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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청 공무원에게는 특히 쉬운 문제 하나. 청사 정문과 후문, 지하철 인천시청역과 어디가 더 가까울까~요. 정답은 후문이다. 당연히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후문 이용률이 높을 것이다. 아까 그냥 지나쳤던 청사 후문 경비실로 다시 가서 물었다.

 

"송영길 시장이 전임 시장에 비해 후문으로 자주 출근하는 편이냐"고. "월등히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송영길 시장과 아침을 해결했던 인천시청역 인근 김밥집으로 다시 갔다. '계란 프라이'를 서비스로 내놓으셨던 아까 그 아주머니 역시 "자주 오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뭔 소리냐고? 읽어보면 안다.

 

지하철로 출퇴근한다고? 정말? '뻥' 아냐?

 

 

송영길 시장 취임 1주년 인터뷰를 준비하다 밑줄 쫙,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지하철로 출퇴근한단다. 정말? 검증 방법은 간단한 것 같았다. 수행비서가 '밀착 안내'한다면 '뻥', 길을 잘 몰라 머뭇거려도, 개찰구를 통과해 어느 방향을 타야 하나 찡그리고 고민한다면, 역시, 틀림없이 '뻥'이리라.

 

게다가 시정일기, 트위터 등과 함께 '송영길식 소통'을 대표하는 한 대목인 만큼, 그 진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하고 싶었다. 지난 5일 아침 6시 10분, 인천1호선 임학역에 내린 것도 그래서였다. 물론, 송 시장은 취재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인천시 공무원들과 함께 택시를 탔다.

 

택시로 2∼3분 거리. 송 시장의 집은 아파트 밀집지역인 계산동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벽 한편에 냉면전문점, 치킨집, 24시간 영업 배달 등 스티커가 빽빽하다. '아파트 서민'에게야 익숙한 풍경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을 눌렀다. 문이 열렸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양쪽 집 문. 역시 평범했다. 조간신문 4개가 놓여 있지 않았다면, 송 시장 집이 어디인지 감 잡기 어려웠으리라. 초인종을 눌러 집안까지 구경하고 싶었지만, 그거야말로 '오버'이자 실례. 엘리베이터 벽 스티커, 부동산 전화번호를 메모하는 것으로 일단 '철수'했다.

 

헉헉- 송 시장, 왜 이렇게 걸음이 빨라?

 

 

06시 41분, 노타이 차림의 송 시장이 1층 현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매우 간단한 인사, 이어 수행비서로부터 오늘 일정을 받아들고, 그냥 '휙-',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저만큼 앞서간다. 부랴부랴 따라∼ 아니, 금방 따라잡을 줄 알았는데, 이거 만만치 않다. 왜 이렇게 걸음이 '빠른 겨∼'

 

자연스레 첫 질문은 '지하철역까지 얼마나 걸리냐'였다. 윽, 15분이란다. 이어지는 걷기 예찬, "이때 아니면 걸어볼 시간이 없다"면서 송 시장은 "덕분에 얼마 전 딱따구리를 보고 촬영해 트위터에 올릴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걷기 참 좋은 길이었다. 다소 속도를 줄인다면 더욱(ㅋ).

 

지하철역에 가까워지면서 오가는 행인들도 많아졌다. 그만큼 송 시장의 "안녕하세요"와 '악수' 횟수도 늘어났다. 그런데 의외로 '떨떠름한' 표정의 시민들이 많다. 송 시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아침에는 뭐 다 그렇지"였다. 오히려 대화 나누기는 퇴근길이 더 쉽다고 한다.

 

물론 반갑게 인사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송 시장은 "취임 후 관사로 갈 줄 알았는데, 계속 함께 어울려 사니 좋아들 하시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어진 집 이야기, 전세라고 한다. "김두관 지사가 꼴찌, 내가 꼴찌에서 두 번째"라며 웃는다. 지난 3월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거침없는 출근 동선... 여학생 반응은, 딱 '이 아저씨 뭐야'?

 

 

당시 송 시장은 15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두 번째로 적은 2억7525만 원을 신고했다. 현재 송 시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1997년 입주를 시작한 곳으로 126㎡(38평)형"이다. "전세가는 1억6천만 원, 매매가는 2억9천만 원∼3억 원 사이"라고 한다. 나중에 '부동산 스티커'를 통해 확인한 결과다.

