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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최병수 작가가 철판에 이지스함 모양을 뚫은 작품 안쪽으로 연산호 군락 천연보존지역인 범섬과 해안기지를 반대하는 깃발이 보이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최병수 작가가 철판에 이지스함 모양을 뚫은 작품 안쪽으로 연산호 군락 천연보존지역인 범섬과 해안기지를 반대하는 깃발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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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해군과 공사업체 관계자들(맨 오른쪽)이 굴삭기를 동원해 마을을 지나는 올레길 7코스에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문을 설치하려하자,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이를 저지하며 항의하고 있다.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해군과 공사업체 관계자들(맨 오른쪽)이 굴삭기를 동원해 마을을 지나는 올레길 7코스에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문을 설치하려하자,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이를 저지하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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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파도소리 잔잔하던 강정마을이 소란스러워진다. 마을 주민과 대책위 활동가들이 해안가 바위틈에서 보리밥과 나물반찬으로 아침 식사를 마칠 무렵, 해군기지 건설업체가 마을에서 해안 쪽으로 들어오는 길을 막으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몸살을 겪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는 이날도 어김없이 주민과 공사업체 사이에 마찰이 일었다. 업체는 끊임없이 공사를 진행하려 했고 주민들은 조금이라도 공사를 늦추기 위해 맞섰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오는 길은 외길이다.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다. 또 제주 올레길 7코스에 해당하는 곳이다. 코스 중간에 자리한 삼거리 포장마차를 지나 해안가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 부근에 공사업체 인부 10여 명이 굴착기와 기중기를 동원해 작업을 펼치고 있었다. 길 좌우로 울타리를 치고 문을 달아 출입을 통제하려는 의도였다.

우선 해안에서 공사현장을 주시하던 주민 서너 명이 달려갔다. 굴착기가 도로 옆에 서 있던 나무들을 쓰러뜨리던 참이었다. 주민들이 그 앞에 몸을 던졌고 공사는 잠시 중단됐다. 주민들은 "왜 길을 막으려 하냐"며 공사 책임자를 찾았으나 현장에는 관리자가 없었다.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해군과 공사업체 관계자들(맨 오른쪽)이 굴삭기를 동원해 마을을 지나는 올레길 7코스에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문을 설치하려하자,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이를 저지하며 항의하고 있다.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해군과 공사업체 관계자들(맨 오른쪽)이 굴삭기를 동원해 마을을 지나는 올레길 7코스에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문을 설치하려하자,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이를 저지하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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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제주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긴급문자를 날렸다. 잠시 후 소형오토바이와 트럭, 봉고차를 탄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왜 길을 막느냐", "여기는 아직 공사부지로 관리전환이 안 된 일반 농로다", "해군기지 건설 중단하고 물러나라"며 주민들은 분노했다.

공사 관계자가 "문을 달지만 닫아 놓지 않을 것"이라며 궁색한 변명을 내놓자 이내 "닫지도 않을 문을 그럼 뭐하러 다느냐"라는 타박이 돌아왔다. 공사 관계자들은 그 후로 "문화재 조사를 위해", "공사 먼지가 마을로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올레길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등 계속 이유를 바꿨지만 어느 하나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

한참 동안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과는 주민들의 승리였다. 현재 그 길은 담당행정부처인 제주시의 허가가 나지 않아 공사부지가 아닌 농지로 돼 있었다. 급하게 현장을 찾은 제주시 관계자는 "아직 관리전환이 이뤄지지 않아 길 위는 공사를 할 수 없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길을 중심으로 양쪽 땅은 모두 공사부지지만 길만큼은 아직 주민들의 권리가 남아 있는 공간이었던 것. 공사업체 측은 하는 수 없이 굴착기와 인부들을 철수시켰다.

'날라리'들이 나타나면 강정마을에서도 일이 잘 풀린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깃발이 날리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깃발이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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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래 현수막에는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해군기자 사업예정지인 강정마을에 서식중이라고 주장하는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가 그려져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래 현수막에는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해군기자 사업예정지인 강정마을에 서식중이라고 주장하는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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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차례 이런 마찰이 일어났다. 주말 사이 잠시 소강상태였지만 월요일이 되자마자 충돌이 일어났다. 해군 측이 밀어붙이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본격화된 것은 약 3~4주 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악착같이 막고 있지만 공사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2주 전 지난 12일 현장을 찾았을 때와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공사장 입구도 두 개로 하나가 늘었고 농지 위 비닐하우스 철거도 눈에 띄게 진행됐다. 공사장 내부에는 해안을 메우고 방파제를 만들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제법 쌓여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풍경은 공사현장만이 아니었다. 4~5명이 상주하며 어렵게 현장을 지키던 사람들에게서 활력이 느껴졌다. 해안으로 중장비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구조물 앞에는 '날라리 외부세력'들이 남기고 간 응원 현수막이 늘어서 있다. 지난 1월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적극 도우며 승리에 일조한 그들이다. 배우 김여진씨를 중심으로 뭉친 '날라리 외부세력'들은 지난 18일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연대활동을 펼쳤다.

