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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아이는 지금 학급에서 부반장인 줄 안다. 여학생 부반장. 당연히 남자 반장과 남자 부반장도 있고, 여자 반장도 있다. 하지만 지난 달에 알고 봤더니 우리 딸아이는 부반장이 아니다. 왜 그럼 딸아이는 부반장이라고 할까? 그만큼 남들을 이끌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아내가 학교에 나가 명예교사를 했다. 명예교사는 그 날 수업 준비물을 챙겨주는 역할을 한단다. 아내는 그날 하루면 족한 줄 알았는데, 그 다음날까지 가야 했다. 더욱이 그게 한 학기 스케줄에 다 짜져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제 딸아이가 2학년인데도, 부모의 참석여부를 가지고 교장선생님에게 다 보고된다는 것이다. 이게 정치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까?

 

초등학교 저 학년 때부터 반장 부반장을 뽑고, 학교 명예교사를 봉사점수로 환산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빼고 또 있을까? 다른 학부모에게 물어보니, 반장 부반장에 나가는 아이들의 연설문을 학부모가 다 써준다고 한다. 더욱이 그 날을 위해 미리부터 학부모들이 정치작업도 하고.

 

적어도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그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정말로 정치가 발전돼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정치를 배울테니까 말이다. 헌데도 그렇지가 않다. 젊은이가 되고 어른이 되면서부터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이들이 많다. 정치에 대한 도리를 바로 알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 뜻에서 홍카툰에서 기획하고, 고성국이 쓰고, 김용민이 그린 <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철수와 영희)는 참 신선하다. 우리나라 10대 아이들에게 바른 정치참여에 대해서, 그리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과정과 참여 민주주의에 대해 재밌는 만화를 곁들여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허영만의 <타짜>나<식객>에 견줄 만큼 재밌지는 않다. 하지만 동서양의 고전도 넘나들고 있어서, 과거와 현재의 정치사상사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가 없는 사회는 없다는 것, 정치에는 좋은 정치도 있고 나쁜 정치도 있다는 것, 민주주의 정치는 인류가 그동안 만들어 내고 실험해 온 정치 중에서 가장 덜 나쁜 정치라는 것, 그런데 민주주의는 공기와 물처럼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자칫 그 소중함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는 것, 그러다가 막상 민주주의를 잃어버리면 모든 사람이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 민주주의를 잘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으로서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들려줬던 이야기였습니다."(머리말)

 

어른들은 정치가 중앙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도 그런 견해였으니까. 헌데 이 책은 달걀과 닭 중에 달걀이 먼저임을 밝힌다. 이른바 중앙보다 지방이 먼저 정치 중심지가 되어 왔다는 이야기다. 중세의 봉건제도 전형적으로 지방이 먼저인 시대를 이뤘다고 한다. 독일도 수백 개의 지방 공국들이 연합한 나라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국경과 복지의 문제가 대두되자, 20세기에 들어서야 중앙정치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한다. 선거나, 삼권분립이나 언론 자유가 주어진 게 민주주의가 완전히 실현됐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절차적 민주주의였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 다음 단계, 곧 실질적 민주주의가 구현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가 존중받고, 경제정의가 이루어지고 문화적으로 성숙해서 모든 국민이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향유하는 단계가 되어야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실질적, 내용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행동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187쪽)

 

청소년들은 우리사회의 꿈이다. 청소년때부터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개념을 익힌다면, 정말로 우리사회는 아름답게 나아갈 것이다. 그것을 만화라는 구성을 통해 읽어나가면 더 흥미를 가지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정치에 무관심한 아이들도 바로 알고, 또 민주주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도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


10대와 만나는 정치와 민주주의 - 정치의 탄생부터 지구촌 민주주의까지

고성국 글, 김용민 그림, 홍카툰 기획, 철수와영희(2011)


태그:#정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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