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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집회를 열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집회를 열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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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화 쟁취해서 인간답게 살아보자!"
"정몽구 나와라! 정몽구 나와라!"

28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 금속노조 투쟁 선포식'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200여 명이 외치는 구호는 현대자동차 사옥 벽에 부딪쳐 돌아온 메아리로 더 크게 울렸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을 인정한 이후 계속된 싸움이다.

당시 대법원은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가 한데 섞여 일하고,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업체 관리자들의 지휘·감독을 받는다'며 현대차와 사내하청 노동자 간 파견근로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측은 건물 입구를 관광버스 4대로 막고 주변에도 철조망을 쳐 놓았다. 수십 명의 사무직 직원들이 나와 집회 참가자들을 감시했다. 날씨는 완연한 봄날이었지만 건물 그림자에 가려진 집회현장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이날 집회는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상경투쟁의 일환으로 열렸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는 오는 5월 1일 121주년 노동자의 날까지 4박5일간의 노숙투쟁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고등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을 때 열린 집회 이후 두 달여 만에 다시 본사 앞에 모였다.

파업투쟁 이후 781명 징계, 법원 판결 이행은 묘연

28일 오후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박유기 금속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8일 오후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박유기 금속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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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화' 요구를 들고 공장 점거 파업농성까지 벌였지만 사측은 "고등법원의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고등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사측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월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견된 지 2년이 지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그 후로도 회사는 요지부동인 상태. 게다가 사측은 투쟁을 이끈 노동자들에 대한 보복성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르라"고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그간 돌아온 것은 '정규직화'가 아닌 각종 징계였다. 현재 울산과 아산 공장에는 해고, 정직, 감봉 등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점거 농성이 있었던 울산공장에서는 45명이 해고됐으며, 539명이 정직·감봉 처분을 받았다. 아산공장 역시 39명이 해고된 상태며, 158명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 징계를 받은 인원은 781명에 달한다. 지난 26일에는 2개월 정직 징계를 마치고 25일 회사로 복귀한 이웅화 비상대책위원장이 단 하루 만에 다시 해고 통보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대법 판결이 난 지 277일이 지났지만 현대자동차는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해고와 정직, 감봉 등의 징계로 탄압하고 있다"면서도 "해고를 당해 시간이 더 생긴 만큼 더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투쟁사에서 "현대자동차는 대법원 판결과 고등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정규직화를 이행해야 한다"며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노동자가 아닌 정몽준 일가와 현대자동차 사측이다. 노동자들에게 내려진 부당한 징계해고를 즉시 철회하라"고 말했다.

이어 장인호 충남아산지부장은 "같은 공장,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왜 차별 받아야 하나"라며 "공장에서 한 동생이 비정규직이라서 장가를 못 간다고 눈물을 흘렸다, 정규직화 이뤄서 그 친구 떳떳하게 장가갈 수 있게 만들자"라고 말했다.

노사정위 '가이드라인', 해결 방안 될 수 있을까?

28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집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가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집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가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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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문제를 일정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추진하는 '가이드라인' 제정도 재계의 반대로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노사정위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는 현대자동차의 대법원 판결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 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위원회가 검토 중인 '사내하도급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을 위하여 수급사업주와 원사업주가 강구할 조치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에는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준용 방안과 노조활동에 따른 불이익 금지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 일부 공개된 '가이드라인'은 하청업체의 사업 중단·업체 폐업 시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에게 미리 해고 예고를 통보하고, 해고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를 이룬다. 이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는 진전된 내용이지만, 재계는 인력 활용을 경직시킨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노동계도 법적 강제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한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와 금속노조,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노동절 전날인 30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현실화, 투쟁사업장 승리 4.30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도 지난 21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121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 등을 포함한 5월 투쟁 일정을 확정했다. 이들은 노동절인 5월 1일, 서울시청 광장을 비롯한 전국 15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최저임금 현실화! 노조법 전면 재개정! 물가폭등! 민생파탄! 이명박정권 심판! 121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를 열 계획이다.


태그:#현대자동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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