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랫동안의 조사와 연구 끝에 우리 뇌에 '빠져드는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빠져드는 메커니즘'을 잘 이용하면 도박이나 놀이, 사람에 빠져드는 것처럼 아이의 뇌를 공부에 빠지게 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중략)

 

문제는 아이와 부모의 뇌 '사이'에 발생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보통은 아이의 뇌가 공부에 빠지는 것을 부모가 방해합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를 공부에 빠지게 하고 싶어서 던진 부모의 말과 행동이 오히려 공부에서 멀어지게 하고 맙니다. 선의가 악의로 바뀐 셈이죠."

 

학교에 다니면서 한 번 쯤은 공부에 흥미를 붙이고 푸욱 빠져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경험이 지속되어 아주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내고 공부란 지겨운 것이라고 고정 관념을 갖게 된다.

 

비단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이런 모습은 적용된다. 많은 아이들이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가장 듣기 싫어하며 가장 지겨워하는 일이 곧 '공부'다. <게임에 빠지듯 공부에 빠지게 하라>는 이처럼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일본의 유명한 뇌과학 연구가이자 교육학자인 시노하라 기쿠노리씨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어느새 게임기나 컴퓨터에 앉아 있고, TV를 좋아하는 아이가 어느새 TV를 보고 있고, 휴대폰을 좋아하는 아이가 어느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듯, 공부 또한 그것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공부의 바다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공부가 제일 싫다는 우리 아이를 그 매력에 푸욱 빠져들게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우선 아이가 공부에 빠지는 장소를 찾으라고 권한다. 도박에 빠진 사람은 도박장에 가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다. 도파민은 우리 몸의 쾌감을 관장하는 호르몬으로 이게 분비되면 마음이 두근거리며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도박장에 들어서면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한다. 세로토닌은 안정감과 치유를 가져온다. 명품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모아 명품 거리를 걷게 했을 때 여성들에게 세로토닌이 증가하는 실험도 있다. 여성들이 백화점 아이쇼핑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지는 건 모두 이 세로토닌의 분비 때문이다.

 

여행에서 돌아 왔을 때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라는 생각이 드는 건 '우리 집'을 안정적이고 마음 편한 장소라고 뇌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들 또한 우리 집을 편하고 안정적이며 즐겁고 좋은 곳이라고 인식하도록 만들어 주면 공부 효율이 팍팍 오른다.

 

항상 집안에 머무르는 아이보다 바깥 활동을 제법 하는 아이에게 집은 더 편하고 좋은 곳으로 인식된다. 아이에게 집이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부모는 집을 정돈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꾸며 준다. 집이 좁아도 상관없다. 좁은 집이라면 쓸데없는 짐을 치우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 된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보일 수 있도록 공부방을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꾸며 주고(공부방이 어렵다면 공부 장소를 정하면 된다.) 아이가 그곳에서 공부나 책읽기를 시도할 때 마음껏 칭찬해 본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공부 장소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일단 아이가 공부방을 친숙하게 느낀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여기에 더하여 공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편한 것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어서 같은 일을 계속하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뇌의 성질을 보속성이라고 한다.

 

"뇌의 보속성 때문에 한참 TV를 보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린 뒤에는 머리가 좀처럼 공부를 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런 상태의 아이에게 '빨리 공부해!'라고 소리를 질러봐야 싸움으로 번지기 십상이죠. 공부 이외의 일로 가득한 머리를 공부로 전환하려면, 아이 나름대로 절차를 만들어 둬야 합니다."

 

저자는 스포츠 선수를 예로 들어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가 '루틴(Routine)'이라는 절차를 통해 실제 경기 전 자신을 경기에 몰입하도록 훈련한다고 말한다.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공부해'라는 잔소리보다 텔레비전을 끄고 잠시 쉬면서 뭔가 자신을 환기시킬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공부'라는 것에 영 익숙하지 않아 '그만 놀고 공부해'라는 잔소리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말처럼 이런 잔소리는 오히려 '공부는 하기 싫고 짜증나는 귀찮은 것'이란 인식을 주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요즘은 방법을 바꾸었더니 아주 공부를 즐거워하게 되었는데 이 책의 방법이 제법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우선 실컷 놀고 배도 채운 후 거실 탁자나 공부방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한다. 놀기-공부하기의 중간 단계로 간식을 먹고 책을 읽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루틴' 과정을 두었더니 차분히 공부 자세를 갖추게 되었다.

 

공부 양을 조금씩 정해 놓고 그날 정해진 양만 다하면 또 놀 수 있게 하며, 공부하는 동안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칭찬도 해준다. 중고등학생들 중에는 공부가 너무 질렸다는 아이들도 많다. 이런 아이들은 지나친 부모의 공부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 경우다.

 

아이가 정말 공부의 맛을 알고 그 바다에 빠져들도록 하려면 잔소리를 줄이고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습관을 붙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자. 게임이나 TV에 빠져드는 것처럼 공부도 즐거운 것이라고 느끼면 아이들은 그 세계에 매료될 것이다.


게임에 빠지듯 공부에 빠지게 하라

시노하라 기쿠노리 지음, 정미애 옮김, 한문화(2011)


태그:#교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