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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을 지나갈 때까지도 보지 못했던 다섯 분의 승려가 현판아래에서 보인다. 앞으로 다섯 발자국만 움직여 보자 붉은색의 가사를 입고 앉아 있는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그 곳을 지나갈 때까지도 보지 못했던 다섯 분의 승려가 현판아래에서 보인다. 앞으로 다섯 발자국만 움직여 보자 붉은색의 가사를 입고 앉아 있는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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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피었던 아카시아 꽃이 우수수 떨어지자 찔레꽃이 반갑게 마중 나온다. 차창 밖에서 바람에 실려 간간이 날아오는 찔레꽃 향기가 온통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어디를 가나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다. 부석사 가는 길 차창 밖 풍경이다.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작가와 다큐멘터리 프로듀서가 우연히 영주 부석사로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미묘한 감정의 골을 다룬 작품으로 부석을 통해 인간관계에 내재한 단절을 그린 신경숙 작가의 '부석사'를 찾아가는 길은 왠지 모를 설렘도 함께 동반한다.

그동안 많은 사찰을 다녀왔지만 부석사는 처음가보는 절이기에 사뭇 기대가 된다. 입구에 들어서자 부석사 창건 때의 작품으로 불교 종파의 분별을 나타내기 위하여 지주의 중간에 간주를 만들어 표지가 되는 기를 세웠던 보물 높이 5m의 제255호 당간지주가 보인다.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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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입구에 들어서자 당간지주가 우뚝 서 있다.
 부석사 입구에 들어서자 당간지주가 우뚝 서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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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부석사'에는 육중한 두 바위가 포개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에 바늘에 실을 꿰어 넣으면 통과하는 미세한 틈을 두고 서로 떠 있다는 부석사의 환상적인 돌 이미지가 '너와 나'라는 인간 존재의 단절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그려지고 있는데 실제로 그 곳을 찾아가 부석을 보니 받침돌이 군데군데 고여져 있었다. 세월의 흐름에 변화된 모습이리라.

부석사는 화려하지도 않고 단조로운 모습이 흔히 봐왔던 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부석사 이곳저곳을 샅샅이 둘러보고 터덜터덜 내려오는데 들어 올 때는 보지 못했던 분이 나를 부른다. 종무소 앞을 지나자 좌측에 회전문복원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앞을 지키고 있던 문화재안전경비담당을 맡고 있는 김수영씨다.

무량수전이 모셔져 있는 부석사
 무량수전이 모셔져 있는 부석사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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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현판아래 붉은 가사를 입고 참선중인 다섯분의 승려가 보인다.
 부석사 현판아래 붉은 가사를 입고 참선중인 다섯분의 승려가 보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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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열어야만 보인다는 신비한 광경

"부석사는 자주 오시나요? 작품은 많이 담으셨나요?"
"처음인데요."
"그럼 부석사가 국보와 보물이 많다는 것쯤은 알고 오셨나요? 흔히 알려져 있는 모습 말고 신비한 것을 가르쳐 드릴 테니 저를 따라오세요."

종무소 옆을 지나자 나무 한그루가 우측에 있고 그곳에서 부석사 현판이 걸려있는 건물을 바라보라며 뭐가 보이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곳을 지나갈 때까지도 보지 못했던 다섯 분의 승려가 현판아래에서 보인다. 앞으로 다섯 발자국만 움직여보라고 하여 움직여보니 승려가 장삼(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붉은색의 가사를 입고 앉아 있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일주문에서 무량수전까지는 108번뇌를 뜻하는 108계단이 있는데 불교에서는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부석사에는 신비로운 모습들이 참 많지요. 꼭 보셔야 할 곳이 한군데 더 있는데 따라오세요."

범종각이 있는 건물을 향해 가더니 계단을 향해 서라며 다섯 계단만 올라가 몸을 돌려 반대쪽 아래를 향해 보라고 한다. 그곳에서 범종각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좌측에는 청룡, 우측에는 황룡이 있다. 계단을 모두 오른 뒤 범종각을 봤을 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계단을 다섯번째 올라가 뒤로 돌아보니 황룡,청룡이 보인다.
 계단을 다섯번째 올라가 뒤로 돌아보니 황룡,청룡이 보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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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통하여 전입된 교학 불교는 신라 불교로 하여금 종파성을 띠게 하였는데 가장 특징적으로 운위되는 종파는 화엄종과 법상종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전법 사실이 뚜렷하고 종찰이 확실한 것은 의상의 화엄종이라고 하는데 부석사는 의상의 화엄종의 본찰로 초조인 의상 이래 그 전법 제자들에 의해 지켜져 온 중요한 사찰이라고 알고 있다.

봉황산 중턱에 있는 부석사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대웅전이 없고 무량수전이 있다.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을 '무량수전'이라고 하고 석가모니를 모신 절을 '대웅전'이라고 한단다.

'삼국유사'에 있는 설화를 보면,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그를 흠모한 여인 선묘가 용으로 변해 이곳까지 따라와서 줄곧 의상대사를 보호하면서 절을 지을 수 있게 도왔다는 설도 있고 이곳에 숨어 있던 도적떼를 선묘가 바위로 변해 날려 물리친 후 무량수전 뒤에 내려앉았다고 전하는데 무량수전 뒤에는 '부석(浮石, 즉 떠 있는 돌이라는 뜻),이라고 새겨져 있는 바위가 있다.

돌 틈 사이에 바늘에 실을 꿰어 넣으면 통과하는 미세한 틈을 두고 서로 떠 있다는 부석
 돌 틈 사이에 바늘에 실을 꿰어 넣으면 통과하는 미세한 틈을 두고 서로 떠 있다는 부석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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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못 낳는 부인이 선비화의 잎을 삶아 그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을 믿고 나뭇잎을 마구 따 가는 바람에 나무가 많이 훼손되어 보호중이다.
 아기를 못 낳는 부인이 선비화의 잎을 삶아 그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을 믿고 나뭇잎을 마구 따 가는 바람에 나무가 많이 훼손되어 보호중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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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리지>에는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한 후 도를 깨치고 서역 천축국(인도)으로 떠날 때 지팡이를 꽂으면서 '지팡이에 뿌리가 내리고 잎이 날 터이니 이 나무가 죽지 않으면 나도 죽지 않은 것으로 알라.'고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나무가 바로 '선비화'라고 한다.

아기를 못 낳는 부인이 선비화의 잎을 삶아 그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내려와 나뭇잎을 마구 따 가는 바람에 나무가 많이 훼손되었다 한다. 높이 170cm, 뿌리부분 굵기 5cm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수령이 최소 500년에 이른다고 알려진 부석사의 선비화는 현재 철책으로 둘러싸여 보호되고 있었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 있는 부석사 전경.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 있는 부석사 전경.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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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에는 석단과·당간지주, 석등·3층 석탑은 신라 시대의 것이고, 무량수전과 조사당은 고려 때의 건축이다. 국보로 '무량수전 앞 석등, 무량수전,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조사당벽화가 있고 보물로는 삼층석탑, 당간지주, 고려 각판, 시도 유형 문화재(경북)로는 원융국사비, 삼층석탑, 등 많은 국보와 보물들이 있다.

부석사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과 더불어 오래된 건물로서 고대 사찰건축의 구조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건물이 되고 있다고 한다.


태그:#부석사, #신경숙,부석사, #무량수전, #부석, #당간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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