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유북한연합, 북한민족해방전선(북한군 출신 탈북자) 등 탈북자단체 회원들이4월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전단을 설포하기 전 김정일 정권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유북한연합, 북한민족해방전선(북한군 출신 탈북자) 등 탈북자단체 회원들이4월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전단을 설포하기 전 김정일 정권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올해 초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이 이집트, 바레인, 예멘, 알제리를 넘어 42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리비아 카다피 독재정권까지 위협했다. 중동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이 한반도 북한 땅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조심스런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북한은 세계 민주화 바람이 미치지 않는 '청정지역'으로 남았다.

그러면 왜 북한의 민주화는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중동에 불어 닥친 민주화 바람에도 북한이 조용한 이유, 북한 민주화를 위한 방도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북한사회에서 '민주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 3가지

북한에서 민주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북한 주민에게 민주주의적 시민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북한 정권의 억압정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폭압이 아무리 심해도 주민의 민주주의 의식이 그보다 높다면 민주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지난날 남한 사회에서 일어났던 4·19혁명이나 5·18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의 민주화 운동 역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의 민주화가 이뤄지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은 독재정권을 반대하는 주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세력으로 키울 수 있는 정치 세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반정부 세력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탄압을 해왔다. 특히 주민 서로를 감시하도록 해 철권통치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에서 민주화 바람이 일어나지 못하는 마지막 원인은 김정일 정권의 반 인륜적 폭압정치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민주주의 기본권리인 집회·결사의 자유는 물론 사소한 반정부 의사를 표현하는 주민과 그 일가족까지도 정치범수용소에 보내는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 비판은 무척 어렵다.

탈북자들은 북한에 민주화 바람이 불지 않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것을 바꾸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활발한 움직임을 찾기 어렵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김정일 정권에만 돌리며 "김정일 정권 타도"만 앵무새처럼 외쳐대고 있다. 심지어 마약 중독자가 생겨도, 강도 사건이 벌어져도, 성매매 여성이 나타나도 전부 다 북한 정권의 잘못으로만 몰아부친다. 북한에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북한정권 잘못이라고 할 판이다.

북한 주민의 책임과 잘못은 전혀 없다는 식이다. 전 노동당 비서였던 고 황장엽씨를 포함한 2만여 명 이상의 탈북자와 북한 민주화 운동을 진행하는 20여 개가 넘는 탈북자단체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의 책임과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거나 성찰하지 않는다.

그들은 북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김정일 정권에게만 있다고 본다. 심지어 그 책임을 남한의 전직 대통령이나 '좌파세력'에 뒤집어씌우는 사람들이 소위 '북한 민주화운동'의 선봉에서 활동하고 있다.

탈북은 독재정권의 힘을 약화시킬 수 없다

탈북자 대다수는 북한 정권에 직접적인 항거보다는 기아와 굶주림을 면하거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탈출한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의 목숨을 건 탈출은 북한 정권에 대한 '저항'이고, 그것이 북한 독재정권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저항은 북한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항거가 될 수 없고, 독재의 힘을 약화시킬 수도 없다.

일부 탈북자들은 자신이 마치 북한에서 민주화를 위해서 싸운 민주투사나 되는 듯이 이야기 한다. 또 일부 탈북자 단체들은 남한 전직 대통령이나 '좌파세력'이 북한의 민주화를 방해하는 것처럼 주장하며 정치판에 끼어들어 "종북·좌파 타도"를 외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남한의 민주화는 미국 정부나 미군이 선물해 준 것이 아니라 민주화를 갈망하는 국민이 목숨을 건 투쟁으로 이뤄낸 낸 고귀한 자산이다. 북한의 민주화 역시 남한의 좌파세력이나 우파세력, 혹은 남한 정부나 미국정부 등 국제사회가 나서서 해결해 줄 수 없다. 민주화는 북한주민 스스로가 이룩해야 하는 과제다.

자신들은 피흘려 투쟁하지 않으면서 남이 차려준 밥상을 얻어먹겠다는 식의 자세로는 절대로 민주화를 이뤄낼 수 없다. "90년대 대기근 때 남한 정부가 지원을 해주어서 북한이 붕괴되지 못했다"는 괴변을 할 것이 아니라 "그때 주민을 각성시키고 민주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해서 북한 사회 민주화를 이뤘어야 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올바른 사고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독재정권에 저항하지도 못한, 오히려 북한 주민을 착취하고 북한 정권을 옹호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의 소행, 폭도들의 소요"라고 주장하며 극우세력들과 함께 민주열사들을 모욕한다는 점이다. 이를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 세력들이 북한 민주화 운동 운운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남한에서 탈북자들은 '남한에 사는 북한 사람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북한의 변화와 남북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들일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사회를 좋게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남한의 정치판에만 기웃거리며 뭔가 이뤄보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다는 걸 탈북자 단체들은 알아야 한다. 

