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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교육감 선거 당시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무상급식 논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 추진과 맞물려 다시 한 번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촉발되어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이 두 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통점은 둘 다 '복지'정책이라는 것. 차이점은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이고 반값 등록금은 '선별적 복지'라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국민 전체이냐 아니면 일부냐에 있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무상급식의 경우 진보교육진영에서 주장한 것은 '보편적 복지'였다. 가계소득이 많고 적고에 관계없이 의무교육과정을 받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나라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먹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한나라당 및 오세훈 시장이 주장한 것은 '왜 가계소득이 많은 가정의 학생들까지 나라에서 세금으로 급식을 제공해야 하느냐, 이것은 포퓰리즘이다'면서 소득 하위계층의 학생에게만 선별적으로 급식을 제공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얼핏 듣기엔 전체 학생에게 지원할 급식 비용으로 저소득층 학생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한다면 급식의 질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꽤 타당하게 들린다. 또한 제한된 세원을 가지고 실행하기에도 선별적 무상급식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를 보면 그것에 어떠한 함정이 숨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전체에게 동일한 복지가 제공될 때 부자들 또한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정부에서 급식을 제공한다고 하자. 처음 급식비는 4000원/1식으로 하였는데 좀 더 나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급식비를 5000원/1식으로 올리려고 하였다. 그러면 세금을 늘려야 하는데, 늘어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계층에서 반대를 한다. '4000원짜리 급식도 충분히 훌륭한데, 왜 그것을 5000원으로 올리려 하느냐?'

의료부분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국민 모두가 가입하여 이용하는 건강보험 덕분에 부자든 가난한 자든 모두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영리병원이 생긴다면 고급 의료진들은 고액의 보수를 좇아 영리병원으로 이동할 것이고, 영리병원의 진료비는 일반병원의 진료비보다 훨씬 비싸질 것이다. 그리고 그 병원을 이용할 사람은 한정될 것이며 그런 사람들이 과연 '국민건강보험'에 얼마만큼의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사회구성원 모두가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은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모두가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그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할 때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을까?

<사례 1>
며칠 전 건강한 아이를 제왕절개수술로 출산한 A씨. 비록 남편의 수입은 많은 편이 아니지만, 특별한 걱정이 없다. 출산과 관련한 수술비용 및 입원비용 일체가 건강보험에서 지원되어 개인부담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학교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전부 정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한 식비 등 생활비 외엔 지출할 비용이 많지 않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A씨도 직장을 구할 생각이다. 대학을 나오진 않았지만 정부의 취업지원센터를 이용하면 중소기업의 사무직은 충분히 구할 수 있다. 아이는 사내어린이집에 맡기면 된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300인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보육시설을 운영하게 되었고, 영세사업장의경우 소재지역마다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큰 걱정이 없다. 어린이집에 야간담당선생님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환영한다. 보육시설이 정부부담 70%, 기업부담 30%로 운영되지만 근로자가 마음놓고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례 2>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는 B씨. 그의 연봉은 세전 8000만원 이지만 세금으로 40%를 공제하기 때문에 실제 수입은 한 달에 400만원 가량이다. 자식은 두 명을 두었지만 지출은 많지 않다. 공부를 잘하는 큰아이는 대학에 진학하였지만 등록금이 학기에 200만 원 정도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둘째 아이는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독립하였다. B씨는 주말마다 여가생활과 봉사활동을 즐긴다. 그가 하는 봉사활동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에서 어르신들의 말벗을 해 드리는 것. B씨 또한 곧 정년퇴직을 하면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고 실버타운에 들어갈 생각이다.

<사례 3>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C씨. 그의 회사는 야근이 없다. 쉴 땐 쉬어야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직원들의 만족도와 생산성이 매우 높다. C씨의 회사는 이익이 많이 날수록 투자를 많이 한다. 거래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파트너로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 덕분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중소기업도 여럿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직원들이 앞장서 허리춤을 부여맨다. 얼마 전엔 '세금납부모범기업'및 '자랑스러운기업인'에 선정되어 국세청장 표창과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이런 것은 절대 꿈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금 인상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다. 그리고 세금을 인하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직접세를 내리면 누가 가장 혜택을 볼까. 그리고 간접세를 올리면 누가 가장 피해를 볼까. 전자의 답은 부자이고, 후자의 답은 서민이다. 우리나라 세금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본다면 누가 혜택을 받아 왔는지는 잘 알 수 있다. 법인세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용창출하고 내수활성화 시키라고 법인세를 인하해 줬는데 결과는 어떠한가.

