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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여객선 터미널에서 출항하는 줄리아아쿠아호는 거문도까지 약 2시간 반이 소요된다.
 여수여객선 터미널에서 출항하는 줄리아아쿠아호는 거문도까지 약 2시간 반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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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5월이 저물어 간다. 5월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 어느 달보다 많은 계절이다.

살다보면 인생이라는 것이 각자의 외로운 섬 이야기라 했던가? 그래서 섬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살이와도 같다. 누구한테도 말 못할 나만의 이야기를 받아 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섬이다. 5월이 다 가기 전 폼나는 여행을 꿈꾼다면 무작정 섬으로 떠나자. 일상을 탈출하는 1박2일 거문도 여행처럼.

5월 어느날 여수여객선 터미널에서 거문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줄리아아쿠아호는 돌산대교를 지나 나로도, 초도, 손죽도를 경유해 마지막 거문도가 종점이다. 하얀 물살을 일으키며 섬과 섬 사이를 쏜살같이 달리던 배가 중간기착지인 초도에 도착했다.

중간 기착지인 삼산면 초도에서 바라본 방파제의 모습
 중간 기착지인 삼산면 초도에서 바라본 방파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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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김충석 현 여수시장의 고향이다. 멸치잡이 어부에서 민선1기 시장을 거쳐 다시 현직 시장으로 재임하기까지 그의 드라마 같은 인생역경은 어쩌면 섬마을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더 흥미를 끈다. 섬과 섬 사이를 달린 지 두 시간 반, 어느새 거문도에 도착했다. 여수에서 114km 떨어진 거문도의 첫인상은 가난한 섬마을의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그 첫인상은 마치 동남아의 어느 항구도시에 온 듯한 이국적인 느낌이다.

거문도는 동도와 서도 고도로 나뉜 3개의 섬이 있다.
 거문도는 동도와 서도 고도로 나뉜 3개의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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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의 면적은 12km이다. 이곳은 동도와 서도 그리고 고도라는 세 개의 큰 섬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형상은 바다 한 가운데 병풍처럼 펼쳐져 그 중앙에는 1백여 만평 넓이의 천혜의 항구가 형성되어 있다. 거문도 지명의 유례는 처음에는 삼도, 삼산도, 거마도 등으로 불렸다. 지금의 거문도가 되기까지는 청나라의 정여창의 상소 때문이다. 이 섬에 학문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거문(巨文)으로 개칭하도록 건의해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는 것.

실제 서도에 가면 거문도 출신인 남상규 선생의 비문이 있다. 일제시절 삼도청년가를 작사해 삼도(거문도의 동도, 서도, 고도 3개의 섬)의 청년들이 일본인에 맞서 싸워나가자는 의미로 쓴 이 응원가는 일본을 조소하면서 그들의 면전에서 목청껏 이노래를 외쳐댈 수 있었다고 쓰여 있다. 삼도 청년들의 꿋꿋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거문도의 또다른 아픈역사, 영국군 묘지

또한 거문도는 일명 포트 해밀턴으로 불린다. 이곳은 구한말에 영국군이 2년간 무단 점거한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문도에 오면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백도관광을 최우선으로 삼지만 이와 더불어 거문도등대, 영국군 묘지는 꼭 둘러 봐야할 기본 코스다. 그것은 거문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거문도 고도에 있는 영국군 묘지 가는길
 거문도 고도에 있는 영국군 묘지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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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묘지는 고도에 있다. 1885년(고종 22년) 영국함대는 군함6척과 수송선 2척이 2년간 이곳에 기지를 두었다. 당시 영국해군은 거문도에 머물면서 총기사고와 함께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해 9명의 젊은 병사들이 이곳에 묻혔다. 현재 남아있는 서구식 화강암 묘비에는 1885년 총기 사고로 죽은 2명의 수병과 십자가 묘비에는 1963년에 사망한 수병 1명에 대해서 기록되어 있다.

화강암 묘비에는 군함 크레(Cleopatra)호의 수병 2명(Thomas Oliver/28세와 Henry Green/30세)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나무십자가에는 군함 알비욘(HMS Albion)호 소속 수병 알렉스우드(Alexwood)의 묘비가 남아있다. 묘비에 남아 있는 역사의 흔적처럼 당시 영국군은 우리 힘으로 몰아내지 못하고 결국 청나라의 도움으로 이들이 철수한다.

