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나 문학모임에서 시화전을 여는 일은 흔하지만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을 위해 열어주는 뜻깊은 시화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경기도 여주에서 활동하는 유명은 시인.
평소 유명은 시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시화전을 열기위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서 여는, 말 그대로 '자연발작(自然發作)으로'라는 제목의 시화전이 5월 4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것. 경기도 여주 신륵사문화원에서 시작하여 여주읍 능현리 명성황후 생가 민가마을과 성남 소재의 사찰 등을 돌며 순회 전시를 할 예정이다.
그동안 유명은 시인의 시를 읽으며 삶에 위로를 얻었던 독자와 지인 130여명은 자발적으로 150여만원의 돈을 모으고, 서예가들은 글씨로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고, 도예가는 도자기를 준비하는 등의 재능을 발휘해 시화전을 준비했다.
유명은 시인은 한국문학예술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 '새를 키우는 도공', '바람은 길 끝에서 분다', '아무곳에도 없는 시간' 등의 시집과 동인지 '바림의 시인들'을 펴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아무곳에도 없는 시간'에 수록된 드라마 주인공을 소재로 한 시 '고맙네, 박유천'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유명은 시인의 그간의 시들과 미발표 시, 최근 시들도 시화로 전시된다. 또한 정호승, 김남주, 도종환, 신경림 시인 등의 시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모두 50여 편의 시화가 전시될 예정인 시화전 '자연발작(自然發作) 으로'는 꽃잎 흩날리는 따사로운 봄날 마음이 푸근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행사를 함께 준비한 한 지역인사는 "유명은 시인에게는 동의만 구했을 뿐, 모든 준비는 독자들이 했다"며 "평소 그녀의 시집을 받아들 때마다 그 아름다운 열정이 고맙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 시화전이 그녀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월 4일 여주읍 천송리 신륵사 옆의 신륵사문화원에서는 이날 큐레이터를 자처한 전기중 서예가와 지역문화계 사람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족자와 액자 그리고 도자기 접시를 늘어놓고 위치 선정에 고민하고 있었다.
행사 시작을 세 시간여 앞둔 때에 정작 유명은 시인은 자리에 없었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최근 실직한 시인은 지인들의 자녀들을 모아 과외지도를 하고 있단다.
시인과 시 그리고 독자가 진정으로 교감하는 이런 시도들이 더 많아질수록 지역의 문학과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화전이 지역문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작하는 날의 여는 시간은 5월 4일 오후 6시 30분 경기도 여주의 신륵사 문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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