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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전, 5월 정신을 계승하자!'

 

올해로 31년을 맞는 5ㆍ18민주화 항쟁을 며칠 앞둔 광주는 지금 5월 정신 계승의 기운이 가득하다. 민주화의 열망을 가슴에 안고 스러져간 영혼들이 잠들어 있는 5ㆍ18 국립묘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스러져간 넋들의 순수한 영혼들의 길을 밝혀주듯 오늘(5월 14일) 묘역의 하늘은 한 없이 화창했다. 묘역에 가는 길에는 '5월 정신 계승', '자주ㆍ민주ㆍ통일 실현', '해방 세상에서 만나자' 등의 깃발이 참배객들을 맞았다. 참배객들은 민주의 문을 통해 5ㆍ18 국립묘지 신묘역에 입장, '5ㆍ18 민주항쟁 추모탑' 앞에서 향을 피우고, 헌화를 하며 민주화의 열망 속에 희생된 넋들을 위로했다.

 

 

청소년 문화연대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인천에서 학생들을 인솔해 광주를 방문했다는 이상호(44)씨는 "나에게 5ㆍ18은 학교에서, 교과서에서 배운 사실들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준 특별한 계기였다"며 "인솔해 온 학생들 역시 5ㆍ18을 통해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87학번이라 소개한 그. 그의 눈빛과 말 속에서 과거 만행들을 다시는 어린 학생들이 겪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햇살이 따스한 묘역. 참배객 중에는 함께 상의를 맞춰 입은 대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충남대 5ㆍ18 참가단 깃발 아래서 만난 이성혁(21)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이곳을 찾았다"며 "후배들과 함께 '민주화ㆍ반독재'의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을 보게 돼 가슴이 벅차다"고 참배의 소감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얘들아! 여기 와서 이거 한 번 읽어보렴"

 

자녀의 현장학습 과제를 도와주기 위해 참배를 결정했다는 김영수(39)씨. 김영수씨는 "올해 다시 고향 광주로 돌아와 살게 됐는데, 아들에게 5ㆍ18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시민들이 독재 정권과 싸웠다는 역사적 진실, 그리고 희생된 넋들이 고이 잠들어 있는 곳이 이곳이라는 것을 아들이 꼭 알아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묘역에는 성인 참배객만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울산 북구 청소년 지원센터 호계느티나무 공부방에서 왔다는 이정근(14)군은 "이곳 국립묘지에 오니까 좀 슬프다"며 "사람들이 당연한 것을 위해 싸우고, 죽어 갔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말을 줄였다.

 

'만약 정근 군에게 31년 전 5월의 광주와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군은 "무서워서 도망갈 것 같아요"라며 "그래도 옳은 것을 위해서 무엇인가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기 계신 사람들 다 그렇게 했던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이군의 반문. 이 반문 속에는 31년 전 5월, 광주에 흩날렸던 희망의 씨앗이 살아 있었다. 역사의 진실 속에서 이 땅 위의 시민들에게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던 창이었던 5ㆍ18은 아직도 역사의 숨결에서 옹골지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웹진 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bonzine.tistory.com)


태그:#518, #민주화, #광주, #망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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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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