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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베란다 채소 농장>
 책 <베란다 채소 농장>
ⓒ 팜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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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기른 웰빙 채소로 따스한 햇살 아래 브런치를!"

이런 문구가 붙어 있는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왠지 내 마음도 싱그러워졌다. 책의 부제처럼 베란다에 작은 화초 하나만 키워도 '하루하루가 싱그러운' 나날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의 판권은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베란다 채소 농법을 잘 포착하여 펴낸 '오렌지페이지' 라는 일본 정보 매거진이 갖고 있다. 정보의 메카라는 일본 잡지답게 베란다에서 채소 기르기에 필요한 온갖 정보가 다 들어 있는 책이 바로 <베란다 채소 농장>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람들도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에 집안에서 화초를 가꾸며 산과 들에 널린 초록의 싱그러움을 대신하려는 작은 소망들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화초 기르기가 그다지 만만치 않다는 사실.

책의 맨 첫 장은 채소가 잘 자라는 가장 기본 요소인 좋은 흙 만들기에 대해 소개한다. 채소를 처음 키우는 사람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흙만 잘 고른다면 무난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채소를 처음 키운다면 뿌리를 튼튼하게 내릴 수 있도록 입자가 알맞고 재배에 필요한 양분이 섞인 배양토를 쓰는 것이 좋아요. 집 안에서 키울 예정이니,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어야 하겠지요. 화학 비료가 아니라 유기질 양분을 첨가한 채소용 유기배양토를 고르세요. 요즘 나오는 유기 배양토는 처음 옮겨 심을 때 넣어주는 밑거름이 들어 있어, 그대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답니다."

좋은 흙 고르기가 어렵다면 그냥 화초 파는 곳에서 권하는 유기 배양토를 사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화분에 재배하는 경우는 비도 맞지 않고 흙의 양도 적기 때문에 쉽게 건조하다. 그렇다고 하여 조금씩 자주 물을 주게 되면 썩거나 뿌리가 얕게 내리는 문제가 생긴다.

방울토마토, 일주일에 물 몇번 주면 될까?

아이가 학교의 체험학습으로 방울토마토 모종을 화분에 심고 왔는데 하는 말이 "엄마, 물은 수요일과 일요일에 한 컵 정도 듬뿍 주면 된대요." 그런다. 조금씩 자주 주는 것보다 며칠에 한 번씩 듬뿍 주는 것이 화초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에 도움이 된다.

화초 키우기 초보자라면 새싹 채소를 키워 보는 것도 좋다. 오랜 기간 키우지 않더라도 금방 수확하여 채소를 직접 맛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루콜라, 순무, 적겨자채, 갓, 교나 등의 씨앗을 사서 물이 잘 빠지는 화분에 유기배양토를 넣고 뿌려 준다.

물은 밝은 그늘에서 분무기로 아침저녁 2회씩 준다. 1주일이면 싹이 돋는데, 빽빽하게 자란 부분은 솎아주어야 한다. 한 달 후에 수북해진 작은 잎들을 수확하여 먹으면 된다. 잎을 뜯을 때 아래쪽을 손으로 뜯으면 남겨진 줄기에서 새로운 싹이 잇달아 자라 오랫동안 수확할 수 있다.

초보자에게 적합하면서 자주 먹을 수 있는 채소에는 쑥갓도 있다. 쑥갓은 집에서 재배하면 부드러운 어린잎을 생으로 먹게 되는 이점이 있다. 봄과 가을, 이렇게 두 차례나 씨를 뿌릴 수 있고 겨울 내내 오래 수확이 가능하니 그야말로 매일 먹는 게 가능한 채소다.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방울토마토 모종을 가지고 오는 바람에 방울토마토 키우기를 집중적으로 보게 되었다. 모종을 구입하면 가능한 한 빨리 큰 화분에 심어야 한다. 토마토는 웃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품종에 따라 키가 160 센티나 자란다고 하니 반드시 지주대를 세워 주어야 한다.

일조량도 무척 중요한데, 햇빛이 적으면 열매가 잘 맺지 않거나 크지 않는다. 그러니 집안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자리에서 키워야 한다. 키가 지주대 높이를 넘어설 만큼 자라면 원줄기의 생장점 끄트머리를 잘라 생장을 막는다.

줄기에 하얀 가루 같은 것이 떨어진다면 가지과 식물에 자주 생기는 온실가루이라는 병충해가 생긴 것이다. 이것이 많이 생기면 줄기 수분을 다 빨아들여 시들어버리니 잎의 뒷면에 하얀 반점 같은 것이 발견되면 물로 깨끗이 씻어낸다. 방울토마토의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나서 수확하기까지는 한 달 반쯤 걸린다.

농사에 문외한인 나에게 아이가 준 '방울토마토 기르기' 숙제는 참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 책에서 전하는 대로 따라 하면 나도 꽤 괜찮은 베란다 농장을 가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뼈저리게 느낀 것은 베란다에서 채소 기르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참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다. 한 묶음에 천원하는 야채를 사 먹으면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다시금 농사꾼들의 피땀을 생각하게 된다.

베란다에서 채소 몇 개 키우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비료 값도 제대로 안 나온다는 농사일은 얼마나 신경 쓸 일이 많고 까다로운 작업일까. 채소를 먹으며 농사지은 이들의 노고를 생각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내일은 아이가 가져온 방울토마토 모종을 큰 화분에 옮겨 심어 봐야겠다. 여자 아이들 키만큼 자라도록 베란다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놓아 나도 한 번쯤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


베란다 채소농장 - 하루하루가 싱그러워지는

오렌지페이지 출판편집부 지음, 정난진 옮김, 김은경.서명훈 감수, 팜파스(2011)


태그:#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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