근무조건의 경우만 살펴봐도 답은 뻔하다. 먼저 아래의 차트를 한번살펴보자

연간근로시간
 연간근로시간
ⓒ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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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oogle,2007년 자료>

위 차트는 연간근로시간을 보기 쉽게 도식화한 것이다(2007년 자료).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을 보면 2316시간을 기록,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하였다. 매년 들어오던 말이 'OECD 가입국 중 연간근로시간 1위'다. 2009년 기준 OECD가입국 연간근로시간에서도 우리나라는 2074시간으로 1776시간의 미국, 1733의 일본보다도 큰 차이를 나타내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정반대다.2009년 기준 OECD가입국 근로자 1인당노동생산성(구매력평가지수를 적용한 명목GDP를 전체 취업자수로 나눠 달러로 환산)은 5만 6374달러로 23위를 차지했다. 이는 1위 룩셈부르크(11만 8466달러)와 3위 미국(9만 6473달러)에 비하면 절반 혹은 절반도 안 되는 저조한 결과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그 결과는 더욱 처참하다. 한국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5.1달러로 28위를 기록, 1위 룩셈부르크(73.9달러)의 1/3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나라의 연간근로시간이 터무니없이 많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있는 근로자를 성실하다고 생각하고 제대로 된 야근수당 지급 없이 야근을 강요하는 잘못된 조직문화와 노동력착취가 합작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노동시간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면 어떨까. 위에서 언급한 <사례3>과 같은 근로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근로자 삶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고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여가시간이 늘어남으로 인해 소비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내수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세금을 늘려야 한다. 보편적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늘려야 한다. 의료보험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선 건강보험료를 증가시켜야 하며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선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를 늘려야 한다.

지금 중산층 이하가 내는 소득세로도 이미 충분히 많이 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여기서 조금 더 늘린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보편적 복지들이 실현된다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이를 상회하게 된다. 또한 연 소득 8800만원으로 설정된 소득세 과표 최고구간에 대한 수정 또한 필요하다. 1년에 8800만원 벌거나 10억 벌거나 100억 벌어도 같은 세율로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북유럽의 경우 과표 최고구간에 대한 소득세율은 50%에 달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33%에 불과하다.

또한 법인세 인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법인세 인하뿐만 아니라 저금리/고환율정책을 통해 기업들에 각종 지원을 해주었으나 그 혜택은 누가 보았는가. 특히 고환율정책의 경우 완성품을 수출하는 기업에게나 유리하지, 원자재를 수입하여 국내가공을 통해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에겐 오히려 불리하다. 결국 정부에서 주장한 고용효과나 내수진작과 같은 효과는 전혀 없이 물가만 잔뜩 올라 서민들은 더욱 살기 어렵게 되지 않았는가.

이런 곳들에서의 세금수입이 증대된다면 복지에 필요한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다 같이 세금을 더 내자는 것이기에 소득세 과표 최고구간 수정에 대한 반발도 설득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둘째, 조세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직장근로자의경우 세원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숨길 수가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의 경우엔 아직도 각종 편법 및 위법한 수단을 동원하여 탈세를 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제 생각을 바꿔 금액을 지출할 때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발행을 반드시 해야 한다. (물론, 개인사업자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카드수수료의 조정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사업자간의 거래에서도 반드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지금보다 더욱 강화된 감시체제를 통해 조세투명성을 높여야한다.

셋째, 법과 원칙이 바로서야 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을 어겼을 땐 강력한 법의 집행을 통해 법을 어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많은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나라돈을 눈먼돈으로 생각하는 행태를 척결시켜야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복지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국민의식이 향상되고 국민의 뜻을 모아 실행할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일들은 개인이나 어떤 단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복지제도를 수행할 수 있는 정권이 탄생해야만이 가능하다. 또한 정부가 이러 한 일들을 잘 추진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국민의식도 함께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의 복지국가, 대한민국

이러한 것들은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일 것이다. 다만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상에 가깝지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도록 사회가 강요하고 있을 뿐,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복지국가가 실현된다면, 현재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암울한 것들 중 상당수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생활고를 비관하여 자살하는 비율도 줄어들 것이고, 각종 복지활동의 증가로 인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될 것이다. 중소기업이 경영하기에 좋은 환경도 만들어질 것이고 이 또한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자식은 부모봉양의 짐을 덜게 될 것이고 부모 또한 자식부양의 짐과 노후걱정을 덜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통해 내수경기 또한 활성화 될 것이다. 대학진학률 또한 낮아질 것이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한 생활이 가능한데 누가 지금처럼 대학가기 위해 악착같이 살 것인가. 그렇다면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높아진 청소년자살률 또한 낮아질 것이다. 부자들도 좋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탈세하며 재산을 늘리는 것이 아닌, 정상적인 세금을 내며 부를 누린다면 이들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르는 사업에 몇 십조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 보단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는 것이 국익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단기간에 그치고 마는 일자리 창출보단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닐까.

이러한 것들이 진정 꿈으로만 꿀 수밖에 없는 것일까. 우리가 앞으로 더욱 양극화될 시대에 살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더욱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뤄질 수 없다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고, 꿈을 꾼다면 꿈으로만 끝날 것이지만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복지, #복지국가,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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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연호 기자님의 특강을 듣고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하였습니다 저 또한 각종 사회 현안과 이슈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혼자만의 생각에 그칠 것이 아닌,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또 의견교환을 통해 생각의 영역을 넓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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