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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 설득 다 했다면서, 어떻게 설득을 했길래 (상황이) 이래요."

 

전재희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오후 전종철 KBS 선임기자를 향해 핀잔을 줬다. 전 기자는 당황한 듯 답변이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KBS 수신료 인상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문방위 회의실을 점거한 뒤에 빚어진 상황이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뷰스앤뉴스> 기자에 따르면, 전 위원장은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뜬 뒤 홀로 남아 있었다. 전 기자가 그에게 인사를 하자 '힐난성 답변'이 돌아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 위원장도 해당발언을 인정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 국회 문방위원장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측에서 민주당도 대충 설득이 다 됐다는 말을 저한테 한 적 있다"며 "그런데 오늘 상황을 보니 (그 말이) 아닌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정부·여당과 KBS 측이 수신료 인상 문제를 놓고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털어놓은 셈이 됐다. 실제 KBS는 이날 문방위 점거 사태에 6대의 카메라를 투입하는 등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앞에도 카메라 설치해... KBS, 균형감각 잃었다"

 

문방위 회의실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KBS 기자들의 질문에도 날이 바짝 서 있었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오늘 점거가 (국회 선진화방안을 합의한) 국회 운영위원회의 6인 소위 결과를 어긴 것 아니냐", "1000원 인상안은 애초 민주당도 합의했던 것 아니냐"며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KBS 기자들의 질문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천정배 의원은 "KBS 기자들의 질문은 안 받겠다"며 "토론을 하려 하지 말고 취재를 하라"고 대응했다. 김영록 의원은 KBS 카메라 기자에게 "우리는 KBS와 싸우려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과 싸우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측의 날선 공방은 몸싸움을 빚어내기도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총을 열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충돌한 민주당 당직자와 KBS 카메라 기자는 서로 멱살을 부여잡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요즘 KBS기자들을 만나면 측은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사장 때문에 저렇게 나서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지도부 중 한 명은 "KBS의 젊은 기자들이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추악했다"며 적잖은 실망감을 토로했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공식적으로 논평까지 내 KBS의 취재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인상을 날치기 처리하기 위해 문방위 전체회의가 소집됐다는 것은 한나라당 지도부조차 인정하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KBS는 문방위장으로 입장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무례하고 무차별적인 취재를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KBS 기자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겁박성 질문을 하고 심지어 원내대표실 출입문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 마치 CCTV를 설치한 것처럼 제1야당 원내대표실을 감시했다"며 "KBS의 이런 취재행태는 언론의 생명인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KBS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언론 권력'이 국민의 대표인 야당 의원들을 협박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KBS 측이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논란은 지난 4월 수신료 인상안 공청회 때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는 "KBS 방송문화위원과 KBS 기자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번 공청회에 수신료 인상 반대쪽 공술인으로 참여해달라고 전화를 받았다"며 "이해당사자인 KBS 직원이 반대쪽 진술인을 섭외했다면 공청회 자체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KBS 기자들이 수신료 인상안 관철이라는 김인규 사장의 숙원사업에 자사이기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해볼 일"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태그:#수신료, #KBS, #민주당,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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