'날라리'들이 나타나면 어디든 일이 잘 풀리는 걸까? 고권일 대책위원장은 "최근 언론 보도도 늘어나고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트위터를 보고 찾아오기도 하고 제주시·서귀포시에 사는 청년들의 방문도 늘었다"고 했다. 그는 "공사업체가 함부로 이곳을 망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뿐"이라며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면 싸움에 지쳐 있는 주민들도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부도 점점 늘고 있다. 전국각지에서 반찬이나 간식 등 먹을 것을 보내는가 하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는 5월 1일 제주블루힐클럽에서는 음악인들의 자율적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강정마을 후원 콘서트 <니들이 강정 맛을 알아?>가 개최된다. 인디음악인들의 공연과 '날라리 외부세력'이 자체 구성한 밴드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고 위원장은 "아무리 몸을 던져 싸워도 주민들이 공사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단지 마을 사람들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라고 염원했다.

8일째 곡기 끊은 신구범 전 지사 "공사 강행 방법은 비열하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단체들이 연대 의지를 표하며 보내준 현수막들이 펼쳐 놓여져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단체들이 연대 의지를 표하며 보내준 현수막들이 펼쳐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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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방사탑(사진 왼쪽)이 만들어져 있다. 방사탑은 제주도 주민들이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해 세운 돌탑이다.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방사탑(사진 왼쪽)이 만들어져 있다. 방사탑은 제주도 주민들이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해 세운 돌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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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막으려는 각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반대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돼 제주교도소에 구속 수감된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은 20일째 단식을 진행 중이다. 그는 옥중단식으로 인해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포도당과 식염수 투약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음식을 넘기지 않고 있다. 몸무게가 약 10kg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도 강정마을 농성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그도 벌써 8일째 곡기를 끊었다. 현장에서 만난 신 전 지사는 "제주도 해군기지는 국가안보라는 미명 하에 불법적으로 강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제주도민과 강정마을 주민들이 크나큰 고통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군의 공사 강행 방법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며 "강정마을 주민끼리 서로 싸우게 함으로써 이간질시키고 있다"며 말했다. 또한 "공사업체를 앞세워 주민들을 고소·고발하고 억압하려 한다"며 4년 동안 계속된 반목과 대립으로 마을 공동체는 완전히 파괴된 상태"라고 개탄했다.

경찰은 최근 고권일 위원장과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 3인에게 업무방해죄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출석 요구기간인 지난 22일까지 경찰에 가지 않았다.

한국사회 분쟁이 일어나는 곳을 끊임없이 찾아가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온 도법 스님도 강정마을에 힘을 보탰다. 도법 스님은 지난 4월 1일부터 강정마을에서 '생명평화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스님은 이날 도로에 펜스 설치를 놓고 주민들과 공사업체가 마찰을 일으킨 현장에도 나와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주민들의 불편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국가가 국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조영배 제주대 교수는 오랫동안 계속된 갈등으로 인해 무너진 강정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다. 조 교수는 제주지역 인사들을 모아 공동체회복위원회를 구성해 마을 사람들을 만나 문제해결에 나설 예정이다.

이러한 각계의 도움과 노력에 강정마을 주민들도 힘을 내고 있다. 고 위원장은 "오는 5월 7일 강정마을 단합대회를 열 계획"이라며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해군기지 건설은 꼭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군기지가 건설 중인 강정마을은 경관이 빼어나고 '절대보전지역', '생물권보전지역', '천연자연보호지역' 등으로 보호받던 곳이다. 그뿐 아니라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바위게과, 멸종위기2등급)가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고 위원장은 "그런 천혜의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국가 안보상으로도 제주도 해군기지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세우려 한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국을 공격할 수도 있는 군사기지가 있는 곳에 (중국인) 누가 관광을 오려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에서 해상크레인이 인공구조물을 이용해 바다를 메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에서 해상크레인이 인공구조물을 이용해 바다를 메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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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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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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