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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다이바(台場)역에서 내리니 아쿠아시티(Aqua City)가 바로 앞이다. 일요일이라 아쿠아시티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일본의 관광지는 대체로 한적하고 조용한데 이렇게 사람이 붐비고 활기찬 곳은 처음이다. 아쿠아시티는 볼거리들이 많아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오다이바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복합 레저 쇼핑공간이다.
▲ 아쿠아시티. 오다이바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복합 레저 쇼핑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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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아쿠아시티의 난간에 기대어 서서 레인보우브리지를 감상하고 있다. 아쿠아시티는 뭐니 뭐니 해도 레인보우브리지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레인보우브리지는 도쿄 시내와 오다이바(お台場)를 연결하는 아름다운 다리이다. 일몰 후에 조명을 켜서 밤을 밝히는데 이 조명이 무지개색이어서 '레인보우브리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도쿄만에 자리한 이 다리는 도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 레인보우브리지 도쿄만에 자리한 이 다리는 도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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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붉은 빛으로 빛나는 탑은 자세히 보니 도쿄타워다.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가 아름다운 것은 바로 도쿄 도심의 빌딩 숲과 도쿄만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다리 양쪽으로 걸어서 건널 수도 있다고 한다. 혼자 나온 여행이라면 무리해가며 다리를 걸어 건넜을 터이나 아내와 신영이가 함께 하고 있어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아쿠아시티를 유명하게 하는 것은 바로 아쿠아시티 건물 앞에 자리 잡은 자유의여신상이다. 뉴욕의 자유의여신상보다는 작은 크기이다. 작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왔는데 실제로 보니 그리 작지도 않다.

오다이바의 마스코트인 자유의여신상 앞에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실제로 보면 환상적인 볼거리는 아니지만 오다이바에서 자유의여신상을 보지 않고 가면 매우 섭섭한 법이다. 자유의여신상 위로는 한낮의 태양이 작렬하고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 중 규모는 작지만 레인보우 브릿지와 잘 어울린다.
▲ 오다이바 자유의 여신상. 자유의 여신상 중 규모는 작지만 레인보우 브릿지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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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는 이 자리에 프랑스에서 제작한 자유의여신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년 만에 고국인 프랑스로 돌아갔고 현재의 자유의여신상은 그 이후에 일본에서 새로 제작하여 세운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본 자유의여신상과 똑같이 생긴 걸로 봐서는 이 자유의여신상의 디자인과 제작은 프랑스의 허락을 받아 한 것 같다. 현재는 오다이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다이바여신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파리와 뉴욕에 세워진 자유의여신상을 본 적이 있는 나에게 도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자유의여신상은 어색하기만 하다. 왠지 동양 국가인 일본의 역사에 비춰볼 때 이 여신상은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민족성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 서울 한복판에 거대한 자유의여신상을 세웠다면 많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극렬한 반대를 했을 것이다.

일본 전국의 라멘 장인들이 모여 만든 명품 식당이다.
▲ 라멘 국기관. 일본 전국의 라멘 장인들이 모여 만든 명품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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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이 모여 있는 6층으로 올라갔다. 우리의 계획은 식당의 해변 자리에 앉아 레인보우브리지가 빛나는 도쿄만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본 전역의 이색적인 라멘 달인 6명이 모여 만들었다는 라멘 국기관을 먼저 찾아갔다. 우리는 일본 간장과 된장으로 간을 맞춘 미소 차슈 라멘을 먹고자 했다.

하지만 식당가는 그동안 일본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여행계획을 짜면서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5층까지 모든 식당을 돌았지만 해변가의 자리를 잡는 것은 불가능했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바로 식사도 하지 못할 상황이 었다.

결국 우리는 대기 줄이 비교적 짧은 한 한국식당 앞에 줄을 섰다. 신영이는 우리나라 식당 대기 줄이 짧은 것이 불만이라며 웃었다. 우리는 결국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순두부찌개, 육개장,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원래는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나는 내가 여행의 돌발상황을 만나 탄력 있게 잘 대처하고 있다고 합리화했다.

웃기는 상황은 식사를 하는 도중에 발생했다. 신영이가 안경에 묻은 얼룩을 지우려다가 부실하던 안경 손잡이 하나를 부러뜨린 것이다. 안경이 없으면 신영이가 여행 내내 불편할 테니 여행은 뒤로 하고 우선 안경가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갑자기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일요일에 문을 연 안경점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머리에 떠 오른 곳이 호텔 주변이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안경가게가 있을 만한 곳이 없었다. 나는 일요일 날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 오다이바 안에 안경가게가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오다이바에서 갑자기 안경 가게를 찾아다니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 아쿠아시티 안경가게. 오다이바에서 갑자기 안경 가게를 찾아다니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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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기로 했던 장소들은 이미 안중에 없었고 나는 아내와 신영이를 데리고 온 아쿠아시티를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가 발길을 옮기는 곳에 안내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몇 개 층을 돌아다닌 끝에 3층에서 꽤 큰 안경점인 '옵트라벨(Opt LABEL)'을 발견했다. 다행히 일요일에도 성업 중이었고 게다가 안경테와 렌즈가 세일 중이었다. 다행히 안경점 점원은 영어가 조금 가능했다.