'불만'은 있지만, 주민들 모을 세력이나 인물 없어

사회를 개혁하려면 선각자들이 있어야 하고 희생을 건 투쟁이 있어야 한다. 지금 북한에는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주민이 많다. 문제는 이런 힘을 하나로 묶어서 조직하는 세력이나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 신의주에 삐라를 살포하는 비밀결사단체 성원들 북한내부에 비밀무장조직[조선인민 해방군](가칭)을 결성하기 위하여 활동하고 있는 비밀결사단체가 지난 1월 8일 중국단동에서 차기 북한의 권력자로 내정된 김정은의 생일을 맞아 신의주지역 북한주민들에게 3대 세습독재에 저항하여 투쟁할것을 호소하는 삐라 1만장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 최승철

관련영상보기


동영상에 나오는 탈북자들도 마찬가지다. 북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다면 많은 희생을 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 중에 그럴 '위인'이 있을까? 

필자가 북한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는 탈북자 단체를 비판하는 이유는 이들의 현재 운동 방식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뤄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북한의 선각자들과 탈북자 사회가 변해야 한다. 기존의 형식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의 다양성과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습득한 지식청년 탈북자들이 나서 북한 민주화 운동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 사회의 민주화는 누군가가 공짜로 가져다 주지 않는다. 북한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탈북자들을 포함한 북한 주민들이며 민주화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들의 힘으로 이룩해야 한다. 

북한 주민과 탈북자 단체들은 김정일 독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지금부터라도 키워야 한다. 가고자 하는 자에게는 길이 보이기 마련이다. 지금은 비록 그 힘이 미약하고 자그마한 것일지라도 민중의 힘으로 키워지고 합쳐진다면 아무리 견고한 독재도 언젠가는 무너진다.

만일 이러한 노력 없이 김정일 독재체제가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린다면, 또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에 의해 북한이 변화되기만을 바란다면, 민주화는 이뤄질 수 없다.

더불어 남한의 정치세력은 북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려는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 단체들을 지지해줘야 한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서 배척하거나 이용할 것이 아니라, 북한 민주화가 민족의 미래와 번영에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북한사회의 민주화는 별개의 문제

특히 남한의 민주화를 이룩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진보세력은 탈북자 단체들을 배척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이 진정으로 북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경험을 가르쳐줘야 한다.

남한의 대북 지원정책은 북한 주민들 스스로 깨우치고 성장하는 것을 돕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필자는 화해와 협력에 기초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남북 관계를 발전 시켜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나 남북 관계와 북한 사회의 민주화는 별개의 문제다. 남북 관계는 화해와 협력의 방법으로 진행되더라도 북한 사회 민주화는 민중 봉기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남한의 민주화를 주도했던 진보진영이 남북 관계의 긴장을 이유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문제나 북한민주화 운동에 대하여 외면하는 것은 진정한 진보에 대한 배신이라고 본다.

남한의 보수세력도 대북 강경정책을 정당화하는 데에는 탈북자들을 이용하지 말고, 그들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물심양면 지원해야 한다.

끝으로 80년대 남한의 민주화 운동 역사를 그린 북한의 예술영화 <성장의 길에서> 주제가를 북한 내부에서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북한 주민에게 드린다.

1) 가을도 저물어 찬바람 분다
피 흘리며 신음하는 우리동포들
누구냐 이 나라를 구원 해줄 자
일어나라 대장부야 목숨을 걸고
[후렴]
감옥도 죽음도 두렵지 않다  
조국과 더불어 영생하리라

2) 사나이 이세상에 한번 태어나
자기의 안락을 찾다가 말랴
누구냐 이 겨레를 구원 해줄 자
일어나라 청춘들아 목숨을 걸고
[후렴]

덧붙이는 글 | 최승철 기자는 2003년 입국한 탈북자입니다.



태그:#탈북자단체, #북한민주화운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는 조선(북한)사람 입니다. 그래서 나는 조선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는 것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