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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골목길 계단 아래에는 평소에도 청소년들이 모입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 계단 아래에는 평소에도 청소년들이 모입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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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10일)에 붙여서 월요일을 자유휴업일로 지정해 쉬는 학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골목길이 시끌시끌합니다. 집 앞 계단에 삼삼오오 모여앉은 여학생들의 발랄한 깔깔거림도 들리고, 변성기를 맞은 듯한 걸걸한 남학생 목소리도 들립니다.

점심을 먹은 딸이 이웃 친구 집에 놀러 간다고 준비를 하는 사이에 밖에서 누군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도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다 걸린 것 같습니다. 인적이 드문 집 앞 계단은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가끔 나를 보고는 슬쩍 담배를 손으로 가리며 얼굴을 숙이기도 하고 얼른 발로 비벼 끄기도 한 것을 몇 번 본적이 있습니다.

나의 사춘기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래침을 뱉고, 꽁초와 음료수병 심지어는 컵라면, 떡볶이 등 먹다 남은 음식을 거리낌 없이 바닥에 버리는 것 때문에 경찰지구대와 인근 학교에서 단속을 나오기도 했습니다.

집 앞에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많습니다. 불까지 피운 흔적도 있습니다.
 집 앞에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많습니다. 불까지 피운 흔적도 있습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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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나서던 딸이 다시 황급히 집으로 들어오면서 겁먹은 얼굴을 합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이웃 집 앞이 아수라장입니다. 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과 계단 아래에는 여학생 서너 명이 앉아 있습니다. 겁먹은 딸을 달래서 이웃 친구 집까지 데려다 주고는 앉아 있는 남학생 두 명과 대화를 했습니다.

"이거 너희가 그런 거냐?"
"아니요. 절대로 저희가 안 했어요. 원래 이렇게 있었어요."
"여기서 노는 것은 좋은데, 이렇게 쓰레기장을 만들어 놓으면 다시는 못 놀지도 모른다."
"진짜, 우리가 안 했어요. 그냥 앉아만 있었어요."

담배꽁초와 먹다 버린 쓰레기에 불까지 피웠습니다. 타다남은 것에는 우편물도 있었습니다. 어젯밤 늦게까지 서너 명의 청소년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이 했을 거란 추측을 해봅니다. 청소하기 위해 집으로 들어가 빗자루를 들고 나오는 순간, 골목길로 경찰들이 들어서는 게 보였습니다. 갑자기 아이들이 줄행랑을 칩니다.

도망치다 붙잡힌 청소년들이 경찰의 추궁을 받고 있습니다.
 도망치다 붙잡힌 청소년들이 경찰의 추궁을 받고 있습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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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신고를 한 것 같습니다. 잠시후, 여학생 몇 명이 붙잡혔습니다. 경찰이 내게 다가와 아이들의 소행이냐고 묻기에 저 아이들은 아닌 것 같고, 어젯밤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경찰이 여학생들에게 담배를 내놓으라고 했는지 아이들은 소지품을 꺼내 보입니다. 하지만 담배는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후 달아났던 남학생이 쫓아 간 경찰에 붙들려 왔습니다.

경찰은 청소년들에게 흡연에 대해 묻고 일일이 손에서 냄새를 맡으며 추궁을 합니다. 그제야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경찰이 잠시 훈계를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청소 하는 제게 경찰이 와서는 다시 이것저것 묻습니다. 본대로 알고 있는 대로만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갈 데가 없으니까, 여기서 담배 피우는 것은 알겠는데 이건 좀 너무 심하네요."
"아닙니다. 무리지어 있는 것으로도 주민에게 위압감을 줍니다. 자주 순찰을 하겠습니다."

경찰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저만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딸 같은 어린이들에게는 청소년들이 무리지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압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한 심리학자 말을 들어보니 청소년 시기에 무리지어 다니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동물적인 본능이라고 하더군요. 청소를 끝내고 잔뜩 흐린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어쩌면 저 위에 CCTV가 달릴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태그:#담배, #흡연, #청소년, #경찰, #위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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