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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와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꿈을 꾸기 위해 공동기획을 시작합니다. 주권자로서 내가 꿈꾸는 나라와 지역을 상상해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우리들의 꿈을 모으고자 합니다. '내가꿈꾸는나라'와 <오마이뉴스>와 함께 각자가 꿈꾸는 나라를 이야기하고 이러한 장이 정치토론의 마당이 되어 현실로 이루어 가는 시작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4.27 재보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지만 마음 한 쪽은 뭔가 개운하지 않다. 결과만 놓고 보면 지난해 6.2지방선거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느낌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재보선은 김해을에서 야권단일후보가 아쉽게 패배했지만, 선거 전체 결과를 보면 기대 이상의 결과다. 야권연대도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도 흡족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나는 그 원인을 정책선거의 실종과 유권자들의 소외(대상화)에서 찾고 싶다. 4.27선거는 재보궐 선거였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치러졌다.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전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이슈들도 넘쳐났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로 촉발된 원자력발전소의 안정성 문제와 신규원전 건설 여부, 지난겨울 한반도를 휩쓸고 간 구제역, 4대강사업과 '제2의 4대강사업'이라 불리는 지천개발사업, 부실 저축은행 문제, 전세대란을 포함한 부동산 문제, 그리고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복지논쟁에 이르기까지 선거 쟁점이 될 만한, 아니 선거 쟁점이 됐어야 할 내용이다.

 

4.27재보선 범야권 승리... 하지만 흡족하지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쟁점이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번 선거에서는 정책대결이 사라지고 인물론과 부정선거만이 떠올랐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4대강사업과 무상급식이 최대 쟁점이 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재보궐선거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최소한 원전문제와 관련한 정책대결과 논쟁은 이루어졌어야 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치명적인 방사능 오염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일본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자력 안전신화는 거품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났고 전세계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심각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원전 확대정책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전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원전문제가 선거 쟁점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한국 상황과는 달리 비슷한 시기에 치러진 독일과 일본의 선거상황은 판이했다. 일본과는 지구 반대편에 있음에도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후인 3월27일 치러진 인구 1070만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선거에서는 원전문제가 최대 쟁점이 되었고 원자력발전소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녹색당이 승리하여 사상 처음으로 주지사를 배출할 예정이다. 비슷한 상황은 일본 수도 도쿄에서도 발생했다. 최근(4월 24일) 치러진 선거에서 '탈원전'을 내세운 후보가 도쿄도 세타가야구 구청장에 당선됐다. 그의 주요 공약은 '위험한 원전을 차례로 가동 중단시켜 나가자'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이번 4.27선거를 통해 원전문제와 같은 주요 의제를 전면에 등장시키고 진지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냄은 물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와 국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아쉬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고민과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고민을 담아내기 위해 시민사회에서 최근 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라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기존 정치권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나라의 가치와 비전, 정책을 아래로부터 다양한 시민참여 방식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새로운 정치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반영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 주체가 형성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선거는 훨씬 역동적이고 그 결과도 국민의 생활과 훨씬 밀접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꿈꾸는 나라, 또는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다양한 모양으로 그려질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 분출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잘 모아내는 것이 올바른 정치가 아닐까 한다. 그럼 정작 나 자신이 꿈꾸는 사회, 내가 꿈꾸는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생명의 가치 존중되는 '오래된 미래' 되살려야

 

나는 우리 사회에서 생명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생태계의 순환고리가 끊어진 것을 몹시 안타깝게 생각한다. 내가 꿈꾸는 나라의 가장 큰 가치는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대대로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똑같이 존중하며 미물이라 하더라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그 생명을 빼앗는 것을 경계해 왔다.

