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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가는 길에 만난 통일기원비

'통일로 가는 길' 표지석
 '통일로 가는 길' 표지석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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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무진 포구에서 두무진 기암절벽을 보려면 해안을 끼고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두무진 포구는 용기포구와 함께 방파제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천연의 항구다. 그러나 주변에 농토가 전혀 없어 이곳 사람들은 오로지 고기잡이로만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포구에는 횟집이 즐비하다. 두무진 기암을 보고 우리는 이곳 포구에서 회 정식으로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모래와 자갈해안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는 지점에 이르니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석이 하나 서 있다. 여기서 잠시 포구를 되돌아보고 산길로 접어들면 참호 옆으로 잘 나 있는 길을 볼 수 있다. 참호에는 군인 둘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니 1992년에 세운 통일기원비가 있다. 영광된 통일조국을 염원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탑을 세웠다고 적혀 있다.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들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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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는 '통일비룡(統一飛龍)'이라 쓰고 승천하는 용을 조각해 넣었다. 이곳을 지나 산등성이를 넘자 안개 속에 기암절벽이 드러난다. 바위 사이로는 해당화도 보이고 보금자리를 튼 가마우지도 보인다. 바위 사이에 식물이 자란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바다 쪽에는 계단을 타고 절벽을 내려가 두무진 기암들을 올려다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깎아지른 바위가 있어 서해의 금강이 되었다

형제바위
 형제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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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두무진은 명승 제8호다. 병풍처럼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이 아름다워 1997년 12월 30일 명승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우뚝하게 솟아오른 절벽이 금강산의 총석정을 닮아 서해의 금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선대암과 형제바위가 유명하다. 선대암은 대여섯 개의 바위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선계의 누대처럼 보여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그리고 바다 위에 두 개의 바위가 나란히 서 있는데 그것이 형제바위다.

두무진의 스카이라인을 결정짓는 것은 역시 선대암이다. 우뚝 솟은 바위를 따라 가로줄이 켜켜이 나 있으며, 윗부분은 상대적으로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 마치 선계에 대한 기도와 염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형제바위는 석기시대 주먹도끼처럼 조금은 날카로운 형상이다. 두 개의 바위가 가까이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다.

선대암
 선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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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무진이라는 이름은 바위의 모양이 장군머리와 같은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다. 왜냐하면 지명의 한자는 대개 후대에 붙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조선 광해군 때 이대기(李大期)가『백령지(白翎誌)』에서 선대암을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했다는데, 현장에서 보니 과장이 좀 심한 것 같다. 그리고 또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 책과 원문을 확인할 수도 없다.

그것은 이대기의 『백령지』가 개인 문집 또는 가승으로 전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온(鄭蘊)의 『동계집(桐溪集)』에, 1621년 정온이 '백령지 후서'를 지어 이임중(李任重)에게 보냈다는 기록은 나타난다. 정온은 남인 계열의 정치가로 경상도 관찰사, 대사헌 등을 지낸 사람이다. 『동계집』에 나오는 이임중이 바로 이대기며, 백령도로 유배를 가서 『백령지』를 지은 것으로 되어 있다.

내려가 보는 경치는 또 다르네

선대암과 실루엣
 선대암과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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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두무진 절경을 위에서 내려다본 다음 우리는 계단을 따라 바다 쪽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계단이 비교적 잘 만들어져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다. 바닷가로 내려가니 마침 썰물 때여서 바위들이 많이 드러나 보인다. 위에서 볼 때보다 선대암이 훨씬 더 웅장해 보인다. 오늘은 파도가 없어서 물에 비친 선대암의 실루엣도 볼 수가 있다. 역시 대상은 그림자가 있을 때 더 신비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바닷가에서 이들 기암괴석을 보기가 편한 것은 바닥이 평평한 너럭바위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다른 장소와 다른 각도에서 바위들을 바라본다. 마침 해가 서쪽 하늘 25도 각도에 걸려있어 바위에 햇빛이 잘 비쳐든다. 한 여름의 은은한 빛을 받은 바위들이 더욱 환상적으로 보인다. 또 산 쪽의 바위들은 풍화를 거쳐 흙으로 변해서인지, 식물들이 그 위에 파랗게 분포해 있다. 해국(海菊), 갯방풍, 땅채송화, 갯질경이, 범부채 등이 자생한다고 하는데 확인하기는 어렵다.

