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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재단측이 청소노조 분회장과 전국공공서비스노조 간부 5명을 대상으로 농성중 발생한 비용 2억8천134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낸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익대 재단측이 청소노조 분회장과 전국공공서비스노조 간부 5명을 대상으로 농성중 발생한 비용 2억8천134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낸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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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혹한기에 거리로 내몰렸던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장대비가 쏟아지는 계절,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로 49일 동안 복직투쟁을 벌였던 이들에게 이번엔 학교 측으로부터 3억 원에 가까운 '손해배상 폭탄'이 떨어졌다.

이에 학교와 합의를 통해 일터에 복귀한 청소노동자들을 또 다시 탄압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더구나 학교가 제기한 청구내역 가운데는 임시직 고용에 따른 비용뿐 아니라 비상근무를 선 학교 직원들이 마신 술과 커피 비용까지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참이슬 5병에 떡볶이, 순대... 이걸 왜 청소노동자들에게?

홍익대학교는 지난달 25일 서울서부지법에 이숙희 홍익대 청소노조 분회장과 전국공공서비스노조간부들에게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노조의 투쟁기간 동안 ▲임시 일용직 청소원 임금 8900만 원 ▲임시 일용직 경비원 임금 1억4800만 원 ▲비상근무용 담요 구입 130만 원 ▲순찰보조 근로학생 근로비 7600만 원 ▲학교시설보호 교직원 특별근무 수당 2억4000만 원 ▲비상근무 식대 1100만 원 합계 약 5억 7000만 원 등 총 약 5억60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상근무 시 발생비용 3억 8000여 만을 뺀 1억8000만 원과 학교의 명예를 훼손해 학교에 끼친 손해 1억 원을 합해 총 2억8134만 원을 청구했다.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은 당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하루 식대가 300원'이라고 알려진 것을 지적했다. 대부분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이지만 비상근무 식대에는 직원들이 마신 술과 커피값까지 포함됐다.

학교 측이 소장과 함께 제출한 영수증을 보면, '참이슬 후레쉬 5병 5500원', '맥스 1.6리터 피쳐'  5400원', '떡볶이 2500원', '부산오뎅 2000원', '찹쌀순대 2500원', 맥심모카골드 13000원' 등을 구입한 비용이 청구됐다.

또한 '경비용역 공백에 다른 대체인력 근무용 담요 50장'(110만 원)과 '담요 세탁비'(20만 원), '야간근무자 난방용 손난로 30개'(2만400원)에 대한 비용까지 청소노동자들에게 청구하고 있었다. 학교 측은 투쟁 당시 치러진 입학전형 실기고사와 졸업식, 입학식에 소요된 비용(각종 행사에 투입된 학생 봉사자들의 장학금과 식비)도 청구했다.

김여진 "오히려 홍익대에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다"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지원해온 배우 김여진씨가 7일 오후 서울 홍익대 정문앞에서 열린 청소·경비 노동자 기자회견에서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지원해온 배우 김여진씨가 7일 오후 서울 홍익대 정문앞에서 열린 청소·경비 노동자 기자회견에서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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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공공운수노조와 홍익대 청소노조는 7일 낮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청소노동자 두 번 죽이는 억대 손해배상 청구, 홍익대학교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우비를 갖춰 입고 모인 60여 명의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그런 돈 없다, 차라리 내 몸을 찢어 가져가라", "한 학기 동안 성실히 일한 대가가 이거냐"라며 분노했다.

이들은 우산을 써도 몸이 젖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1시간 여 동안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성미산 주민대책위와 얼마 전까지 철거 반대 투쟁을 벌인 두리반 활동가들까지 각계각층에서 함께했다.

특히, 지난 겨울 투쟁에 '날라리 외부세력'이란 이름으로 동참했던 배우 김여진씨가 직접 현장을 찾았다. 스케줄이 있었는지 평소 집회현장을 찾을 때의 편한 복장이 아닌, 검정 정장 반바지에 살구색 블라우스를 입고 굽 있는 샌들을 신었다. 그가 나타나자 홍대 청소노동자들은 박수로 환영했고 악수로 인사를 나눴다.

그는 집회 연설에서 "만나는 외국친구들에게 우리 청소노동자 어머니들 이야기를 자랑처럼 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시는 분들이라고"라며 "하지만 지금 홍익대가 하는 일은 차마 어디 가서 말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홍익대학교 이사장은 정말 누가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어머니들의 싸움은 정당했으며, 그 싸움이 부당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게 나라의 명예를 훼손하고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다, 오히려 홍익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홍익대 재단측이 청소노조 분회장과 전국공공서비스노조 간부 5명을 대상으로 농성중 발생한 비용 2억8천134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낸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홍익대 재단측이 청소노조 분회장과 전국공공서비스노조 간부 5명을 대상으로 농성중 발생한 비용 2억8천134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낸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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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청소노조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박명석 지부장은 "홍익대는 용역회사가 아닌 우리 노조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자기들은 직접고용관계라 아니라면서 책임을 회피해 놓고선 우리에게 이렇게 한 건 학교가 사용자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며 "학생들을 고액등록금으로 등쳐먹던 대학이 이제 청소노동자들의 피를 빨아가려고 한다"고 소리쳤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노문희(61)씨는 "다시는 이런 자리에 서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사장님은 힘없고 비천한 사람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하셔야겠냐"라고 반문하며 "식대가 하루 300원이라고 한 게 명예훼손이라고 하는데 한 달 쌀값으로 9000원이 나오는 걸 그렇게 말하는 게 무슨 잘못인가"라고 말했다.

노씨는 "우리는 일하고 싶다고 했지 대체 인력을 투입해 달라, ROTC 학생들을 동원해 우리를 감시해달라고 한 적 없다"며 "자기들이 먹고 마신, 술값, 커피값을 청구할 거면 왜 우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먹은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공공운수노조와 홍익대 청소노조는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정문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펼치고 오는 20일에는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태그:#홍익대, #김여진, #청소노동자, #홍대, #날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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