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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조중동 벌써부터 '제3노총 띄우기'

<한겨레> "제3 노총 명분‧정당성 없다"

<조선><중앙> "민주노총 추락" 반색

<동아> 제도 개선 말고 '자원봉사'나 하라?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은 지난 달 27~29일, 민주노총 탈퇴와 새로운 상급단체 설립․가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는 8197명(94.9%)이 참여해 4346명(53%)이 찬성했다.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탈퇴가 가결됐다"면서 "갈등과 대립이 노사문화를 청산하고 조합원과 시민 중심의 새로운 노동운동을 펼칠 것"이라며 제3 노총 설립 뜻을 밝혔다.

 

반면 '서울지하철노동자회'는 29일 '민주노총 탈퇴는 부결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을 탈퇴하려면 규약을 바꿔야하고, 규약을 바꾸려면 조합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행부의 가결선언이 무효"라는 것이다. 또 투표용지 색깔을 달리해 소속 사업장별 투표 결과를 알 수 있게 하고, 그에 따라 사측이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친 '부정선거'라는 주장도 폈다.

 

현재 이른바 제3 노총은 현대중공업노조, 현대미포조선노조, KT노조, 전국지방공기업 노조 등이 참여해 오는 6월 출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와 '제3노총' 설립은 노동계와 노정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제3노총'과 조합원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정부는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까지 배제하고 '대화와 타협'을 내건 '제3노총'만을 대화상대로 삼아 자신들의 노동정책을 밀어붙일 우려가 크다. 현재 '제3노총'을 주도하는 노조들은 정부의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교섭창구 단일화' 정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조를 무력화 시키고 노동권을 후퇴시킨다'며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2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제3노총' 설립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합원 80% 40․50대 미래불안해 '안정' 선택>(한겨레, 1면)

<"대정부 투쟁으로 현장 못챙겨" 자성 "제3노총은 자본 들러리될 뿐" 비판>(한겨레 3면)

<'제3노총' 추진, 명분과 정당성 없다>(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1면 <조합원 80% 40․50대 미래불안해 '안정' 선택>에서 과거 전국노동자협의회(전노협)과 민주노총 설립에 큰 역할을 했던 서울지하철노조가 왜 '제3노조'를 선택했는지를 다뤘다.

 

기사는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교육‧고용‧주택‧노후 문제 등에 불안해하고 있고, 쌍용차 투쟁처럼 싸워도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운동의 '명분' 보다 '실리'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3면에서는 민주노총의 80%가 대기업‧정규직 노조지만 비정규직이나 민생문제 등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구실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이런 점들이 '현장 조합원들에게 괴리감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는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또 양대 노총이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와 제3노총 움직임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사설 <'제3노총' 추진, 명분과 정당성 없다>에서는 제3노총 노선이 '소수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연대보다는 노사협조를 통해 자신들의 실리를 극대화 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소수 사업장 노조만의 극단적 실리주의일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3노총을 주도하는 쪽에서 이른바 '국민노총'을 표방하는 데 대해  "그들의 주장과 달리 (제3노총은)국민들의 보편적 이익이나 노동운동의 혁신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정부와 사용자 쪽은 제3노총 추진 움직임을 자못 반기는 분위기"라면서 "제3노총이 실제로 출범하면 정부와 사용자단체가 이들을 대화상대로 삼고 적극적으로 배려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제3노총이)정부와 사용자의 힘에 의존하면서 세를 불려보겠다는 것은 노동운동의 자주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이 "운동 전망을 제시하기 위한 가일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제3노총' 논란 속 설립 가속>(경향, 3면)

<제3노총 결성 움직임과 오늘의 노동 현실>(경향, 사설)

 

경향신문 3면 <'제3노총' 논란 속 설립 가속>은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계기로 제3노총 출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이번 주 중 출범을 위한 구체적 일정이 나올 것으로 전했다. 한편,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의결에 대해 의결요건을 충족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되고 있다며 노조집행부와 '서울지하철노동자회'의 갈등을 언급했다.

 

사설 <제3노총 결성 움직임과 오늘의 노동 현실>은 "제3의 노총은 한국노총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정부의 협상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철학에 맞는 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전제는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서울지하철노조와 함께 제3노총 결성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노조, 우미포조선노조, KT노조는 귀족노조의 표본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조중동은 사설을 통해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결정이 '민주노총식의 정치투쟁이 현장조합원들에게 외면당한 것'이라면서 제3 노총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지하철노조의 민노총 탈퇴와 새로운 노동운동>(조선, 사설)

<민주노총 추락 상징하는 제3노총 출범>(중앙, 사설)

 

조선일보는 노조 활동을 옥죄고 파업은 무조건 불법행위로 몰아가 탄압을 일삼는 구조적인 반노조 정책은 외면한 채 '민주노총의 정치투쟁'이 노동자들의 이탈을 초래한 것으로 몰았다. 사설은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정치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이라면서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노조가입률이 낮은 이유도 "정치투쟁에 골몰하거나 노동운동을 빌미로 정치권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 현장 조합원들로부터 외면당한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 투쟁을 버린' 제3 노총의 결정이 '시대흐름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노동운동의 발상지인 유럽에서도 노동운동이 정치투쟁에서 실리 위주로 바뀐지 오래"라고 제3노총에 힘을 실었다. 또 "기존의 노동운동 세력은 정규직 보호에만 열심이었을 뿐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철저히 외면해왔다"면서 "제3노총이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정규직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데 그치지 말고 비정규직까지 끌어안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그토록 비난해왔던 대기업‧정규직 노조들만이 뭉친 제3 노총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공익'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조선일보가 주장해온 '정규직의 비정규직 배려'의 내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비롯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파이를 비정규직들에게 나눠주라'는 것이다. 이런 조선일보가 제3 노총을 향해 '비정규직을 끌어안고 국민의 사랑을 받으라'고 주문하는 것은 양대 노총을 약화시키기 위해 제3 노총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중앙일보도 사설 <민주노총 추락 상징하는 제3노총 출범>을 통해 제3노총 설립은 "정치․이념투쟁과 귀족 노동운동에 매몰된 민주노총식 노동운동에 대한 염증이 낳은 결과"라며 "회사와 상생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 등 실리는 얻는 조합원 중심의 노동운동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라고 띄웠다.

 

그러면서 제3노총이 당장은 수적으로 열세하나 7월 복수노조 설립과 독립노조가 움직이면 조직 확대가 가능하다면서 "이래저래 민주노총은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할 경우 추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운동방식을 모색"하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앞서 30일 사설 <제3노총, 민노총이 틀렸음을 보여주라>에서 "(제3노총이) 한국 노동운동의 물줄기를 바꾸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며 "국민노총은 민노총의 운동 방향이 틀렸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절에 '노조법 재개정' 집회를 하는 반면 국민노총에 참여할 노조원은 전국에서 봉사활동을 벌인다며 "어떤 운동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제3 노총 띄우기'에 공세를 폈다. 노총이 노동자들의 권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폄훼하면서 '자원봉사나 하라'는 동아일보의 주장은 노조의 원래 목적과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에 가깝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제3노총, #민주노총, #조중동, #노조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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