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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3곳, 광역단체장 1곳, 기초단체장 6곳, 광역의원 5곳, 기초의원 23곳 등 총 38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4·27재보궐선거는 여러 면에서 다른 재보선을 훨씬 뛰어넘는다.

광역지자체인 강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김해을, 한나라당에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경기 분당을,  민주당 무공천을 통해 야권연대 후보가 나선 순천 등 상징성이 큰 지역들이 포함됐다.

출마한 인물 면면은 더욱 그렇다. 제1야당 대표이자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손학규 대표와 "누구는 당 대표 안 해봤느냐"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맞붙었고,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현재 야권 대선지지도 1위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위상을 걸고 나선 이봉수 후보와 격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고교 5년 선후배이자 연달아 MBC 사장을 지낸 엄기영-최문순 후보가 '혈투'를 벌이고 있다. 순천에서는 김선동 야권 단일 후보가 민주계 무소속인사들과 겨루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언론도 기사를 쏟아내면서 "총선 취재하는 것 같다. 너무 피곤하다"는 기자들의 하소연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선거 유권자는 320만 명(2011년 인구 대비 6.5%)이다. 40%면 높은 투표율이라는 재보선 성격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많아야 130만 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산술적인 계산을 넘어선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주목받은 10개 키워드로 4·27재보선을 되짚어 본다.

"투표하고 늦게 출근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간 큰 직장인..."

4·27 재보궐 선거를 사흘 앞두고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의 선거벽보 앞을 한 주민이 지나고 있다.
 4·27 재보궐 선거를 사흘 앞두고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의 선거벽보 앞을 한 주민이 지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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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D(Random Digit Dialing, 임의전화걸기) :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기관들은 대망신을 당했다. 여유만만했던 오세훈은 서울시장 불과 0.6%포인트 차로 이겼고, 10% 이상 뒤진 것으로 알려진 이광재 전 지사는 8.8%포인트 차로 이겼다.

기존의 여론조사들은 KT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유선전화번호를 기초로 표본을 뽑는다. 하지만 KT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가구가 60.5%에 달하는데 이들은 주로 젊은 층 또는 고학력층으로 분석된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번호와 국번 이외의 마지막 4자리를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생성해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은 가구까지 조사하는 RDD방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선 여론조사는 RDD로 대세가 바뀌는 분위기였다.

RDD 방식으로 하면 야당 쪽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반면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 특성상 ARS 조사가 투표결과 예측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간 큰 직장인 : 최근 2년간 재보선 투표율은 2009년 40.8%(4·29 선거), 39.0%(10·28 선거), 2010년 34.1%(7·28)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10% 정도만의 지지로 지역대표자가 되는 상황까지 나오면서 '민주주의의 위기' 문제로 연결됐다. '직장인작은권리찾기'(대표 정영훈)라는 온라인모임은 "투표하고 늦게 출근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간 큰 직장인이 얼마나 되겠냐"며 "재보궐 선거의 해당 유권자인 직장인들에 대한 2시간 이상의 유급휴가제를 법제화하자"며 선관위에 질의서를 냈다.

소규모 온라인 모임의 소리 없는 행동으로 그치는 분위기였으나, 나우콤(대표 문용식)이 투표날 2시간의 유급휴가를 주기로 결정하고, 도메인 호스팅 업체인 아사달(대표 서창녕), ㈜데이터젠시스템(대표 강경원), 옥토농산㈜, 인터메디북 등 8개 업체가 동참하면서 화제가 됐다. 한때 현대기아차가 이에 동참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4.27 재보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가 늘푸른초등학교 앞 건널목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왼쪽). 같은 날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미금역 앞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4.27 재보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가 늘푸른초등학교 앞 건널목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왼쪽). 같은 날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미금역 앞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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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토박이 : 분당을의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선거 초반 자신이 '15년 분당 토박이'임을 강조했다. 1996년부터 분당에 살고 있다는 설명으로, 당내 경쟁자가 될 뻔했던 정운찬 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한 논리였다.  또 손학규 후보의 한나라당 탈당 전력과 대비시키려는 목적도 컸다. 강 후보는 선거 내내 손 후보를 '왕철새'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가 대구(서구)에서 내리 4선(비례대표 포함 5선)을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역풍도 컸다.

분당 우파 :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자신의 칼럼(분당우파 vs 강남좌파)을 통해 '강남 좌파'(좌파 성향의 고학력 중산층)라는 용어의 대구로 사용하면서 유행했다. 그는 "강남 좌파가 분당지역에서 통할지는 미지수다. 분당 사람들은 강남 좌파의 위선을 충분히 알아챌 만한 학력과 전문직, 생활수준을 갖고 있어 쉽진 않을 것 같다"면서 우파의 결집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글에서 강남 좌파로 지목돼 비판당한 서울대 조국 교수는 김 논설위원에 대해 "그 계층계급의 이익에 충실하게 거기에 종속돼서 거기에 부수되어서 살아야 된다는 철학을 갖고 계신 분 같다"며 "분명히 분당 재보궐 선거용"이라고 반박했다. 손학규 후보는 이런 논쟁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자꾸 좌파다 우파다, 이렇게 가르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정도로 에둘러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처음에는 '강남 좌파' 이미지 후보들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조국 서울대 교수와 강금실 전 장관이, 한나라당에서는 정운찬 전 총리가 한때 물망에 올랐다.

