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먼저 저는 경찰관입니다. 최근 경찰청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3색 신호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개선안과 반대 의견 또한 많은 것도 압니다.

물론 제가 경찰관이다 보니 제 글이 '뻔할 것이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저 또한 10년 넘게 운전하고 있는 운전자고, 가족은 물론 제 주변 수많은 사람 역시 극히 평범한 운전자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현재 살고 있는 집(개포동)까지 가는 길에서 시범 운영중인 3색 신호등을 자주 접합니다. 그래서 거의 매일 3색 화살표 신호등 신호에 따라 진행·정지·좌회전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이 글은 그런 제 개인적 느낌을 정리한 겁니다.

3색 신호등, 멀리서도 좌회선 차선 확인 가능

과거에는 모두 직진 차선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면, 현재는 좌회전이 가능하지만 대기중이라는 걸 노면을 보지 않고도 멀리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최소 100미터 전에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좌회전 차선을 멀리서도 알 수 있게 개선
▲ 3색 신호등 좌회전 차선을 멀리서도 알 수 있게 개선
ⓒ 박승일

관련사진보기


먼저, 현재 시범 운행중인 을지로2가 사거리에 설치된 3색 신호등을 사례로 보겠습니다.

한남대교를 지나 남산1호 터널에서 종로방향으로 직진하다 을지로 2가에서 좌회전을 할 수 있는 차선은 1, 2차로입니다. 그런데 초행길이라면 그걸 알기 어렵습니다. 약간 언덕진 성모로터리를 넘어서자마자 바로 사거리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3색 신호등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지형적으로 높은 곳에 신호등이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추진 중인 신호등은 운전자가 운행 중인 차선이 직진 차선인지, 좌회전 차선인지를 쉽게 미리 알려줍니다.

을지로2가 사거리는 1차로와 2차로가 좌회전 차선이고 3, 4차로가 직진 차선입니다. 그 이유는 시청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차량이 워낙 많아 교통량을 따져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모르고 '2차로는 직진 차선이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 과거 좌회전 차선에 정차했다가 직진 차선인 3차선으로 무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무리한 끼어들기나 차선 변경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또 화살표 방향을 정확한 위치대로 쉽게 표시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보조 표지판은 이제 사라져 미관상으로도 깨끗해질 겁니다.

아래와 같은 보조 표지판은 없어질 수 있습니다
▲ 3색 신호등 아래와 같은 보조 표지판은 없어질 수 있습니다
ⓒ 박승일

관련사진보기


다른 예를 하나 더 들겠습니다. 우리나라 도로는 3거리는 물론이고 5거리까지 다양합니다. 과거 만들어진 도로가 아직 정비가 안 된 부분도 있고 지리적으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조 표지판이 많이 필요해 미관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색 신호등은 화살표 방향을 다양하게 표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런 의견 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많다고 합니다. 또한 내일(13일)은 국민 공청회도 예정돼 있습니다. 여러 의견 가운데, 적색 화살표(좌회전 정지) 신호를 직진 정지 신호처럼 적색 등으로 교체하는 의견도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제가 서두에 소개한대로 해당 차선이 '좌회전 차선'인지 '직진 차선인지'를 미리 알려주는 효과는 없습니다.

사실, 현재  적색 신호가 직진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가지 않습니다. 대다수운전자는 녹색신호에 진행하고 황색 신호에 진입을 자제하며 적색 신호에는 정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좌회전 화살표를 원형 적색신호로 교체하거나 '적색×'로 변경하자는 의견은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불러 올 수 있습니다. 특히 적색 좌회전 화살표에 '×'를 표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몇 해 전부터 직진후 좌회전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번 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 정책을 반대하고 원래로 되돌리자는 의견은 듣기 어렵습니다.

보조표지판이 사라져 미관상으로도 좋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적색 화살표는 이미 많은 분이 '진행금지'를 뜻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호입니다.

가끔 뜻하지 않게 신호를 위반하거나 차선 위반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행길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지방도로나 낯선 곳에서는 저 또한 그렇습니다. 그래서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차선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안다면 그런 위험성은 줄일 수 있습니다. 

고의적으로 알면서도 위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분명 좌회전 차선을 미리 알려준다는 점에서 3색 신호등은 유용한 신호체계입니다.

끝으로, 예산 또한 낭비가 아니라 절약이 됩니다. 신호등 크기 자체가 줄어듭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전구는 물론이고 전력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불필요한 보조표지판 또한 설치할 필요가 없어 설치 비용도 절감됩니다. 앞으로 노후한 신호등을 우선 교체하면 한꺼번에 많은 예산이 소요될 일 또한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승일 기자는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박 기자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경찰, #박승일, #교통, #신호등, #3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