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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 <나는 반대한다>를 출간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010년 8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 <나는 반대한다>를 출간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010년 8월)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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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주물단지(신소재산업단지) 조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가 협의가 완료된 해당 환경영향평가서가 절차와 방법은 물론 기법상 많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주민들은 충남도에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예산주물단지 조성예정지 주변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서를 토대로 '주물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의견서'를 내놓았다. 주민들은 이 의견서를 지난 12일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전달했다.

김 교수는 의견서를 통해 먼저 "입주예정업체들이 연료를 코크스에서 LNG로, 용해과정에서 개방형 후드가 아닌 갭쳐형 후드를 사용해 대기오염을 줄이겠다는 계획과 장치형 초기우수처리시설로 빗물로 인한 오염을 줄이겠다는 계획 등은 환경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이 남아 있다"며 입주 업체들의 공해성 평가, 환경영향평가 방법과 절차, 환경영향평가 기법 등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오염물질 평가] "독성강한 휘발성 오염물질 간과하고 있다"

주물 생산공정별 발생하는 유해물질 요약표. 경남지역환경기술센터 자료집 발췌
 주물 생산공정별 발생하는 유해물질 요약표. 경남지역환경기술센터 자료집 발췌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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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금강유역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예산주물산업단지 입주업체들로 인한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악취 등에 대해 '현재보다 오염도의 상승이 극히 미미하거나 상승이 없어서 유의미한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대기오염방지 시설을 설치하면 미세먼지는 90%, 다른 오염물질은 80%가 제거되는 것으로 가정, 오염 상승도가 아주 미미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인천 서부산업단지나 다른 주물단지 오염도를 감안해 볼 때 객관성을 결여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물산업 전 공정에서 측정이 잘 되지 않는 유독한 휘발성 오염물질이 많다"며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철과 고철을 전기로에서 용해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순물, 모형을 제작하고 조형해서 주물을 제조하는 공정에서는 독성이 강한 페놀류, 아민류, 알데히드 등 오염물질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포집이 되지 않고 비산되어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 다산주물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은 아토피 등 질환 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주변 초등학교는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놓고 있다.

김 교수는 "주물공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휘발성오염물질과 이를 포함한 비산분진"이라며 "예산으로 이전하려는 업체가 있는 인천서부산업단지에 있는 상당수 업체가 현재 비산분진발생 사업장으로 분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환경영향평가서는 주물산업의 환경영향을 제대로 평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환경영향평가 기법] "오염 평균농도 훨씬 높을 것"

김 교수는 "풍향과 저기압 등 특수한 기상조건에서는 악취와 매연이 10분만 계속돼도 주민들은 큰 고통에 시달리고 농작물은 말라 들어 가고 열매는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사업시행 후의 연평균 농도와 24시간 농도를 제시했는데 두 농도 간 차이가 거의 없다"며 "이는 24시간 농도를 연평균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24시간 농도는 연중 오염농도가 가장 높은 때(오염도가 가장 높은 날)를 골라 평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

김 교수는 "경험으로 볼 때 24시간 평균농도의 연간 최고치는 연평균치의 약 4~5배, 1시간 평균치의 연간 최고치는 연평균치의 10배 이상에 이른다"며 "이를 감안하면 예산주물공단 인근 지역 평균 농도는 환경영향평가서가 제시한 값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북 고령의 다산주물단지와 약 1.5km 떨어진 인근 마을의 비닐하우스위에 주물단지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이는 분진이 닾여 있다.
 경북 고령의 다산주물단지와 약 1.5km 떨어진 인근 마을의 비닐하우스위에 주물단지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이는 분진이 닾여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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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절차와 방법]
"사업하지 않는 대안은 왜 검토 안 했나"
   
