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생활법률 해법사전>은 딱딱한 법 이야기를 쉽게 재미있게 들려준다.
 <생활법률 해법사전>은 딱딱한 법 이야기를 쉽게 재미있게 들려준다.
ⓒ 위즈덤하우스

관련사진보기

'누구나 한번은 법원 갈 일이 생긴다.'

뺑소니 운전사고, 도박사건, 성접대 파문, 성폭행 사건, 부부간 분쟁, 애완동물 학대 사건, 재산 다툼, 국가 상대 소송 등. 듣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아도 매일 같이 쏟아지는 사건사고들이다. 법 없이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결국 법에 의해 최종 판결이 내려지는 사건사고들은 끊이질 않는다. 누구나 법원에 갈 일이 생긴다는 건 그래서 허투루 들을 말이 아니다.

하지만 법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법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을까? <생활법률 해법사전>(위즈덤하우스)은 그런 고민을 흥미롭게 풀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딱딱한 법조문이 아니라 풍부한 사례를 통해 여러 사건사고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줘서 제목 그대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법률사전 성격을 띠고 있다.

경미한 차 사고 무시하다 뺑소니 된다

사례1) 중요한 약속에 쫓긴 A씨는 직진신호 대기 중 파란불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차량을 미리 출발시키다 앞에 있는 B씨의 차량에 아주 살짝 부딪혔다. A씨는 미안하다는 손짓을 하고 급한 마음에 갈 길을 갔다.

사례2) 편도 4차선의 2개 좌회전 차선 중 왼쪽 1차로에 있던 C씨가 좌회전을 너무 크게 하는 바람에 2차로에서 역시 좌회전을 하던 D씨의 차량을 살짝 스치는 사고를 범했다. 차량에서 내려 서로 언성을 높여 말싸움하던 중 D씨가 112에 신고를 하자 C씨는 차량을 몰고 떠났다.

A와 C씨는 이후 '뺑소니 사고'로 각각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와 C씨는 경미한 사고인데 뺑소니로 몰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상해 진단서를 제출했고, 차량 수리비가 나올 정도라면 구호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 결과 A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C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책에는 법과 판례를 토대로 저자의 의견을 덧붙였다는 전제하에 뺑소니 사고로 몰리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이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1. 사고가 났다면 일단 차에서 내린다. 2. 병원에 후송하거나 경찰에 연락한다. 3. 가벼운 사고의 경우라도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4. 서면 합의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불심검문은 강제처분이 아니므로 거절할 수 '있다'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어떠한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해진 범죄나 행해지려고 하는 범죄행위에 관해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적어놓은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불심검문) 1항의 내용이다. 또한 같은 법 3조7항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그 의사에 반해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있고, 신분증 검사는 주민등록법에 별도로 규정이 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들에 의하면 불심검문의 방법은 정지시켜 질문하는 것뿐이고, 수상한 거동을 하지 않은 '선량한' 시민은 불심검문의 대상도 아니다. 결국 경찰은 시민에게 불심검문과 관련해 협조 요청을 할 수는 있지만 강제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시민은 신분증 검사나 경찰서 동행 요청이 싫으면 모두 거절할 수 있다.

<생활법률 해법사전>은 술술 쉽게 읽힌다. 이는 법원공무원으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저자가 '만만한 법'을 목표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딱딱한 법을 재미있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저자 김용국은 지난 2009년 2월부터 <오마이뉴스>에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는 연재 기사를 줄곧 써 왔다. <생활법률 해법사전>은 연재기사를 다듬고 내용을 추가해 펴낸 것으로 지난해 1월 출판된 전작 <생활법률 상식사전>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은 무지를 용서하지 않는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어렵고 고된 법률 서적을 집필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저는 법원의 판결을 비난(또는 비판)하면서도 정작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모르는 이들을 자주 보았습니다. 비판 의식을 갖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예컨대 형법의 조문을 외울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행위가 범죄인지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법은 무지를 용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판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자의 법에 대한 일관된 이러한 바람은 책 곳곳에 그대로 드러난다. 민감한 내용 몇 가지만 추려본다.

학교 체벌과 관련, 2011년 초 정부는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시행령을 고쳤다. 현행법과 판례의 해석으로 볼 때도 지극히 예외적이고 최후의 지도 방법으로 규정한 체벌을 명문화하겠다는 이러한 간접 체벌 추진 방침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무엇일까.

"해결책은 자명하다. 법률로 체벌 금지를 못 박는 것이다."

부부강간과 관련, 부부강간을 인정했을 때 생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여성 단체와 일부 학자들의 특별법 제정 주장을 함께 검토한 저자의 의견은 이렇다.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대법원의 태도이다. 대법원은 아직까지 부부강간 인정 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부부간에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인정된다. 따라서 부부간 협박이나 폭행으로 간음하면 강간이 성립한다'는 선언을 해주면 된다."

대딸방, 키스방, 간통, 혼인빙자간음 등 성을 둘러싼 각종 유무죄 논란에 대해서도 저자는 의견을 개진한다.

"개인 의견을 말하자면, 남성의 성욕을 정당화하는 논리에는 반대하지만 인간의 모든 욕망을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에도 반대한다. 인간이 욕망을 돈을 주고 해소하려는 풍조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비난하더라도 그건 현실이다. 바람직한 성 문화 조성을 위해 교육과 예방을 어떻게 할 것이며 어디까지를 범죄로 처벌할 것인지와 같은 해결방안 제시는 국가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이어 다음과 같은 헌법재판소의 혼인빙자간음 사건의 위헌 결정문을 보이며 독자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의 내밀 영역에 속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권리와 자유의 성질상 국가는 간섭과 규제를 가능하면 최대한으로 자제해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며, 다른 생활 영역과는 달리 사생활, 특히 성적 사생활 영역에서 형법적 보호의 필요성과 형벌의 필요성을 판단하면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법을 알아야 제대로 비판할 수 있다"

<생활법률 해법사전>이 다루고 있는 분야는 매우 폭넓다. 책은 생명과 신체(법으로 본 삶과 죽음), 직장(일터에서의 사건), 가정(부부간의 분쟁), 도박과 오락(고스톱·내기 골프 판례), 성과 법(성매매·성폭력·동성애·간통), 일상생활(생활 판례), 돈과 재산(절도·사기), 교통(교통사고), 사생활(부부나 연인 사이의 비밀), 시사(시민의 권리) 등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저자는 <오마이뉴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연재게시판에 어느 판사의 블로그 글을 옮겨놓았는데, 이 역시 저자가 바라는 법의 역할일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법을 아는 사람에게 착하기를 요구할 것인가? 불가능은 아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남는 방법은 착한 사람이 법을 아는 길이다. 그 길만이 법이 더 이상 나쁜 사람을 지켜주는 도구 역할을 못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그는 이어 연재게시판에 이런 바람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법을 알아야 제대로 비판도 할 수 있고, 자신의 권리도 찾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생활법률 해법사전> 김용국 지음, 위즈덤하우스 출판, 423쪽, 16,500원



태그:#생활법률 해법사전, #김용국, #생활법률 상식사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