그런데 점원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충 싼 안경을 살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계속 쓰고 다닐 안경으로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안경 가격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이 어느 후진국의 허름한 안경가게였다면 나는 아마도 임시 안경으로 가장 싼 안경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렌즈 분야에서 세계적 신뢰를 쌓은 일본의 안경가게를 믿어보기로 했다.

시력을 재는 것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웃기는 것은 신영이와 안경가게 점원 아가씨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점원의 손가락이 시력 측정판의 도형과 알파벳을 가리키면 신영이가 간단한 영어 단어와 몸짓으로 답을 하고 있었다. 기계에 눈을 갖다 대고 난시, 근시 등을 측정한 후에는 다양한 안경테 중에서 신영이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안경테를 골랐다.

40분 후에 안경을 찾으러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다시 한가한 마음으로 아쿠아시티 안을 구경하러 다녔다. 분명 꽤 많은 돈을 썼지만 신영이가 무사하게 여행 다닐 수 있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다시 편해졌다.

아쿠아시티에는 인기 아이템을 갖춘 패션 잡화, 인테리어 제품, 캐릭터 용품, 초콜릿, 장난감 가게들과 함께 '소니 익스플로러 사이언스(Sony Explora Science)'와 '월드 오브 코카콜라(World of Coca Cola)'가 있다. 각 층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 중인데 이벤트마다 일본의 남녀노소가 즐겨보는 만화 주인공이 등장한다. 가장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 있는 곳은 만화 초상화를 그려주는 부스다. 역시 일본은 만화의 왕국이다.

 독특한 모습의 현대적 건축물이다.
▲ 후지 TV 전경 독특한 모습의 현대적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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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시티 1층에서 보니 큰길 건너에 바로 후지TV(フジテレビ) 본사가 보인다. 도쿄를 대표하는 현대 건축물 중의 하나인 이 건물은 오다이바에 자리한 여러 건물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눈에 띄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건물 외관은 도쿄 도청과 닮아 있었다. 후지TV 본사도 도쿄 도청을 설계한 단게 겐조(丹下健三)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SF 만화영화의 미래도시에 있을 것 같은 이 건물의 중앙에는 은빛 구슬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는 후지TV의 견학코스를 둘러보기 위해서 큰길을 건넜다. 건물 전면에는 7층까지 한 번에 길게 이어지는 뱀 같은 긴 에스컬레이터가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원통형의 유리로 덮인 에스컬레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더위로 인해 숨이 턱 막혔다. 강한 햇볕이 유리로 폐쇄된 에스컬레이터 안에서 강하게 복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도시도 한낮 더위는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는 중간에 한 번 끊겼다가 다시 올라가는데 우리는 가장 높은 층에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로 했다. 7층에 오르자 저 멀리 자유의여신상과 레인보우브리지, 도쿄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7층에는 후지TV에 나온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파는 기념품점들이 들어서 있다. 일요일이라 어린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너무 많다. 이렇게 인파에 밀려다니는 것은 일본에 와서 처음인 것 같다. 구형의 전망대 앞도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조금 내려가자 드라마 촬영 모습을 볼 수 있는 후지TV 체험장이 나온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프로그램의 세트장을 견학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모조 스튜디오가 함께 있다.

이곳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문화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성지와 같은 곳이다. 특이한 점은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화 캐릭터 앞에 많은 어른들이 모여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니메이션 왕국의 문화를 어려서부터 겪고 성장한 어른들이 이곳에서 향수를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 후지 TV 이벤트.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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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 밖으로 나오니 후지TV 건물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후지TV에서 매 주말에 진행하는 이벤트가 절찬리에 진행 중이었다. 일본의 아이돌 그룹이 뜨거운 태양 아래 젊음을 발산하고 있었다.

행사의 진행이나 외양이 우리나라와 참 많이 닮아 있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이 아이돌의 패션이 우리나라에 스며들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아이돌 문화가 일본 도쿄에 번진 모습이다. 약간 박력이 떨어져 보이는 듯한 이곳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서 우리나라 아이돌 공연이 왜 일본에서 위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었다.

도쿄 방어를 위해 도쿄만에 인공섬으로 조성된 오다이바(お台場). 1990년 이후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도쿄를 대표하는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었다. 나는 후지TV 앞의 인파를 보면서 허허벌판이 미래도시로 변한 성공 사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요인들을 만들고 하나씩 하나씩 기업들을 유치하고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오다이바는 미니 신도시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를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세계 여행기 약 270편이 있습니다.



태그:#일본여행, #도쿄, #오다이바, #아쿠아시티, #후지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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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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