김 교수는 환경영향평가 절차와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원래 취지로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 중 하나가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갈등 해소"라며 "하지만 주민들과 이웃 당진군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근 농지와 목장(태신목장), 주민들이 받게 될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점이 예측됨에도 거의 언급이 없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만 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물단지를 조성했을 때와 조성하지 않았을 때 경제성 등 효과를 마땅히 비교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해당 지역 명품으로 알려진 꽈리고추, 두견주 생산과 친환경 목장 등 산업활동에 대한 평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이와 관련 인근 태신목장 사업주는 "꽈리고추 등 농업생산 이득을 제외한 목장 체험객만 연간 10만 명인 반면 주물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지방세 수입은 연간 5억 원에 불과하다"며 "주물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경제성과 지금의 농업과 체험목장 등으로 인한 산업효과를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사업시행으로 인한 대기, 악취, 소음 환경영향을 환경기준과 비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며 "환경기준은 대도시나 산업단지에 맞추어 최소한 지켜야 할 기준이지 농·산촌이나 관광휴양지에 적용시킬 수 없는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보편적 원칙은 '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개발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며 "환경이 더 악화되더라도 국가 환경기준 이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보편타당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대안은 사업을 하지 않는 안"이라며 "사업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에 대한 경제성 및 자연환경영향 등에 비교평가 없이 단지 정부 환경기준을 만족시킨다는 이유로 인근 지역의 피해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제안] "이주 안 하고 환경개선 하는 게 더 용이..."

예산 주물산업단지(예산 신소재산업단지) 예정지 위치도 . 인근에 체험 목장을 비롯  농경지와 인가가 접해 있다.
 예산 주물산업단지(예산 신소재산업단지) 예정지 위치도 . 인근에 체험 목장을 비롯 농경지와 인가가 접해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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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결국 "충남 예산으로 이전하려는 인천서부산업단지 주물업체들이 환경개선 의지가 있다면 기득권이 있는 현재 장소에서 환경개선을 하는 것이 더 용이하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공해산업으로 알려진 기업들이 도시 가운데서 가동되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이 경우 끊임없이 환경관리를 개선하거나 관리가 보다 느슨한 다른 나라로 이주해 가는 경우는 있어도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충남도와 예산군에 대해서도 "산업단지를 유치해 얻는 이익과 이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을 잘 판단해 숙고 해서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주민 반응] 주민대책위 "환경영향평가 보완하는 추가연구해야"

이같은 김 교수의 의견은 환경영향평가 보완을 요구해온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예산과 당진지역 주물단지조성반대주민대책위는 충남도에 현재 주물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는 인천, 진해, 고령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예산군 주물산업단지 입주예정지 및 주변 지역에 대한 오염농도 예측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대전충남시민환경연구소'도 최근 의견서를 통해 "'충남도산업단지심의위원회'가 환경영향평가서 적시된 환경저감시설에 국한한 평가의견을 요청했지만 단순 수치 재검산은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며 "객관적 연구를 위해서는 단순 재검산이 아닌 타 지역 사례연구 등 최소 6개월 정도의 추가 연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당진군 면천면사무소에서 주민간담회를 갖고 예산주물산업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3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당진군 면천면사무소에서 주민간담회를 갖고 예산주물산업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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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주무부서는 "산업단지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상 6개월 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도 이미 1년여가 넘어섰다"며 "오는 18일 산업단지심의위원회에서는 찬반주민들의 얘기와 반대주민 얘기, 사업주 얘기들 들은 후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단지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은 이명박 정부 들어 만들어진(2008년 9월) 것으로 예전의 경우 산업단지 지정승인과 산업단지 실시계획승인 절차가 따로 진행됐지만 특례법으로 두 절차가 하나로 통합됐다. 이에 따라 산업단지 승인 신청 후 최종 인허가까지 최소 2년에서 길게는 4년이 걸리던 일이 6개월로 크게 줄어들었으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개발이익 및 투기목적의 산업단지가 난립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희정 충남지사는 12일 반대대책위 주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산업단지심의위원회에) 쟁점이 살아 있는데 이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결론을 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18일 예정된 충남도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에서 주민들의 환경영향평가 보완연구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교수의 의견서가 더해져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보완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심의위원회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때문이다. 반대대책위 주민들은 심의위원회 하루 전인 오는 17일 충남도청 앞에서 환경영향평가 추가연구를 요구하는 집단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예산 신소재산업단지 주식회사(이하 예산주물단지)는 지난해 7월 27일 충남도에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주물공장(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을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m²(약 14만5000평) 부지에 오는 2013년 주물산업단지를 완공하는 계획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놓고 지역주민들은 환경오염을 우려하며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입주저지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태그:#김정욱, #에산주물단지 , #오염물질, #충남도,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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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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