영국군 묘지에 있는 1885년 2년간 거문도를 점령한 영국 해군의 모습
 영국군 묘지에 있는 1885년 2년간 거문도를 점령한 영국 해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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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고도에는 1885년 영국군이 2년간 무단 점령중 발생한 병사들의 무덤인 영국군 묘지인 십자가 묘비와 화강암 묘비가 있다.
 거문도 고도에는 1885년 영국군이 2년간 무단 점령중 발생한 병사들의 무덤인 영국군 묘지인 십자가 묘비와 화강암 묘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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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원에는 우리나라의 미약한 국력과 거문도 주민들이 처한 안타까운 처지를 되새겨보고, 머나먼 이국에서 명멸해간 영국군 병사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주한 영국대사관이 한영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1983년 위패가 세워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은 시에서 조경사업을 실시해 공원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거문도는 영국군의 주둔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전기를 사용하고 테니스를 쳤던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흥미를 끈다. 거문도 이장 임석희씨가 전한 말이다.

"거문도는 우리나라에서 테니스장이 맨 처음 생긴 곳입니다. 1885년 테니스장을 만들어 놓은 사진과 문헌이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테니스 역사를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요?"

영국군 점령당시 거문도에 국내 최초의 테니스장이 생겼다. 이곳은 문헌과 사진자료를 근거로 만든 고도에 위치한 해밀턴 테스장의 모습
 영국군 점령당시 거문도에 국내 최초의 테니스장이 생겼다. 이곳은 문헌과 사진자료를 근거로 만든 고도에 위치한 해밀턴 테스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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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에는 현재 복식 코트장인 6면(고도2, 턱촌중1, 해군기지2, 한전1)의 테니스장이 있다. 이중 고도에 수년 전 주민들이 시의 협조를 얻어 밭을 개간해 상징적으로 만든 테니스장이다. 그 이름이 해밀턴 테니스장이다.

100년 역사의 거문도 등대에 오르다

거문도에서 꼭 가봐야 할 또 다른 코스가 바로 거문도등대와 녹산등대다. 특히 서도에 위치한 거문도 등대에 가려면 등대를 이어주는 길목인 목넘어를 넘어야 한다. 이곳에 오르면 <1박2일> 강호동이 방송장비를 매고 힘겹게 목넘어를 오르던 바로 그 장면이 오버랩 된다. 목넘어는 태풍이나 해일이 있을 경우 바닷물이 넘나든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지나면 등대를 오르는 길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밀림에 온 기분이다.

거문도 등대를 오르면서 목넘어에서 바라본 거문도의 모습
 거문도 등대를 오르면서 목넘어에서 바라본 거문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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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곳에서 바라본 선바위의 모습은 경이롭기 만하다. 선바위는 바위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붙여진 이름이다. 위에서 보면 검푸른 천위에 노인이 앉아 있는 모양 같다고 하여 노인암이라고도 한다.

남해의 어업기지로 전국의 어선이 몰려드는 거문도 수월산에는 동양최대, 남해안 최초의 등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등대는 1905년 4월 12일 남해안에서 첫 번째로 세워졌다. 100여 년 동안 남해안 뱃길을 안내해온 역사적 가치 때문에 지금은 등대문화유산으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거문등대의 불빛은 15초 간격으로 한 번씩 섬광 한다.

이 불빛은 바다에서는 42km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인공위성을 이용한 전파를 보정해 실시간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도 설치되어 있다. 2000년 1월부터 등탑(높이 33m)이 세워져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1905년 4월 12일 남해안에서 첫 번째로 세워진 거문도 등대는 15초 간격으로 한 번씩 섬광하고 안개끼인 날에는 경적을 울린다.
 1905년 4월 12일 남해안에서 첫 번째로 세워진 거문도 등대는 15초 간격으로 한 번씩 섬광하고 안개끼인 날에는 경적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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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수월산에 위치한 등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동양최대, 남해안 최초의 100년 역사를 가진 거문도 등대의 모습
 거문도 수월산에 위치한 등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동양최대, 남해안 최초의 100년 역사를 가진 거문도 등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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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등대는 25마일까지 불빛을 발산해 동으로는 일본 큐슈, 남으로는 동지나해의 선박들에게 희망의 불빛이 되고 있다. 약 100년 동안 하루같이 15초 간격으로 점등한다. 또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곳에서 백도를 바로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운치는 오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말해도 그 참 맛을 느끼지 못하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등대 앞 관백정(觀白亭)에서 바라보는 남해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대구에서 구경 온 진우 엄마/아빠는 이렇게 표현했다.

"아이구마 속이 확 트입니다."
"거문도 참 조용하고, 평화롭고, 바다가 확트여 좋습니데이." 
"마음의 온갖 병이 확가시는 같아 예, 사진 한번 확 박아 주이소"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거문도여행, #포트 해밀턴, #백도, #거문도등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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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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