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기 앞서 활짝 웃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기 앞서 활짝 웃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오마이뉴스>는 최근 한 달 동안 내부 혁신기간을 가졌다. 여러 가지 혁신 목표가 있었지만, 영업비밀(?) 사항을 빼면, 생생한 현장기사를 빠르고 짧게 쓰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모바일을 통한 유입 독자들이 아직은 총방문자의 10%가 안 되는 수준이지만,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설령 기자들이 의미 있는 기사를 쓰더라도, 기사가 재미없이 길면 모바일 독자들은 진저리를 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도 최고위원회의 운용방식을 오늘(20일)부터 '혁신'하기로 해 관심을 끈다. 최고위원 1인당 모두발언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한 것이다.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위한 '배려'다. 민주당이 지난해 10·3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한 이후, 민주당 출입기자들이 최고위원회의 취재에 '진저리'를 쳐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일상적인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통상 '모두발언'과 '비공개 회의'로 이뤄진다. 그런데 기자들에게 공개되는 모두발언은 엄격히 '서열 순'으로 진행된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지만, 최고위원회의 발언 순서는 언제나 '성적 순'이다.

즉, 민주당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톱2'(당대표와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면, 그 다음부턴 '서열(전당대회 득표) 순'이다. 즉, 손학규 대표최고위원, 김진표 원내대표, 정동영, 정세균, 이인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 순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발언은 서열(득표) 순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 다음에 김영춘 지명직 최고위원에 이어 당무현안과 관련된 사무총장의 발언 순서까지 돌아야 손학규 대표의 마무리 발언으로 모두발언이 끝나게 된다. 사무총장을 제외한 9명의 최고위원이 1인당 6분씩만 발언해도 1시간이요, 10분씩 발언하면 1시간30분이다. 그러니 출입기자들이 기자 출신 이낙연 의원이 사무총장이던 시절에 '진저리'를 치며 "선배, 제발 모두발언이 1시간은 넘지 않게 해달라"고 하소연할 만도 하다.

이낙연 전 사무총장은 기자들의 이런 민원을 최고위원 회의에 보고했고, 최고위원들은 자율적으로 '3분 룰'을 지키기로 했다. 그런데 룰이 지켜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A 최고가 길게 발언하면 B 최고가 짧게 하면 좋으련만, 오히려 이에 질세라 더 길고 세게 발언하는 것이 상례다. 하나같이 '큰 꿈'을 꾸는 정치인들인지라 짧게 해달라고 통사정을 해도 언론에 공식적으로 노출되는 이 짧은 시간만큼은 좀처럼 양보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최고위원 1인당 '3분 발언 룰'을 강제하기로 한 것이다.

최고의원회의가 열린 20일 오전. '최고위원 1인당 3분 발언 룰'을 처음으로 강제하기로 한 탓인지 이날은 '3분 룰'을 어긴 최고위원이 아무도 없었다. 이를 의식한 듯, '미스터 스마일'로 통하는 정세균 최고위원은 만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 국민께서 석 삼(三)자를 좋아하는데 어제 30도가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 축구를 우리가 3득점으로 승리를 했고, 박태환 선수가 3관왕이 되고, 골프에서는 양용은 선수가 3위를 차지해서 '3'자와 관계가 많았는데 오늘부터 손학규 대표가 제안하신 대로 '3분 발언'을 통해 우리당에 출입하는 언론인들을 즐겁게 해줄 3자(字) 시대 열리고 있다."

그렇고 보니 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최고위원의 지난 전대 득표 서열이 3위다. 정 최고의 말대로 "우리 국민께서 석 삼자를 좋아하는데" 정 최고는 '3'자를 좋아할 이유가 더 많은 셈이다. 하기는 어떤 역경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결국은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정치가 아니던가.


태그:#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