: 각 당은 투표일인 27일에 비가 올지에 대해서도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워낙 재보선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27일에 전국이 흐리고 중부지방은 가끔 비(강수확률 60~90%)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비가 오면 젊은 층 투표율이 낮아 민주당 등 야권이 불리하다고 하는가 하면 날씨가 궂어 고연령층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도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은 "날씨가 걱정이다. 비가 오면 어떤 연령층이 투표층에 안 갈 것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17일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열린 야4당 합동유세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7일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열린 야4당 합동유세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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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 : 용지의 소유권 100%를 확보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개발예정지의 땅 일부를 먼저 사들인 뒤 사업자에게 고가로 되파는 부동산 투기 수법을 속칭 '알박기'라고 한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후보가 김해을의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뒤 "이봉수 후보를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면서도 "(유 대표의) '알박기 정치'로 작은 전투에선 이길지 몰라도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통 큰 정치가 노무현의 길"이라고 유시민 참여당 대표를 비판했다. 유 대표가 후보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용해, 야권연대의 한 축인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도 '100% 여론조사 경선'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유 대표에게 "(단일후보가 되고도 본선에서 졌던) 경기지사 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김해을에서도 민주당 조직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야권연대는 이뤄졌지만 앙금은 깊어진 상황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야권 공동집중유세로 열린 이날 유세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김선동 야권단일후보, 이병완 국민참여당 상임고문이 손을 맞잡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야권 공동집중유세로 열린 이날 유세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김선동 야권단일후보, 이병완 국민참여당 상임고문이 손을 맞잡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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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후보 단일화 : 이번 재보선에서도 야당들의 최대 화두는 '야권연대-단일화'였다. 한나라당과 1:1로 맞서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이 같은 구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김해을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단일화에 이어 논란 끝에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까지 동참하면서 단일화가 성사됐다. 순천에서는 민주당 무공천을 통해 민주노동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섰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그 위력이 입증된 야권후보단일화는 내년 대선 때까지 연결되는 표현이고, 당연히 이번 재보선결과를 보는 핵심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한나라당도 민감하게 보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은 "생각이 다른 정당들이 정당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단일화 쇼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북주의 :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의 상징어였던 '종북주의'가 등장하기도 했다. 순천 지역의 유력 무소속 후보인 조순용 후보는 "순천은 여순사태를 겪는 등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며 "종북주의를 주장하는 민노당 후보를 내세운 야권연대는 성공할 수 없다, 여수·광양 쪽 기업체를 가진 분들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경재 후보도 "야권 단일후보라 주장하는 민노당의 김선동 후보는 당내에서도 북한의 김씨 일가를 가장 열렬히 옹호하는 이른바 자주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북한 인권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마치고 내려오자, 조순용 무소속 후보가 기다렸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붙잡아 끌어당기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맨왼쪽)가 이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이후 트위터를 통해 "조수석, 미안하지만 이 길만이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할 일이란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시 복잡했던 심경을 내비쳤다.
▲ 야권단일후보 유세장에 나타난 조순용, 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야권단일후보인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원유세를 마치고 내려오자, 조순용 무소속 후보가 기다렸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붙잡아 끌어당기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맨왼쪽)가 이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이후 트위터를 통해 "조수석, 미안하지만 이 길만이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할 일이란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시 복잡했던 심경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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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 아래 분당 : 정치권에서만 회자하던 말이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확 퍼졌다. '강남보다 더 강남 같다'는 말을 듣는 분당을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008년 총선에서 71.1%를 얻어 내리 3선에 성공한 지역이다. 수천 표 또는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도권에서 한 후보가 70% 넘게 득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손 후보 측근인 신학용 의원이 "민주당은 분당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며 출마 불가를 주장할 정도였다.

분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05년 인구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분당의 대졸(4년제) 이상 고학력 인구 비율이 42.8%로, 43.0%인 서울 서초구에 이어 2위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분당을에는 고학력 인구비율이 52%라고 한다.

상징성이 큰 지역인 만큼 분당을 패배는 한나라당에 악몽이다. 정두언 최고위원이 "분당을에서 우리가 이기네 지네 하는 것 자체가 한심한 상황이다. 서울 중구(청장)와 여기서 진다면 수도권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펜션 콜센터 : '이광재 동정론-이광재 책임론', '삼척원전', '전직 MBC 사장끼리의 대결'이라는 정도로 진행되던 강원지사 보궐선거에, 지난 22일 엄기영 후보 쪽의 '불법 콜센터' 운영이라는 대형 돌출변수가 발생했다. 30명이 넘는 인원에게 일당을 주면서 전화부대를 운영한 것이다. 노출을 우려해 차를 멀리 세워놓고 걸어서 펜션으로 오라고 하는가 하면, 전화발신 장소를 권성동 의원 사무실로 알려주라고 하는 등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도 충격을 줬다.

즉각 관련성을 부인하고 나선 엄 후보 측은 '콜센터'라는 표현을 문제삼기도 했다. '콜센터'는 컴퓨터 등 기계장치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번에 적발된 장소는 그런 시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노출되지 않은 장소를 이용해 다량의 전화를 걸고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많은 언론이 이 표현을 쓰고 있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의 거리유세가 열린 삼척우체국 앞에서 주민들이 발걸음을 멈춘 채 후보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의 거리유세가 열린 삼척우체국 앞에서 주민들이 발걸음을 멈춘 채 후보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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