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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부산국제철도물류전이 열린 벡스코 전경
 제 5회 부산국제철도물류전이 열린 벡스코 전경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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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 전문전시장에서는 '제5회 부산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이 열렸다. 철도의 Railroad와 물류의 Logistics를 따서 '레일로그 코리아 2011'이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매 홀수년 초여름에 열리는 국내 최대의 철도 전문 전시회이다. 매 짝수년 가을에 열리는 세계 최대 철도박람회인 독일 베를린 이노트랜스(Innotrans) 등과 함께 세계 4대 철도전시회를 지향하는 본 행사에는, 해외 17개국 59개사를 포함하여 총 158개 업체가 682부스를 열고 다양한 제품 전시와 수출 상담을 벌였다.

사실 이번 행사는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지속적인 사고와 운행 장애, 한국형 고속철도라는 'KTX-산천'의 지속적인 고장 등으로 주최자인 코레일은 아예 부스조차 내놓지 않았다. 공동주최자인 부산광역시(부산교통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입구 바로 앞에 대형 부스를 설치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벌인 것과 대조되었다.

부산교통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부스
 부산교통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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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산천을 납품했던 현대로템도 세간의 인식을 고려해서인지, 국내용이 아닌 수출용 철도차량을 전시했을 뿐이었다. 2년 전 지난 행사 때는 국내용인 공항철도 직통차량 실차와 시속 400km급 차세대 고속철도 실물모형을 전시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많은 업체들이 자사의 제품과 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경쟁업체 부스들이 서로 마주보면서 배치된 것이 흥미로웠다.

경량전철 차량 분야에서 철차륜과 고무차륜으로 경쟁하고 있는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은 바로 옆에 부스를 두고 제품과 기술을 전시하고 있었다. 특히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이던 현대로템은 이번 행사에서 유도전동기와 영구자석 동기전동기, 에너지 세이버 시스템 등 부품을 적극 전시하고 있었고, 전통적인 부품 업체이던 우진산전은 부산 4호선 고무차륜 경전철의 성공의 자신감을 얻은 후 차세대 신교통수단인 스마트 모노레일 차량을 전시하는 등 완성차에 한층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우진산전과 현대로템 부스
 우진산전과 현대로템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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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서울지하철을 양분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도 바로 맞은편 부스에서 각각 B2S와 SR-001을 전시하고 있었다. 서울메트로의 B2S란 Ballasted track to Slab track의 약자로 빠르고 저렴하게 자갈궤도를 콘크리트 궤도로 바꾸어주는 신기술이다. 국내 특허는 물론 유럽 특허까지 취득한 기술이라고 한다. 또한 SR-001이란 차량사가 아닌 운영사인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직접 제작한 전동차로서 다양한 신기술을 대거 도입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편의성을 개선한 전동차이다. 이 차량은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하며, 특히 서울지하철을 타보지 못한 부산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외에도 고속철도 분기기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삼표이엔씨와 voestalpine BWG, 철도신호분야의 세계적 업체인 안살도(ANSALDO STS)와 탈레스(THALES) 등 여러 업체들의 경쟁관계는 또 다른 볼거리였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로윈)
안살도와 탈레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로윈) 안살도와 탈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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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전시회였다. 우선 필자가 전시회를 방문한 것은 전시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였는데, 이른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주섬주섬 짐을 싸는 업체들이 많았다. 분명 전시가 17시까지이고, 16시 30분까지 행사장 입장이 가능하며, 입장료로 2000원까지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미리 짐을 싼다는 것은 참관객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전시 종료 1시간 전쯤 되자 큰 업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은 업체들은 짐을 모두 싸버려 부스가 텅 빈 상태였는데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아무리 마지막 날이고 그날이 일반인 대상의 Public Day라고 해도, 각 업체들은 마지막 참관객 1명까지 성심성의껏 전시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 적었다. 비록 바이어를 주된 대상으로 하고 수출 상담이 중요시되는 행사라고는 하지만, 이 행사는 기본적으로 '쇼'이다. 자동차 모터쇼 같은 '철도 모터쇼' 인 것이다. 따라서 보다 많은 철도차량이 전시될 필요가 있고 철도에 대한 부수행사가 많이 열려야 한다.

사실 행사장에서 가장 인기 있던 곳은 현대로템과 샬롬엔지니어링의 철도운전 시뮬레이터 체험관이었다. 아무나 해볼 수 없는 철도운전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철도는 기본적으로 일반인들과 좀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통해서 거리감을 줄여주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당장 이번에 부산에서 개통을 앞두고 있는 부산김해경전철의 시승행사가 열리지 않은 것도 아쉬운 일이었고, 일반인들이 흥미 있게 접할 수 있는 철도모형 등의 참여도 적었다.

전시회에서 가장 인기있던 프로그램인 철도운전체험
(현대로템, 샬롬엔지니어링)
 전시회에서 가장 인기있던 프로그램인 철도운전체험 (현대로템, 샬롬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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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철도 취업 박람회나 철도 직업체험, 철도관련 대학 소개 등이 함께 진행되었다면 구직자나 학생층의 폭넓은 참여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철도물류전의 개최는 철도 수출상담에만 매몰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철도문화 창달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크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후반 우리나라가 도로 건설에만 몰두하고 있던 사이, 선진 외국들은 꾸준히 철도망을 늘려왔으며 이는 현재 그 나라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철도의 가치를 깨달은 여러 나라들은 맹렬하게 철도 투자를 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철도 투자는 놀라운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2004년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간선철도 개량, 광역철도 신설, 경량전철 개통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서 한국철도의 미래는 무척 밝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부산국제철도물류전이 우리나라 철도산업계와 일반국민들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세계적 철도전시회로 발전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철도애호인,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frdb.wo.to) 운영자입니다



태그:#부산철도물류전, #철도, #물류, #벡스코,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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