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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나 링고의 [無罪モラトリアム], 로비 윌리엄스의 [Life Thru a Lens]
 시이나 링고의 [無罪モラトリアム], 로비 윌리엄스의 [Life Thru a Lens]
ⓒ EMI, 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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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뜬금없는 얘기지만, 지금 내 앞에는 두 장의 음반이 있다. 첫 번째는 동경사변 출신에 시이나 링고의 <무죄모라토리엄(無罪モラトリアム)>, 다른 한 장은 테이크 댓 출신의 로비 윌리엄스의 <라이프 스루 어 렌즈(Life Thru a Lens)>다.

이 두 장의 음반은 카메라를 든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있는 커버의 공통점 외에도 묘한 음악적 포지션의 공통점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들은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중간점에서 왔다 갔다 한다는 뮤지션이라는 거다.

물론 테이크 댓과 동경사변은 완전히 다른 포지션이고, 솔로일 때의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도 장르의 공통점을 끌어와야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이 두 명의 뮤지션들은 '자신만의 음악적 스타일'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구축한 뮤지션이라는 것. 여기서는 '자신만의'라는 문장이 중요하다. 이들은 무대에 홀로일 때, 아니, 홀로일 때도 그 자체로 빛이 난다.

박재범 <테이크 어 디퍼 룩(Take a Deeper Look)>

박재범의 EP [Take a Deeper Look]
 박재범의 EP [Take a Deeper Look]
ⓒ 다이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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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이 컴백했다. 그 이전 발매한 EP에서 B.o.B의 곡을 커버하며 2PM때와는 다른 '자신만의' 음악적 성향을 내비친 이 굴곡 많은 청년은, 이번에 새로 발매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첫 번째 EP인 <테이크 어 디퍼 룩(Take a Deeper Look)>에서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을 해보이며 노골적으로 자신의 지향점을 내비친다.
음반을 감상하기 전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일리어네어 레코즈의 멤버 '도끼', 그리고 <큐 트레인(Q Train)>으로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서 최우수 힙합 음반상을 거머쥐었던 '더 콰이엇'의 이름이다.

알다시피 힙합에 기반을 둔 이 뮤지션들과의 협연은, 도끼의 정규 1집인 <허슬 리얼 하드(Hustle Real Hard)>에서 박재범의 피처링으로 충분히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박재범이 직접 만들어낸 그의 음반에서의 협연은 듣기 전부터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첫 번째 트랙에 걸려있는 더 콰이엇이 피처링한 'Touch the Sky'의 경우 어반한 사운드에 박재범과 더 콰이엇의 랩이 담겨있는 곡인데, 역시나 더 콰이엇의 향이 역시 상당히 강력하게 물려나오는 곡이다. 그럼에도 박재범의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함은 없는데, 특히 박재범이 추구하는 힙합의 모습 가운데 후에 나올 'LEVEL 1000'의 서던 스타일과 좋은 비교가 되는 트랙이기도 하다.

타이틀곡이자 얼마 전 공중파에서 <나는 가수다>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은 임재범을 물리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Abandoned'은, 그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이자 기반이기도 한 알앤비 스타일의 댄스 팝이다. 약간은 빠른 비트의 곡으로, 언젠가 그가 인터뷰를 통해 항상 좋아하는 뮤지션이라 밝혔던 크리스 브라운이나 어셔를 위시한 최근 팝 씬의 유행하던 사운드위에 도끼의 피처링이 가미된 곡이다. 특히나 주목할 점은 알앤비에 얹히는 그의 음색인데,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게 생각보다 상당히 잘 어울린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또 다른 아이돌 출신 알앤비 뮤지션, 빅뱅의 태양과 후에도 좋은 비교대상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을 실어주기도 한다.

다비치의 강민경이 피처링한 '오늘밤' 같은 경우에는, 어정쩡한 포지션을 잡기보다는 얼마 전 발매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리믹스 음반의 괜찮은 사례처럼 다른 뮤지션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좀 더 실험적인 구성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곡이지만, 다음 트랙인 '너 없이 안돼'나 'Don't Let Go'는 이 음반이 가진 박재범의 진짜 능력을 확인 할 수 있는 소중한 곡들이다. 실제로 그의 알앤비적 감성은 가요에 익숙한 한국의 대중들의 귀를 단박에 휘어잡는 마력적인 훅이 있다기보다는 억지스럽지 않고 마치 미국 본토의 그것처럼 상당히 평탄하게 흐름이 이어진다는 점이 강점인데, 약간은 뭉개지는 지금의 사운드나 라이브 실력이 좀 더 깔끔하게 정비되어 나온다면 그의 홀로서기의 진정한 성공은 곧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도끼와의 협연이 이루어진 'LEVEL 1000'은 왠지 도끼의 음반에 박재범이 피처링을 한 것 마냥 도끼의 카테고리 안에 박재범이 끼여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마지막 트랙이자 백미와 같은 곡인 'Bestie'는 박재범이 가지는 래퍼와 보컬로서의 역량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의 도전, 그 절반의 성공

KBS <뮤직뱅크>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공중파를 휩쓸고 있는 박재범.
 KBS <뮤직뱅크>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공중파를 휩쓸고 있는 박재범.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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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의 새로운 EP인 <테이크 어 디퍼 룩(Take a Deeper Look)>은, 그동안 박재범이 스스로 도전하고자 하는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프로듀서와 작곡가, 그리고 가수의 이름으로 쏟아 부은 음반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사실 이 정도의 수준이면 한국의 알앤비 소울, 힙합씬에 상당히 신선한 촉매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것도 그 많은 굴곡을 거쳐 스스로 홀로서려는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있다는 느낌이 더 해지면, 이 다재다능한 청년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지는 것이다.

물론 로비 윌리엄스의 사례처럼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으며, 시이나 링고처럼 양자의 위치에서 스스로를 아티스트의 범주로 이끄는 과정도 쉽지 않으며, 혹은 저스틴 팀버레이크 처럼 트렌드를 창조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첫 번째 도전이, 완벽하진 못해도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 할 만큼의 성과를 들려준다는 것은 그가 <뮤직뱅크>에서 2주 연속 1위를 했다는 사실, 혹은 논란만큼 우리가 더 주목해야할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태그:#박재범, #뮤직뱅크, #음반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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