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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하게 나란히 침, 부황, 약을 쓰는 조각이 있다
▲ 부황을 뜨는 모습 이웃하게 나란히 침, 부황, 약을 쓰는 조각이 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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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아래 시골마을, 경남 산청군은 1999년 드라마 <허준>의 열풍으로 일약 약초와 한방, <동의보감>의 고장으로 거듭났다. 진실과 허구가 적절하게 가미된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신의(神醫)' 류의태 선생과 그의 제자 '의성(醫聖)' 허준이 공부하고 활동했던 지방이라는 내용은 한적한 시골마을 산청이 한방약초관광의 고을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똥찬 기회를 제공했다.

원래 산청군은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릉이 왕산 아래 돌무덤으로 있는 곳, 고려시대 삼우당 문익점 선생이 목화를 심어 백성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게 한 곳, 조선시대 실천을 중요하게 여겼던 남명 조식 선생의 가르침이 있던 곳, 신라시대 원효와 의상대사가 설법을 공부하던 율곡사와 정취암이 있으며, 현대불교의 큰 스승인 성철스님의 생가 터와 겁외사가 있는 곳으로만 알려진 작은 농촌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허준'의 성공을 계기로 산청군은 전국 최고의 한방약초관광의 고장으로 재탄생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산청한방약초축제(http://www.scherb.or.kr)'를 개최하여 2011년 현재 11년째를 맞고 있다. 여기에 2013년에는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전통의학국제종합엑스포인 '2013 산청세계전통의학엑스포'를 준비 중에 있다.

한방테마공원 안에 있다
▲ 12간지 분수 한방테마공원 안에 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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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목) 어린이날 아침, 나는 친구들과 서울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경남 산청으로 향했다. 7시 30분에 사당역에 집결하여 3시간 정도를 달리니 이내 산청에 도착했다. 고속도로의 개통이 시골 산청을 서울과 지근거리로 만들어놓았다.

당초 길이 막힐 것을 예상한 우리들은 산청에 도착하면 바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시간 여유가 많아 무속인들 사이에서 전국 제일로 기(氣)가 강한 터라고 알려진 왕산과 팔봉산 아래에 위치한 한방기체험관과 전시관으로 변경하여 개관을 준비 중인 구 국새전각전 앞으로 갔다.

원래 이곳은 참여정부 시절 국새를 만들기 위해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전각전을 세워 국새문화원을 만들고 있었지만, MB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새를 만들 능력이 없는 사람이 국새사업을 추진한 것이 문제가 되어 국새전각전 자체가 거의 쓸모가 없어져 버린 상태라 산청군이 한방기체험관과 전시관으로 사업방향을 변경하여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기가 넘치는 곳이다
▲ 거북바위 기가 넘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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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공사장인 이곳의 등황전 뒤편에는 높이가 6~7미터는 되고 무게가 140톤에 달하는 거대한 거북바위가 있다. 등황전을 만들면서 수십 리 밖에서 이곳으로 바위를 옮겨와 '황기'라는 글씨와 다양한 '천부인각'을 새겨놓았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왕산과 필봉산의 정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터에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 거북바위에 이마와 양손을 대고 한 가지씩 소원을 비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나도 동료들과 함께 이마를 바위에 대고, 양손을 벌려서 바위를 포옹하는 듯 자세로 소원을 빌었다. 결과는 나중이지만, 일단 기분은 좋았다. 정말 좋은 기운을 받은 느낌이다. 하지만 거짓으로 국새를 만들어 탈이 난 배신의 터 위에 있는 바위라 약간은 찝찝함도 있기는 했다.

거북바위에 소원을 빈 일행들은 아래로 향했다. 동서남북 모두 산세가 장관이다. 이곳 왕산과 필봉산 아래의 지세와 멀리 보이는 황매산 자락과 앞에 펼쳐진 동의보감촌과 한방테마공원에 감동하는 표정이다. 풍수지리를 전혀 배우지 않은 나 같은 손방이 보기에도 정말 좋은 터에 자리 잡은 느낌이다.

류의태 선생을 해부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재현
▲ 해부동굴 류의태 선생을 해부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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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청한의학박물관(http://museum.sancheong.ne.kr)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중간에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 중에 하나인 류의태 선생의 시신을 해부하는 허준의 모습을 재현한 해부동굴이 나온다. 물론 드라마의 한 장면을 재현한 바위동굴과 모형이지만, 재미있고 놀랍다.

아래로, 단군신화를 주제로 곰과 호랑이의 형상을 만들어 쑥과 마늘을 먹는 우리 민족의 약초이용에 관한 역사와 한의학의 내용을 말하는 듯한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는 한방테마공원도 보인다. 산청군에서 한방과 약초를 알리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듯하다.

가로등, 불은 약탕기 하부에 있다
▲ 약탕기를 형상화한 가로등 가로등, 불은 약탕기 하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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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한가운데에서 물을 깃는 처녀의 조각은 약탕기에 물을 담고 있고, 허리 높이의 가로등도 인사를 하면서 약탕기를 들고 있는 처녀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만들어져 있다. 휴지통도 약탕기 모양으로 되어 있다.

대충 야외를 둘러 본 다음, 한의학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산청군은 지리산 천왕봉 아래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고장으로, 청정한 자연환경 덕에 질 높고 효능이 뛰어난 다양한 약초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2000년부터 약초와 한방을 군의 중점 육성사업으로 정하여 추진하여, 2005년 지리산 약초연구발전특구 지정, 2006년 우수 한약재 지원사업 시범군으로 선정되어 약초 재배면적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내부
▲ 한의학박물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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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내부는 우리의 한의학 역사와 발전과정을 소개하는 방과 한의학의 전통요법, 전통의학에서 미래의학으로 발전하고 있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방, 관람객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한방요법으로 점검, 진료해볼 수 있는 체험방, 약용식물 이용의 역사와 분류, 사용방법 등을 소개하는 방 등이 있어 좋은 공부가 되었다.

박물관을 둘러본 다음, 야외의 한방테마공원을 살펴본다. 단군신화와 관련된 거대한 곰과 호랑이의 형상이 참 보기에 좋다. 중간 중간에 12간지를 형상화한 동물분수, 침과 뜸, 한약을 사용하는 한의학의 치료 형상을 조각한 작품, 손과 발, 내장 등을 형상화한 조각상도 보인다.

아래로 내려가니 대형 야외무대와 공연장도 있고, 우측 산기슭에는 아직은 조성 공사 중인 한방체험과 숙박이 가능한 '동의보감촌'이 보인다. 나는 테마공원 중간 중간에 있는 허준과 류의태 선생의 동상과 시비(詩碑) 등이 좋아 보인다.

한방테마공원, 한의학박물관 등을 살펴보고 나니 2년 후 이곳에서 열릴 세계전통의학엑스포 장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공간과 풍경, 조형물, 시설 등이 아이들 공부는 물론 가족들의 휴양과 여행지로도 충분함을 느끼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산청읍내로 이동을 했다.

허준의 동상, 이웃에 류의태 선생의 동상도 있다
▲ 허준 선생 허준의 동상, 이웃에 류의태 선생의 동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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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청군, #한방약초, #한방박물관, #허준, #한방테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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