 

그러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익명성이 보장되고 경제성장과 부의 축적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가치관이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야생동식물을 포함한 생태계를 인간 경제활동의 수단으로 여기게 됐다. 이 탓에 생명을 그 자체로 존중해 오던 인류의 오래된 가치관과 문화가 점점 사라지게 되면서 생태계는 경제활동을 위한 약탈의 대상으로 전략하고 말았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자연생태계는 물론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제 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 '모든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회복해야 한다. 모든 생명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는 끊어졌던 생태계의 순환 고리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간 이익만이 아닌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두 번째 가치는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에 있으며, 이와 더불어 획일화된 개발 방식이다. 모든 지역이 서울 개발방식을 닮아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나, 정작 지역 발전은커녕 수도권 쏠림 현상만 부추기고 지역 인구는 날로 줄어들고 농촌의 몰락과 지역의 고유문화 파괴는 가속도를 내고 있다.

 

소위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도 매한가지이다. 지금 세태는 전국 어디나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를 지어대고 기업을 나눠먹기식으로 배치하고, 지역의 특성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위험한 시설이라도 당장 눈앞에 이익이 될 것 같으면 공장과 기업을 마구잡이로 유치하는 것이 지역발전이라 여기고 있다.

 

멀쩡한 강을 파헤쳐 청계천과 같은 인공하천을 만드는 걸 발전이라 믿고, 천혜의 관광지에 자손만대에 위협이 되는 원자력 발전소를 끌어들이는 걸 지역발전이라 여기고 있다. 이제 이러한 것이 발전이 아닌 지역과 나라를 망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 방안을 내와야 한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이 지역은 관광도시로 만들고, 저 지역은 산골마을을 만들며 또 어떤 곳은 교육도시와 전통문화의 도시로 차별화해야 한다. 물론 산업도시와 행정도시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교육과 채용의 과정에서도 지역 발전을 고려한 결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 가치는 '미래세대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이다. 우리는 흔히들 '하나뿐인 지구라'라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지구는 미래세대에게 빌려 온 것"이라고도 한다. 이는 지구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닌 다음세대의 것이며, 미래세대를 위해 그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이웃에서 작은 물건 하나를 빌려도 그것을 손상하지 않고 고스란히 돌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자동차나 주택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지구는 어떠한가? 후손들에게 빌려 사용하고 있는 지구, 즉 자연생태계를 우리는 마치 지금 세대에 모든 것을 탕진하기 위해 경쟁이라도 하듯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흠집을 내고 있다. 이래서야 어떻게 주인에게 제대로 돌려줄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가 풍족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의 권리와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가 우리가 모두 꿈꾸어야 하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4대강사업 이전으로 강을 되돌리자

 

나는 위 세 가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핵 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신규 원자력(핵)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가동 중인 원전은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이미 원전의 위험성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통해 분명하게 입증되었으며, 전세계는 핵 발전이 아닌 재생가능에너지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핵 없는 사회는 실현 가능한 미래이며,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이러한 흐름에 함께해야 한다.

 

둘째, 4대강사업을 중단하고 다시 자연의 모습으로 돌려놔야 한다. 이미 완공단계에 와 있는 사업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4대강사업은 생명을 죽이고 생태계의 순환 고리를 끊는 대표적 사업이며, 다음세대 권리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이 사업을 중단하고 재자연화(복원) 하는 일은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우리는 그 사례를 독일의 이자르강이나 스위스의 투어강에서 확인한 바 있다.

 

셋째, 큰 흐름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방안을 그리되, 우선 지역특성에 맞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인재를 그 지역에서 고용해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역의 몰락과 함께 지역 대학들이 함께 몰락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만을 찾고 있으며, 그 탓에 한때 이름 있던 대학들도 지방대학이란 이유만으로 소외당하고 있다.

 

지역과 그 지역의 대학이 함께 사는 길은 대학별로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을 해당 지역의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채용토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연히 이들을 통해 지역발전 방안도 창의적으로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기존 정치권에게만 역할을 맡겨 두어서는 이룰 수 없다. 시민정치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최승국 기자는 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지낸 시민운동가입니다. 


태그:#내가꿈꾸는나라, #후쿠시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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