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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소영, 전옥희, 최영숙, 송선녀, 유혜영, 최순자씨(왼쪽부터)가 자신이 역할을 맡고 있는 인형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정예멤버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는 최고참 최영학씨도 있다.
 나소영, 전옥희, 최영숙, 송선녀, 유혜영, 최순자씨(왼쪽부터)가 자신이 역할을 맡고 있는 인형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정예멤버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는 최고참 최영학씨도 있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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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였다. 인형극단'동화바라기' 단원들은 모두 예산에서 사는 평범한 주부들이었다. 작품선정, 각색, 녹음, 인형구입과 인형옷 만들기, 무대연출, 음향시설 설치, 공연 진행…. 무엇하나 거칠 것 없이 척척 해내는 이들이 전공을 했거나 전문직업인이 아닌, 도서관 강좌를 통해 자격증을 딴 순수봉사자라니.

8일 삽교지역아동센터에서 찾아가는 공연 리허설 중인 '동화바라기' 단원들을 만났다.

공연 전 마지막 연습이라서 그런지 긴장감이 돈다. 마이크가 계속 말썽이다. 잘 나가다가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터진다.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가는 공연 분위기를 다 망치게 생겼다.

최순자씨가 분주히 오가며 음향시설과 마이크 위치를 점검한다. 쉽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인형과 소품을 점검하던 다른 회원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모여든다. 일이 꼬이는데도 서로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벽지학교,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다보니 제대로 된 무대에 서 본 기억은 별로 없다. 늘 상황에 맞춰 가설무대를 설치해오던 경험이 준 여유 덕분인가 보다. 몸은 바삐 움직이면서도 툭툭 농담을 던지니 웃음이 터진다. 그러는 사이 말썽이던 음향이 제자리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서로 호흡을 맞춰본다. 무대 앞에서는 예쁜 인형들만 보이는데 무대 뒤, 위 아래 검은 옷에 검은 장갑을 낀 단원들의 포즈가 영 불편해 보인다. 관객들의 키에 맞추려니 무대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단원들은 쪼그려 앉은 자세로 걷는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 인형극에서도 동선을 점검해야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인형극 무대 뒤의 수고로움. 단원들이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양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인형의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형극 무대 뒤의 수고로움. 단원들이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양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인형의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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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마술사님 나와 주세요”어린이들이 인형극에 앞서 열린 마술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힘찬 함성을 지르고 있다.
 “수리수리 마술사님 나와 주세요”어린이들이 인형극에 앞서 열린 마술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힘찬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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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앞에서는 최영숙씨가 인형의 높이를 지시한다.

"토끼! 너무 낮아. 더 올려!"
"아휴, 팔 아파서 더 안 올라가∼"
"그래도 올려야지!"

공연이 끝난 뒤, 해야하는 멘트까지 연습이 모두 끝났다. 단원들이 인형극에 앞서 마술공연을 하게 될 전옥희씨에게 이런 저런 주문을 한다. "등장할 때 좀 과감하게 나와라" "빨간 부채를 활용해 봐라" 등등.

사회를 보는 나소영 회장에게도 지적이 쏟아진다. 그런데 전혀 노여워하지 않고 의견들을 모두 받아들여 다시 한 번 연습한다. 참 건강한 모임이다.

단원은 15명 정도지만, 공연에 적극 참여하는 정예멤버는 7명이다. 나 회장은 "최고참 열성단원인 최영학 선생님이 안 오신 날 하필이면 취재를 왔냐"며 아쉬워한다.

'동화바라기'의 앞에는 '꿈을 심는 사람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송선녀씨는 "우리가 하는 인형극 공연을 보면서 아이들이 꿈을 갖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죠.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이예요"라고 말한다.

나 회장은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다보니 힘들 때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 웃음소리를 생각하면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20분 짜리 인형극을 위해 약 4개월의 준비기간이 들어간다. 작품 선정, 각색, 녹음, 연습, 소품 마련, 공연까지.

학교 방과후 교사 등 대부분 반일 근무를 하는 터라 일주일에 두 번 모여 연습을 하기에도 빠듯하다. 시간이 아까워 점심시간을 놓치는 날에는 영낙없이 밥을 굶은 채 일터로 가게 된다.
   
이번 작품 '푸른하늘 은하수'는 마해송 선생의 '사슴과 사냥개' 중 '토끼와 원숭이'를 각색해 만들었다. 이원수 선생 100주년을 기념해 동요 '반달'을 삽입하고 제목도 가사 첫 소절로 달았다. 내용 중에는 윤봉길 의사의 야학운동 계기가 된 묘표 사건이 들어가 있다. 지역인물 알기와 나라사랑 정신이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아이들은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한 번 공연이 시작되면 거의 매주 일정이 잡힌다. 인형극과 마술, 혹은 인형극과 구연동화가 묶인다. 관객들의 반응? 당연히 최상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녹음실이 없어 애를 먹다가 청운대 방송영상과 라디오방송국과 인연을 맺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공연 시간이 임박했다. 손을 모으고 파이팅을 한다. 4년 경력에 전국단위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실력파들인데 뭘 그렇게 긴장을 할까?

"공연 전에는 언제나 긴장하죠. 긴장 없이 발전이 있나요? 긴장 속에서 또 다른 모습이 나오는 거죠."

유혜영씨의 말에 "오∼" 하는 감탄사가 터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형극, #동화바라기,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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