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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7일 오전 11시 40분]

 

25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원래 개각 대상이 아니었던 고용노동부 장관이던 박 후보자를 기획재정부로 '돌려막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에 따라 박 후보자는 현직 장관으로서 다시 한 번 인사청문 대상이 됐습니다. 도덕성 검증부터 'MB노믹스'를 둘러싼 정책 논쟁까지 국회는 밤 늦게까지 불을 밝혀야 했습니다.

 

지난 번 서규용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이어 이번에도 '내 맘대로 관전평'을 게재합니다.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청문회를 지켜본 기자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반론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만점은 10점입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6점] 친박 공격 매섭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 후보자에 대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공세가 매서웠는데요. 대표적인 친박으로 꼽히는 이 의원은 과거 박재완 후보자의 오락가락 행보를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유류세 문제에 대한 박 후보자의 입장이었습니다. 박 후보자는 2007년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이르자 한 신문 기고를 통해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면서 참여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회의원이었던 2005년에는 국제유가가 60달러에 근접하자 유류에 붙은 특별소비세율을 10% 낮추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류세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죠. 이 의원은 "지금 국제유가가 106달러"라며 박 후보자의 입장 번복을 비판했습니다.

 

또 이 의원은 박 후보자가 인수위원회 시절 학계와 시민사회의 반대를 묵살하고 금감원 체계를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합치도록 개편한 것이 지금의 저축은행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책과 감독기능을 한곳에 몰아주는 것은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과 같다"는 비유법도 휼륭했습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오후 질의에는 불참해 일부 감점이 불가피했습니다.

 

(이혜훈 의원 측이 27일, 이날 청문회 오후 일정 불참에 대해 해명을 해왔습니다. 뉴질랜드 총리 초청으로 인한 해외 출장으로 이날 오후 출국을 했다고 하는군요. 불가피한 사유였다고 판단됩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7점] 박 후보자 딸은 0.01%

 

이 의원은 박 후보자 딸의 한국국적 포기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고위공직자 딸도 아버지와는 별도의 인격체이고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는데 뭘 그런 것을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요.

 

문제는 박 후보자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일할 때 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작년 4월 21일 국회를 통과한 국적법 개정안은 외국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했는데요. 정부가 관철한 이 법안으로 박 후보자 딸은 다시 한국 국적을 회복해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의원은 "국적법 개정안 통과로 혜택을 본 4000명, 대한민국 국민 0.01%에 해당하는 사람의 하나가 바로 박재완 후보자의 딸"이라며 "평범한 국민들의 상실감을 채울 수 있도록 정책만큼은 나머지 99.99% 국민을 바라봐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 6점] 오락가락 박재완

 

우 의원도 박 후보자의 '오락가락 행보'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습니다. 우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공기업 저격수'였다고 합니다. 공기업 낙하산 방지법도 발의했다는군요. 우 의원은 "그랬던 박 후보자가 'KBS 사장은 국정철학을 구현할 사람 뽑아야 한다'고 했다"며 "공기업 저격수에서 공기업 나팔수가 됐다"고 성토했습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의 경우 박 후보자는 의원 시절 비과세 기준을 '1가구 1주택'에서 '1가구 생애 첫 1주택'으로 강화하자는 법안을 내기도 했는데요. 우 의원은 "그랬던 박 후보자가 지금은 양도세 완화에 찬성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과연 소신껏 일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 7점]

정책질의의 향연

 

지난 해 국정감사 때 500쪽에 이르는 정책보고서를 만들어 찬사를 받았던 정책통답게 다양한 정책질의가 돋보였습니다. 김성식 의원은 우리나라의 공공사회지출 비중이 북유럽을 제외하고도 통상적인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주문하는 한편, 보금자리 주택의 과도한 분양을 줄이고 임대 비중을 높일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당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감세 문제에 대해서는 "낙수(트리클 다운) 효과가 약화된 상황에서 추가 감세는 맞지 않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기조 전환을 강조했죠.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 추진에 대해서는 관치금융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김 의원의 질의를 듣고 나니 경제 현안에 대한 공부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강래 민주당 의원: 6점] 의외의 월척

 

