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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분당의 대형교회인 A교회는 지난해 말 '연봉 6억 목사'를 시작으로 '20억 전별금 논란'까지 수개월에 걸쳐 여전히 교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목사의 부적절한 행실에서 촉발된 교회문제는 100억대 재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에 내부 재정 감사가 실시되었음에도 의혹은 더욱 증폭되어 성도들이 교회를 상대로 재정장부 열람 및 등사가처분 신청을 하는가 하면 목사와 재정장로, 재정위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경제사범으로 형사고소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평온하던 교회가 분쟁에 휩싸이면 누구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갈까. 나라에 전쟁이나 기근 혹은 재난이 닥치면 그러하듯 지역의 작은 신앙 공동체인 교회에서도 역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계층은 아이들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장애인 관련 부서를 운영하는 교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교회의 분쟁이 생겨도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를 따라 쉽게 다른 교회로 옮길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하지만 얼마 전부터 과자를 만드는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5만 원. 적은 월급을 받지만 그 중 십분의 일을 구별하여 하나님께 드립니다. 우리아이가 드린 작은 십일조가 하나님 나라에 귀하게 사용되길 기도합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선아(가명) 어머니의 글은 많은 성도의 마음을 울렸다. 성년이 된 지 몇 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지적수준은 대여섯 살에 머물고 있는 딸. 홀로서기가 되지 않는 아이를 저 만큼 키워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이 있었는지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기에 선아의 헌금은 어느 부자가 드린 수천만 원의 헌금보다 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교회는 선아처럼 귀하게 드려진 성도들의 헌금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잘 사용되어졌는지에 대한 문제로 시끄럽다. 한쪽은 하나님의 돈을 목사가 자기의 사금고처럼 마구 사용했다는 것에 대한 부도덕성을 문제 삼고 있으며, 다른 쪽에서는 목사의 교회 돈 사용은 대형교회 관례상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데 다른 의도로(불순한 세력의 조종으로) 목사를 음해해 쫓아내려 한다면서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와중에 6000명이었던 성도 수는 4000명으로 줄고 주일헌금과 십일조 역시 대폭 줄어들어 교회 모든 지출을 지난해 대비 적게는 20% 많게는 30% 가량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에 놓여 있다. 수입이 줄어드니 당연히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헌금이 줄어 교육부서별 지출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을 진행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교회는 '구제와 선교'가 아닌 다른 곳에 교회 돈을 사용하겠다고 결정했다. 진실을 알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성도에 맞서 특별재정을 편성,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 방어에 나선 것이다.

 

또한 성도들의 당연한 권리인 재정장부 열람 가처분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고 판단, 꼭 필요한 감사라면 성도들에게 보여주는 대신 교회 돈 수천만 원을 들여서라도 외부 회계감사를 받겠다고 결의했다. 변호사 선임하랴, 외부회계감사 진행하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용되는 것은 물론 소송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게 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런 싸움판에서 승리하는 것은 의외로 외부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분쟁을 겪었거나 분쟁중에 있는 다른 교회의 경우처럼 교회 분쟁을 좋은 사냥터로 보고 외부에서 끼어든 교회분쟁 처리 전문 브로커와 변호사들만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송이 난무하는 소모전에 진입하게 되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과 관계없이 교회 재정은 점점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는 과정에서 지치고 실망한 성도들은 교회를 등지게 될 것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교회 본연의 기능(구제와 선교)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것은 뻔한 일이다.

 

한 때 잘나가던 신도시 대형교회가 목사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과 아집 그리고 그들을 따라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측의 성도들에 의해 하루 아침에 공중분해 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선아는 알까. 하나님 앞에 귀하게 드려진 헌금이 자신은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싸움터에서 서로를 죽이는 총알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선아는 알까. 싸우지 말라, 거짓말 하지 말라, 욕심내지 말라, 착한 사람이 되라 가르치던 목사님과 선생님들이, 장로님과 권사님들이 싸우고, 거짓말하고, 흉보고, 비난하며 미운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싸움이 길어지면 교회의 사역은 마비될 것이고 선아 역시 어쩔수 없이 다른 교회의 장애인부서를 찾아다니며 받아줄 것을 부탁해야 할 것이다. 지역 교회 중 장애인들을 위한 부서를 운영하는 교회가 많지 않기에 선아는 어쩌면 긴 시간 동안 주중학교도 주일학교도 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갑갑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 다른 장애아의 어머니는 교회 사태가 시작되었을 때 이미 아이를 데리고 교회를 떠나기 위해 주변교회 장애인부서를 알아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교회 역시 이미 정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일 년을 넘게 기다려도 자리가 나지 않을 거라 들었다며 깊은 한숨을 쉰다.

 

햇살이 만발한 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소풍을 나왔다. 좁고 답답한 예배실을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며 뛰고, 달리고, 뒹구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문득 저 아이들 앞에 너무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가 목사답지 못해서, 선생이 선생답지 못해서, 어른이 어른답지 못해서, 신앙인이 신앙인답지 못해서 생겨난 이 분쟁.

 

혹시라도 저 아이들과 부모들이 분쟁의 희생자가 되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 교회 저 교회를 기웃거리게 될까봐 가슴이 미어진다. 어디 장애아들 뿐 이랴. 어른들의 이기적인 싸움에 희생되는 모든 아이들.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교회의 분쟁이 속히 마무리되길 기도해 본다.


태그:#봄소풍, #분당중앙교회, #장애인, #교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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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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