에서였다.

<느림보 여행>의 저자, 느림보 신영철 씨.
 <느림보 여행>의 저자, 느림보 신영철 씨.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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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여행>, 전국의 도보 여행지 소개하다

2년여의 준비 끝에 나온 <느림보 여행>을 살폈다.

첫 번째 느리게 걷기 슬로시티, 깊은 숨으로 걷다 - 전주, 장흥, 하동, 담양, 예산군 대흥면
두 번째 느리게 걷기 바다, 길에도 파랑이 물들다 - 변산반도 마실길, 통영, 여수, 속초, 강릉, 부산 갈맷길
세 번째 느리게 걷기 전통, 아름다운 길을 걷다 - 경주, 안동 하회마을, 인천, 청주
네 번째 느리게 걷기 떠나고 또 다시 떠나다 - 가파도, 신ㆍ시ㆍ모도, 독도와 울릉도, 제주 구좌읍
다섯 번째 느리게 걷기 내륙, 오래된 풍경을 걷다 - 제천 청풍호, 익산, 충주, 화천

여기에 여행코스, 짐 꾸리기, 복장, 식사와 간식, 스트레칭, 길 찾기, 안전보행, 에티켓, 휴대폰 배터리 관리, 귀가, 숙박, 여유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느림보 따라 하기'를 달아 자신만의 여행 비법을 소개했다.

우선, 전국의 걷기 여행지를 슬로시티, 바닷가, 전통, 섬, 내륙 등 5가지 소주제로 나눈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발품 억수로 많이 팔았군, 싶었다. 이 속에는 켜켜이 쌓인 그의 땀이 오롯하게 영글어 있을 게 뻔했다. 

느림의 미학이 모인 전주 한옥마을.
 느림의 미학이 모인 전주 한옥마을.
ⓒ 생각을 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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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따라하기를 넣어 여행의 재미를 더했다.
 느림보 따라하기를 넣어 여행의 재미를 더했다.
ⓒ 생각을 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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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이야기 하듯 정보 전달하는 <느림보 여행>

<느림보 여행>을 읽어 내려갔다. 역사와 전통시장 그리고 삶의 애환, 그곳의 특징과 느낌 등을 외할머니가 손자에게 소곤소곤 이야기 하듯 정보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장흥 사람들에게 장흥 자랑 좀 해달라고 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다.
"무에 볼 것 있는 곳이라고. 볼 거 하나도 없어. 볼라믄 저기 제주도나 서울로 가야제."
그래도 아쉬워 뭐든지 자랑 하나 해 달라 거듭 부탁하면 마지못해 대꾸한다.
"아껴둔 땅이야!" - 느림보 여행 27쪽 -

참, 재밌다. 이런 글을 딱딱한 여행안내 책에서 보다니 아주 특별했다. 걸으면서 삶을 노래한다는 증거다.

"최근에 부산시는 부산의 아름다운 길 21곳을 선정해 '갈맷길'이라 이름 짓고 도보 여행길을 열었다. 길이라고 해서 새로 뚫은 것은 아니다. 그저 있던 길을 생태와 문화, 이야기에 따라 특징별로 묶어낸 것이다." - 느림보 여행 141쪽 -

<느림보 여행>은 부산의 '갈맷길' 등 모르던 정보도 알려주었다. 부산을 알기 위해 직접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200리라면 족히 두 시간은 달려야만 갈 수 있는 곳 아닌가! 다시 고생길의 시작이다. 그러나 멀리 독도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알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목까지 울컥 치올랐다." - 느림보 여행 234쪽 -

신영철, 그는 독도를 보며 들었던 울분을 여행자가 아닌 대한민국의 아들 입장에서 토해내기도 했다. 일본의 어림없는 독도 영유권 주장 파문에 속 터지는 우리네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 독도에 울컥하지 않은 국민이 어디 있을까?

부산 '갈맷길'은 또 뭐야?
 부산 '갈맷길'은 또 뭐야?
ⓒ 생각을 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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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여행> 책을 덮으며 그에게 전화했다.

"너무 잘 읽었다. 단어와 문장 뿐 아니라 사진과 소개도 알차 여름 휴가철에 좋은 여행 길라잡이가 될 것 같다."

그는 "형, 왜 사람을 놀려!"라며 겸손해했다. 어쨌거나 올 여름 가족과 함께 '느림보' 따라 하기에 도전해 볼만하다.

느림보 여행은 이렇듯 쉼을 제공한다.
 느림보 여행은 이렇듯 쉼을 제공한다.
ⓒ 생각을 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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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느림보 여행 - 걸으면 행복한 길 23

신영철 글 사진, 생각을담는집(2011)


태그:#느림보 여행, #느림의 미학,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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