의외의 월척을 건졌습니다. 짧은 질문 하나로 이번 개각이 '졸속 개각'이라는 점을 부각키는 데 성공한 것이죠. 이 의원이 "장관 내정사실을 언제 알았느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개각 발표 50분 전"이라고 답하더군요. 개각 대상이 아니었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빼내 기획재정부로 옮기는 전형적인 '돌려막기'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입니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개각 발표 당일 오전에서야 청와대에서 모의 인사청문회를 했다고 밝힌 바 있죠. 청와대가 고심 끝에 최적의 인물을 인선한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0점] 성실함을 보여주세요

 

 

박근혜 의원은 인사청문회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유력 대선 주자가 일개 장관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게 '격'에 안맞는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않은 것이죠. 박 의원 측은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는데요. 인사청문회 상습 불출석이 그리 자랑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 4점] 오전엔 어디가셨나요

 

권경석 의원도 오전에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오전 질의 순서를 빼먹고 오후에야 첫 질의를 했습니다. 청문회에 인한 불성실한 태도로 대폭 감점이 불가피했습니다.

 

다음은 특별상 부분입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 노력상] 트위터 글까지 찾아낸 발로 뛴 자료조사

 

박 후보자는 이번이 두번째 인사청문회입니다. 지난 번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될 때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치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위장전입, 논문 중복 게재, 병역기피 의혹 등의 문제들이 이미 제기됐습니다. 지난 번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문제가 웬만큼 걸러졌다고 여겨졌지만 이번에는 '아들의 새 차'가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아들이 타고 다니는 '제네시스 쿠페'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의원은 박 후보자 아들의 트위터 글과 자동차보험 가입 내역까지 샅샅이 뒤져 "고종사촌형으로부터 빌린 것"이라는 박 후보자의 해명을 반박했고 결국 박 후보자로부터 "논란을 빚은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사과를 받아냈습니다. 또 친인척이 경영하던 비상장 회사 주식을 양도받아 10배 이상의 시세차액을 내고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법이 개정돼 해당 주식은 증여세 납부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발로 뛰는 자료조사가 돋보였습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 재치상] 만사척통? 유행할까

 

입담 좋은 전병헌 의원은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 '만사형통'이라는 사자성어가 "모든 것은 형님으로 통한다"는 의미로도 쓰이게 된 것을 잘 알고 계시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전횡을 풍자하는 말인데요.

 

이날 전 의원은 '만사척(戚)통'이라는 신조어를 선보였습니다. 박 후보자가 아들의 새 차 문제를 비롯 골프회원권 매매, 탈세 의혹이 불거진 친인척의 비상장 회사 주식 양도 등 모든 문제를 다 친척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만사형통 만큼 파괴력은 없지만 전 의원의 재치와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총평] MB노믹스 지킬 MB 아바타의 무한도전

 

이날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박재완 후보자를 임기 후반기 '경제팀 수장'으로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더군요. "MB노믹스를 지킬 아바타"(이강래 의원)로 박 후보자를 내세운 것이지요.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도 원성을 듣고 있는 'MB노믹스'를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 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입니다.

 

"대통령의 생각을 대통령보다 더 잘 정리해 정책에 반영한다"는 평가대로 박 후보자는 지난 3년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방향은 옳았다", "경제위기 극복은 외국에서도 칭찬한다", "양극화 추세가 완화됐다"고 적극 옹호했습니다. MB노믹스의 폐해가 뭔지를 묻는 질문에도 "특별히 없다"고 하더군요. 감세가 양극화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당연히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도 우려 섞인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박 후보자가 장관 임명장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년 총선 생존이 절박한 한나라당 의원과 'MB 아바타' 장관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는 그 예고편에 불과할 겁니다. 이미 한나라당의 신주류로 떠오른 소장파 의원들은 감세 철회회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나라당은 감세를 철회한다, 정부는 유지한다고 하면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이용섭 의원)는 지적은 그래서 타당해 보입니다.

 

감세 철회냐 유지냐, 정책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당-정 대결이 곧 개봉합니다. 누구의 승리로 막이 내릴까요? 끝까지 지켜보시죠.

 

후기 : 기획재정위에는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26명의 의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모두들 성실하게 정책 질의에 나섰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상에 남는 '한 방' 부족이 아쉬웠습니다.


태그:#박재완,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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