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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보스 2> MBC (일) 밤 12:40~ ,진행 박명수(내레이션)
 <언더커버 보스 2> MBC (일) 밤 12:40~ ,진행 박명수(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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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12시,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 그 자체이다.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월요병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하지만 나를 TV 앞으로 부르는 묘한 유혹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MBC의 <언더커버 보스>란 다큐멘터리다.

미국 CBS 방송에서 제작한 <언더커버 보스>는 최고경영자(회장)가 자신의 회사에 위장취업, 1주일 정도  근로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직원들의 고충을 듣는 일종의 '몰래 카메라' 형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신입 사원의 하루'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다고 현장직원들을 감쪽같이 속이며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쉽사리 털어놓지 못하는 어려운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또, 최고경영자가 변기 막힌 것을 직접 뚫고, 오물을 손으로 치우며, 핫도그 판매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굴욕도 불사해야한다. 허드렛일을 도우며 직원들의 고충과 노력에 회장님이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백미로 손꼽힌다.

그리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자신이 회장임을 알리고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제공해준다는 그야말로 '해피엔딩' 그 자체다. 정말 굼뜨고 눈치 없고 일 못하던 회장님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직원들은 경악한다.

직접 눈으로 민심을 살폈던 조선시대의 암행 감찰을 연상케하는 이 감동 스토리는,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또 한 번의 반전이 있다. 일 잘하는 직원에게 가족여행을 시켜준다거나 어린 딸의 수영강습비까지 지원하고 파격적인 인사 이동을 제안할 때의 훈훈한 감동은 덤이다.

일을 지지리도 못한 회장을 비난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어차피 회장님에게 그 일은 '아마추어'에 불과했고, 직원들은 '프로'였으니까.

하지만 진정으로 훌륭한 경영자라면, 특정 직원들만 만나서 그들을 놀라게 하고 돕기보다는 좀 더 많은 직원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마치 영화 속 공주 같은 삶이 현실 속에서도 이뤄지는 이상만을 부각한다면 '현대판 신데렐라'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결국 회장님은 자선을 베풀며 또 다시 우월적 지위를 누리게 되고, 반면에 직원들은 한동안 그 신분상의 굴레나 그 은인에 대한 열등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배고픔을 같이 걱정하는 마음,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미래까지 함께 걱정해주는 마음, 그것이 진정한 '베품'이고 '복지'다. 돕는 것도 세밀한 관심과 지혜가 필요하다.

<언더커버 보스>의 이러한 불편한 진실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든 최고경영자가 근로현장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이미 얼굴이 알려질 대로 알려져 일종의 '쇼'에 불과할 뿐이라도). 꼭 참여시켜 보고 싶은 분들이 떠오른다.

마음 놓고 쉴 공간이 없어 화장실과 계단 밑에서 쉬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 불도 들어오지 않는 개조창고에서 식어버린 찬밥을 먹고 있는 구청미화원들, 환자들이 사용한 소·대변기와 투석물이 모인 오물실을 치우고, 피고름 적출물 박스를 정리하는 병원 미화노동자들…. 심지어는 어디에 사용된 지도 모르는 주사바늘에 찔러가며 일하는 고통과 설움을 아는가?

회장님, 총장님, 구청장님, 병원장님!  하루라도 근로현장에 가서 한 번 빗자루 들고 걸레 들고 청소해 보시죠. 오세훈 시장이 오신다면 더욱 환영입니다.

새해 첫날 홍익대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홍익대 청소·경비·시설 노동자들이 '홍대 분회 집단 해고 철회와 1만인 선언 결의 대회'에서 해고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이 해고 철회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새해 첫날 홍익대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홍익대 청소·경비·시설 노동자들이 '홍대 분회 집단 해고 철회와 1만인 선언 결의 대회'에서 해고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이 해고 철회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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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위험하지 않고, 배고프지 않으며 터무니없이 과도한 노동이 아닌, 노동하는 데에 갖추어져야 할 '기본'만 요구하는 것이다. 더 이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에는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대학 구청 병원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회장님! 반도체공장의 깨끗한 생산라인만 공개하고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하지 마시고 여공들이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는지, 어떤 냄새를 맡아가며 일하고 있는지 딱 1주일만 체험해 보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마 회장님의 체험 후 더 이상 임파선 암에 쓰러지는 꽃다운 여공들이 결코 생기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고 김주현씨 유가족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고 김주현씨의 어머니와 누나가 피켓을 들고 있다. 뒤에는 보안요원이 건물 출입을 막고 있다.
 고 김주현씨 유가족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고 김주현씨의 어머니와 누나가 피켓을 들고 있다. 뒤에는 보안요원이 건물 출입을 막고 있다.
ⓒ 구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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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언더커버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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