바위에 새겨진 물결무늬
 바위에 새겨진 물결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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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바위에서는 또 물결무늬 자국을 확인할 수 있다. 너럭바위 상단에 나타나는데 수십 수백 년 동안 파도의 침식으로 생성된 것 같다. 처음에 나는 이게 화석인가 하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일정한 간격으로 줄이 나 있고, 그 모양도 규칙적이어서 동식물의 화석이 될 수는 없다.

이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해식동굴을 지나 선대암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가보기로 한다. 해식동굴은 파도에 의해 생겨난 일종의 동굴로 사람이 접근하기가 더 어려운 곳이다. 굴을 지나니 절벽에 붙은 가마우지의 둥지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바닥에 해조류로 둥지를 틀고 그 위에서 새끼를 키우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또 서쪽 하늘로는 해가 떨어지면서 바다에 반짝이는 빛의 향연을 펼친다. 그곳으로 마침 유람선이 한 대 지나간다. 그 실루엣이 정말 멋지다. 낙조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또 다른 아름다움에 취해 본다.

가마우지 둥지
 가마우지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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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역시 깎아지른 절벽이어서 군 초소는 한 군데 밖에 없다. 그러나 전망이 좋은 지역 한두 군데서 군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위로 올라간다. 두무진 기암을 따라 이제는 형제바위 쪽으로 해서 내려가는 길을 잡는다. 여기서는 정말 조심을 해야 한다. 바로 아래가 천 길 낭떠러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스릴은 있다.

두무진 포구의 저녁나절 풍경

두무진 초소
 두무진 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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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암과 형제바위를 지나 이제는 산길을 따라 두무진 포구로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보니 두무진은 들어오는 입구가 좁고 안이 넓은 천연의 포구다. 이곳에는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가끔 유람선도 뜬다. 어부들은 이제 잡은 고기를 정리하기도 하고 해조류를 바닥에 말리기도 한다. 하루를 정리하는 모습이다. 또 줄에는 생선들을 가지런하게 걸어 말리고 있다. 꾸덕꾸덕해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자미, 아귀, 우럭, 놀래미로 보인다.

이들을 지나면서 우리가 저녁을 먹기로 한 두무진 횟집으로 향한다. 가면서 보니 포구의 횟집마다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것은 백령도에서 횟집이 두무진 포구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백령도에서 잡히는 고기들은 모두 이곳 두무진으로 오고,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곳에 횟집이 번성하게 된 것이다. 사실 관광객이 없다면 물고기의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텐데, 관광객 때문에 두무진은 경제적으로 그나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해조류 건조
 해조류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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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백령도 사람들은 세 가지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농토가 많은 섬이니 우선 농사를 지어 먹고 산다. 농업 종사자들이다. 그리고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먹고 산다. 관광업 종사자들이다. 그런데 천안함 사태 후 1년 정도 관광객이 오질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옹진군은 관광진흥 차원에서 지난 5월까지 관광객에게 여객선 운임의 일부(3만원)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마지막 업종이 어업이다. 사실 어업에 있어서는 이웃하고 있는 연평도만도 못한 것이 실상이다. 특별한 어종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에 까나리 액젓이 인기를 끌면서 그 소득이 상당히 괜찮아졌다. 백령도 주변에서 까나리가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백령도를 관광하면서 우리는 까나리 액젓을 만드는 플라스틱 통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까나리는 말린 모습이 멸치와 비슷하지만, 살아있을 때 모습은 뱀장어 비슷하다고 한다.

두무진 포구
 두무진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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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에 들어가니 우리 팀 말고도 다른 팀이 여럿 있어 홀과 방이 시끌벅적하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정도다. 회를 보니 우럭인 것 같다. 술은 소주와 맥주가 준비되어 있다. 이곳 사장 왈, 소주와 맥주 값은 육지와 똑 같이 3000원이니 부담 갖지 말고 드시라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이곳에서 우리는 공식적으로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나서 회도 즐기고 저녁도 먹는다. 


태그:#두무진, #선대암, #형제바위, #통일기원비, #『백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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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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