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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소속 회원들이 5월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소속 회원들이 5월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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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른바 세 자녀를 둔 가장으로 직장생활을 한다. 2010학번 대학생, 내년에 대학에 진학할 고3 수험생, 중학생의 교육비와 사교육비를 충당하고 나면 가계가 휘청거린다. 회사의 재정이 힘들어 상여금과 학자금이 나오질 않는 상황이다 보니, 적자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차곡차곡 쌓여가도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할 상황에, 쌓일 틈도 없이 마이너스 가계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년에 둘째가 대학생이 되면 대학등록금만 한 학기에 천만 원가량을 준비해야 한다. 일 년에 등록금만 2천만 원,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지 않는 한 가장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르겠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흔들린다는 불안감은 IMF 당시를 능가하며 다가오고 있다.

학자금 대출, 그것으로 아이들의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인생을 담보 잡히게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부모로서 최소한 해줘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 파행적인 교육행정은 부모의 역할마저도 다하지 못하게 한다.

학점따라 내는 반값등록금, 카이스트가 떠오른다

최근 '반값등록금' 문제가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생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이전에 야당에서 반값등록금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 '인기영합주의'라고 몰아붙이고, 현실성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는 '반값등록금' 문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헛공약이라면 몇 가지 문제는 있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반값등록금'을 이야기하면서 학점과 연계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평균 B학점 이하는 반값등록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보는 순간 '카이스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 카이스트에 합격하는 순간 등록금 없이 대학을 다닐 줄 알았지만,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점을 받지 못하면 차등적으로 등록금을 내야 했던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줄 이은 학생들의 자살로 이어졌던 것이다.

반값등록금과 학점을 연계하면 이런 문제들을 전 대학으로 확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학부모로서도 '반값등록금'이 시행되고 있는데, 자녀가 학점 미달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자녀와 학부모 간의 갈등이 초래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학부모는 "그것도 못 받느냐?"라는 서운함이 있을 터이고, 학생의 처지에서는 학점 미달이 되어도 부모에게 손도 벌리지 못할 것이다.

결국 학점과 연계된 반값등록금은 대학생들을 무한경쟁의 세계로 뛰어들게 할 것이다. 단지 학점을 받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그런 대학교육은 대학생들의 창의성을 모조리 말살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반값등록금은 학점과 연계시키지 말고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올해 들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4월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도서관에 '징벌적 등록금제' 등과 관련해 서남표 총장에게 보내는 질문과 건의사항이 적힌 대자보가 붙여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올해 들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4월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도서관에 '징벌적 등록금제' 등과 관련해 서남표 총장에게 보내는 질문과 건의사항이 적힌 대자보가 붙여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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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등록금, 학생들이 벌 수 있는 만큼이 적당

대학등록금은 대학생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해서 방학 두 달간 벌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 이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아르바이트 시급은 4100~4500원 선이다. 평균 4300원으로 계산하면 한 달 20일 근무를 상정할 때 두 달에 137만6000원이다. 이 중에서 최소한의 교통비를 제하면 100만 원 정도가 한 학기 등록금으로 적당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반값등록금이 시행된다고 해도 두 달간 일하고 손에 쥘 수 있는 돈으로 반값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반값등록금이 아니라 전액 무료로 대학교육을 해야 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먼 안목으로 보면 대학교육을 통한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국가다. 그러므로 수혜자부담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으므로, 점차로 실시는 하되 2011년 2학기부터는 최소한 반값등록금의 전면적인 실시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 집도 내년엔 대학생이 둘... 가계부는 이미 마이너스

이번 반값등록금 논의가 인기영합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친 이들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각종 선거에서 워낙에 헛공약에 농락을 당한 터라 이번 반값등록금에 대한 논의들도 아직은 신뢰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정말 되겠어? 일단은 반값이라도 되면 좋겠다."

이것이 반값등록금 소식을 전해들은 아내의 반응이었고, 나의 반응은 이랬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학점이 안 돼서 전액을 다 내야 하면 어쩌냐? 그러니까, 전면 실시해야 하는 거야."

반값등록금을 전면 실시하라는 대학생들의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은 마치 군사독재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연행하듯 하고 있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듯한 요즘이다.

아 참, 기업화한 대학에게 한마디 하자. 지금 반값등록금이 된다고 해도 당신들이 하는 것에 비해 당신들이 받는 등록금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등록금의 반값만이라도 해라!


태그:#반값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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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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