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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케이 킴의 깔끔 요리>
 책 <케이 킴의 깔끔 요리>
ⓒ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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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생활 8년차, 나의 최대 고민은 '어제 먹은 요리가 아닌 새로운 요리를 맛있으면서도 간단하게 할 수 없을까'다. 매일 똑같은 반찬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영양과 맛을 고려하면서 간편한 요리를 택하려니 하루하루가 괴로움의 연속이다.

미국에서 간편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며 입소문이 난 아줌마 케이 킴은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주부들에게 친정 엄마보다 더 많은 요리 정보를 준다. 36년 째 미국에 살면서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사용하여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선보였다.

간단하고 맛있는 한국요리를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개발했다니 참 대단한 솜씨란 생각이 든다. 케이 킴 여사는 현재 미주 지역 여성 한인 교포들의 최대 커뮤니티인 미시 USA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오프라인 요리 강습회 등을 통해 외국에서 한국 음식 걱정이 앞선 교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녀가 소개하는 간편한 요리 팁 중 도움이 되는 것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 우선 불고기나 산적 등 소고기를 이용한 요리의 밑간 시 흑설탕으로 재워 놓으면 맛있다는 사실. 대부분 간장 양념으로 밑간을 먼저 하는데 그것보다 달콤함을 앞세운 흑설탕이 더 미각에 맛있게 와 닿는다.

무침 요리의 기본인 베이식 소스도 아주 유용하다. 식초, 설탕, 소금을 5:4:1의 비율로 섞어 놓고 갖은 무침이나 샐러드의 소스로 사용하면 좋다. 매번 무언가를 무칠 때마다 '도대체 설탕과 소금은 얼마만큼 넣어야 하지?' 하고 고민하는 주부라면 이런 베이식 소스를 많이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쓰면 좋을 것이다.

이 베이식 소스에 파, 마늘, 고춧가루만 추가하면 굴생채, 홍어회 무침, 골뱅이 무침의 좋은 양념장이 되며, 다진 마늘과 후춧가루, 참기름만 더해서 샐러드에 뿌리면 어떤 시판 드레싱보다 건강하고 맛있는 드레싱이 된다.

심지어는 이 물로 초밥이나 김밥, 캘리포니아 롤의 밥 밑간으로 사용해도 좋다. 이 정도면 만능 소스라고 불릴 만하지 않은가!

고기의 누린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돼지갈비나 탕수육 등 고기를 튀길 때 생강 자투리를 얇게 저며 기름에 먼저 튀겨내면 잡냄새를 없앨 수 있다. 밑간할 때 파인애플 간 것이나 주스를 넣으면 누린내를 없앨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튀김 요리에서 생강이 유용하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다.

아삭아삭 맛있는 오이소박이를 만드는 비법은 무엇일까? 김치속은 고춧가루에 멸치액젓과 물을 넣어 불리고 마늘, 생강, 설탕, 소금을 넣어 잘 섞은 후 썰어둔 부추, 파, 당근을 넣어 잘 버무린다. 오이는 굵은 소금으로 비벼 깨끗이 씻은 후 양끝을 잘라내고 5센티미터 길이로 잘라 가운데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

칼집 낸 오이를 소금물에 넣어 2시간 정도 푹 절인다. 잘 절여졌으면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건진 후 재빨리 찬물에 식혀 물기를 빼둔다. 이때 뜨거운 물에 넣었다 건지는 것이 아삭한 오이소박이를 만드는 비결이다.

절인 오이의 칼집 낸 부분을 벌려 그 안에 김치 속을 채우면 완성. 실온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익힌 후 냉장고에 두고 먹으면 된다. 뜨거운 물에 넣었다 꺼내면 오이가 쉽게 무르는 것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아삭한 오이소박이를 좋아하는 이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비법이 아닐까 싶다.

요즘 젊은 사람들 중 일부는 김치 담그기, 한국 요리 등의 단어만 나와도 정색을 하며 '난 요리 못해. 엄마나 시어머니가 요리 잘하셔서 괜찮아'라고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언제까지 나이 드신 어른들께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맛있던 어른들의 요리 솜씨도 연세가 드실수록 입맛이 변하셔서 짜지기도 하며 늙은 부모님께 식사까지 의지하며 사는 것도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 그저 회피하지만 말고 젊은 사람들도 과감히 간단한 한국 음식 만들기에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

어렵다고 질색하지 말고 이 책처럼 간단한 요리 비법을 틈틈이 익히다 보면 어느새 맛있는 밥상이 차려질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하나 둘 요리책을 보며 만들기 시작한 한국 요리가 나만의 비법으로 자리매김하여 케이 킴 여사가 만드는 것처럼 '간편하면서 맛있는 요리'로 재탄생할지.

"파슬리 한 단을 사면, 일주일을 럭셔리하게 보낼 수 있답니다. 잘게 다져서 요리에 넣어도 좋고 장식용으로 위에 올려도 예뻐요. 또 남은 파슬리를 살짝 튀겨서 먹으면 고급 일식집이 부럽지 않답니다. 오래 보관하고 싶을 때는 말려 두었다가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저처럼 집에서 직접 길러 먹으면 늘 신선한 파슬리를 즐길 수 있어 좋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주부란 참 '부지런해야 하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맛있게 요리도 해야 하고 예쁜 것도 찾아 주어야 하며 건강도 챙겨야 하는 홈 매니저 주부들. 간단한 요리 팁으로 무거운 요리의 짐에서 벗어나고 건강과 맛을 모두 찾는 행복한 삶을 얻길 희망해 본다.


케이 킴의 깔끔 요리

케이킴 지음, 북하우스(2011)


태그:#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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