 

06시 57분, 임학역에 도착했다. 내심 '트집거리'를 잡으려고 별렀는데, 이런, 계단에서 개찰구까지 '동선'에 거침이 없다. 이런 '실망'을 눈치챘는지, 송 시장은 "훨씬 빨리 가고, 진짜 편리해서 이용하는 것"이란 말로 '매조지'한다. 인천시청역까지 소요시간을 물었더니, 역시 "25분 정도?"라는 비교적 정확한 답이 돌아왔다. (공식 소요 시간은 22분이다) 07시 02분, 마침내 지하철에 승차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송 시장이 택한 첫 대화 상대는 바로 옆자리에서 단어 공부를 하고 있던 여학생. 처음 인사를 건네자, 그 표정은 꼭 이것이었다. 이 아저씨 뭐야? 곧 누구인지 확인한 후 반응이 더 재미있었다. "아∼! 아∼! 어우! 안녕하세요!".

 

"영어는 끈질기게 하라"는 송 시장의 조언이 이어졌고, 두 사람은 즉석에서 '맞팔'을 통해 '트친(트위터 친구)'이 됐다. 이선우(20)씨는 기자에게 "처음에는 이상한 아저씨로 알았다, 신기한 경험"이라며 웃었다. 송 시장의 조언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립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송 시장은 "대단한 회사를 알게 됐다"며 좋아하고

 

송 시장의 두 번째 대화 상대는 '신나라 레코드' 종이가방을 들고 있던 '아저씨'였다. 그런데 이 아저씨, 대뜸 "포미닛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회사원'보다도 앞세우고 싶은 '자기 소개'였나보다. "한류 스타들을 모아 인천에서 대형 콘서트를 열면 어떻겠느냐"는 즉석 제안에, 송 시장은 "숭의 구장이 좋을 것 같다"고 진지하게 답변했다.

 

그 다음은 일찌감치 송 시장과 인사를 나눴지만, 아까 그 여학생에게 '밀렸던' 김원현(39·남)씨. 잠깐 대화를 나누더니 송 시장은 "대단한 회사를 알게 됐다"며 매우 좋아했다. 김씨의 직장은 36년 업력(業力)의 원태다이캐스팅이란 중소기업. 자동차 안전벨트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인데, "세계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송 시장은 이른바 '비전기업' 1000개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의 당선 공약 중 하나로 인천 지역에서 기술력 있는 기업 1000개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송 시장으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는 만남, "그는 언제 한 번 꼭 방문하겠다"고 김씨와 약속했다.

 

김씨는 "아직도 얼떨떨하다, 내 옆에 계시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항상 멀리 있는 분인 줄로만 알았는데, 굉장히 놀랐다"며 웃었다. "동춘역에서 내린다"는 말에 어디쯤 왔나 봤더니 지하철은 '벌써' 부평삼거리역을 지나고 있었다. 송 시장은 어느새 한 청년에게 "대기업만 보지 말고, 알찬 중소기업을" 추천하고 있었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티머니 결제금액은?

 

 

07시 25분, 인천시청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곧바로 출근하지 않고, 조그만 김밥집으로 '샌다'. 지하철 출근길에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김밥 한 줄에 시키지도 않은 '계란 프라이'를 함께 내놓았다. 송 시장은 "서비스"라며 웃었다.

 

07시 45분, 시청 후문을 통과했다. 역시 이제까지 출근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깍듯한 거수 경례, 신경 쓰는 것이 역력해 보이는 목례, 때로는 '90도 인사'까지. 덩달아 인사를 받는 것 같아 민망했다. 정치인이 국회의원보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선호하는 이유가 이런 '왕 대접' 때문이라고 하던데….

 

시장 집무실에 도착해 송 시장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하나마나한 축사는 안 하려고 축사를 보고 읽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기질 자체가 엄숙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란 답으로 대신했다. 이어 "처음 딱 봤을 때 이미지가 딱딱한 편이라 다가오기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은데…"라며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어떤 소회를 느꼈을까. 이런 말을 했다.

 

"나 같은 경우는 뒤가 강했던 것 같아요, 항상. 어떻게 보면 386 총학생회장 출신 중에 현장에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는 아마 내가 유일할 걸요? 정치권으로 많이 들어갈 때도 난 노동 현장에 있었으니까. 국회의원도 한 번 떨어졌었지, 그래도 끈질기게 버티니까, 뒤로 갈수록 강한 것 같아요."

 

그의 말을 들으며, 정치인 송영길의 '뒷심'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숫자가 떠올랐다. 송 시장이 인천시청역 개찰구에 티머니 카드를 댔을 때, '삐'소리와 함께 찍힌 금액 9만200원. '송영길식 소통'의 일단을 보여주기에도 충분한 숫자였다.


태그:#송영길, #인천, #지하철, #티머니,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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