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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
 책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
ⓒ 나무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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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진영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난 후 그녀의 암 치료 행적에 대한 논란이 한때 분분했다. 침뜸이라는 전통 의학적 치료가 해악이었다는 그녀 전 남편의 주장과 오히려 병을 이길 수 있는 힘이었다는 기자 이상호 씨의 논란은 여전히 그 불씨가 가라앉지 않는 듯하다.
책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는 이상호 기자가 90일간 장진영 씨의 침뜸 치료를 취재한 것이다. 비밀리에 진행된 고 장진영씨의 침뜸 치료는 이 책에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병마와 싸우던 아름다운 여배우의 안타까운 모습과 그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침뜸 치료사 구당 선생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기자의 가장 큰 임무라 말할 수 있는 '팩트(사실)의 전달'에 충실한 이상호 기자의 기록을 따라가 보자.

이상호 기자가 처음 장진영씨의 침뜸 치료를 권하게 된 계기는 진영씨의 소속사 부사장의 전화를 받고 나서였다. 평소 구당 김남수 옹과의 친분이 있었던 이상호 기자에게 소속사 부사장은 장진영씨를 살려 달라고 간곡한 부탁을 한다.

저자는 돈에 관심 없는 구당 선생을 설득하여 치료를 하려면 침뜸을 알릴 수 있도록 진료 기록을 공개하자고 말한다. 장진영 씨는 이 기자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고 비밀리에 침뜸 치료가 진행된 것이다.

10월의 어느 날 진료 기록을 보면 구당 선생은 비단 침술만 행한 게 아니라 장진영씨에게 희망의 의술을 전하지 않았나 싶다. 며칠의 침뜸 치료로 원기를 회복한 진영씨는 구당 선생에게 "선생님, 저 마치 정상인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때가 가장 힘들다는 1차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딱 열흘 째 되는 날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주 힘들어했을 텐데 침뜸 덕분인지 밥도 잘 먹고 메스껍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이런 진영씨에게 구당 선생은 겁먹지 말고 밥 잘 먹고 침뜸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란 희망적인 말을 한다.

침뜸 치료를 받는 동안 진영씨는 신기하게도 회복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는 실제 초음파 진료에서도 암이 줄어든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진영씨의 치료 효과도 놀랍지만 나는 구당 선생의 삶 또한 놀랍단 생각이 들었다.

50년 이상을 떡시루만 한 17평 서민 주택에 살면서 재벌들로부터 감사의 표시로 받은 기부금과 건물을 모조리 환자들을 위한 침뜸 봉사 시설로 내놓는 구당 선생. 누가 그를 '침뜸이라는 엉터리 의학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며 비난할 수 있을까.

엄연히 침과 뜸은 우리 전통 의학에 명시된 의술이건만, 마치 잘못된 미신처럼 치부하는 현대 의학의 논란들이 어리석어 보인다. 하다못해 우리의 어머니들도 아이가 소화가 안 되거나 본인들이 혈액 순환이 안 된다 싶으면 간단한 수지침 요법으로 통증을 완화하지 않던가.

"뜸의 또 다른 효능은 독한 약의 해독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항생제를 투약하는 암환자들이야말로 반드시 뜸을 떠야 한다. 뜸을 못 뜨게 하는 병원과 의사들을 보면 가서 얘기해 주고 싶다. 당신이 한 번 약을 먹어 봐라,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러나 뜸을 뜨면 편해진다.

그렇다고 항생제의 작용이 멈추는 게 아니다. 오히려 치료 효과가 좋아진다. 서울대병원에서도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치료 효과가 더 좋은 것 같다고 진영이 니가 그랬잖니? 약의 남발이 걱정이다. 약을 파는 사람은 한 알이라도 더 팔려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병원도 버틸 수가 없다. 비싼 약을 많이 먹이면 뻔히 돈이 되는데 그걸 이겨낼 의사가 얼마나 있겠니?"

장진영씨의 치료 동안 희망과 절망을 오고가는 이상호 기자의 글은 읽는 이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녀의 치료가 빛을 보지 못하고 결국 장진영씨의 죽음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침뜸이 암 치료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망 선고를 앞둔 진영씨에게 침뜸이 희망을 주고 통증을 줄여 주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 책의 출판을 앞두고 이상호 기자를 비롯하여 구당 김남수 옹은 온갖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침뜸 치료가 과연 엉터리 진료 행위인 걸까? 그건 치료를 받은 이만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이상호 기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심 끝에 침뜸 취재 기록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장진영 씨가 사망한 만큼 그동안 공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땅속에 묻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SBS <뉴스추적>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해 구당과 장진영 씨의 선의가 짓밟힌 것은 물론, 나와 취재 기록 모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의사들이 아닌 국민이 심판해 주시기를 엎드려 청할 뿐이다. 이제 두려움 없이 심판대에 오른다."

이 책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침뜸은 암 환자의 고통을 줄여 주고 희망적인 마음을 준다는 데에 동의하고 싶다. 아마 고 장진영씨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 - 구당 김남수, 장진영 침뜸 공개 치료기

이상호 지음, 나무와숲(2010)


태그:#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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