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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사학 자율성을 명분으로 대표 발의한 '사립학교법 전부 개정안'이 이번 4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학교 교육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개정안은 개방형 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를 폐지하고 교원 선발 등을 심의하는 교원인사위원회의 지위를 자문기구로 한 단계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학교회계의 돈을 재단이 법인회계로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안대로라면 학교 재산의 유용을 비롯해 이사장이나 학교장의 권력 독식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자율성의 함정에 빠지는 셈이다.

 

최근까지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사학비리의 대표적인 유형은 공금횡령과 채용비리였다. 채용 비리도 금품 수수 채용과 친인척 등 지인의 특혜가 대표적 유형이다. 올해 문제가 된 사학의 채용 비리만 해도 한두 건이 아니다. 학교 내부 인원의 직접적인 부당 행위도 문제지만 채용브로커 등 외부 인원을 통한 금품 갈취 사례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① 현직 교감이 아들 교사 시키려고 시험 문제 빼돌리다 적발

 

지난 4월 14일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아들을 사립학교에 교사로 채용시키기 위하여 시험 문제를 미리 빼돌려 준 현직 교감과 아들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에 의하면 현직 교감인 Y씨는 알고 지내던 또 다른 교감으로부터 아들이 응시하고자 하는 사립특수학교의 교사 채용 시험문제를 미리 빼내 아들에게 주었고 이렇게 아들은 그 학교에 교사로 채용되었다. 그러나 민원이 제기되고 감사에 나서자 아들은 사표를 냈고, 교육청의 고발에 따라 검찰은 이들 부자와 관련자들의 수사에 나섰다.

 

② 편입 대가로 학생에게 44억, 채용대가로 교수에게 2억 수수 이사장

 

한국사학연합회 부회장을 지낸 K대 전 이사장 J씨는 2010년 5월 한 시간 강사에게 정교수로 채용해주겠다며  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5일에 자녀의 수도권 D 의대 편입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한 여학생의 학부모에게서 44억 원을 받아 가로챈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 사안으로 해당 학교의 교학과장(구속) 또한 검찰에 적발되어 기소되었다. J 이사장은 고령으로 불구속 처리됐다. 

 

③ 친인척 채용, 교사 수 부풀리기 등 7억 정부보조금 횡령한 교장 구속

 

지난 3월 30일 강원경찰청은 교육청 보조금 중 일부를 횡령하여 6.2 지방선거 자금으로 사용한 사립 학력인정학교 J 교장을 구속했다. 이 학교는 구속된 교장의 아내를 행정실장(불구속 기소)으로, 자녀들을 행정실 직원으로 각각 채용해 인건비를 정부보조금으로 지급하고 회계 책임을 전담하게 하는 등 구조적인 부패 사슬을 갖고 있었다. 또다른 학력인정학교들도 교사 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도교육청으로부터 6년 간 인건비 등 7억여 원의 보조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나 보조금 횡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전면적으로 진행 중이다.

 

'의혹 투성인데'...채용 관련 자료는 무단 폐기

 

현재 서울 C고등학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교 전직 교사의 민원 제기에 의하여 지난 3월 경에 시작된 감사는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 학교를 대상으로 제기된 교사임용 관련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학교 L 이사장은 횡령과 병역비리로 유죄선고를 받고 물러난 후에도 명예이사장으로 실질적 이사장 역할을 했으며, 뒤이어 아내(사망)와 아들, 딸 등이 이사장을 역임하다가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작은아들은 학원장으로 불리며 행정실장을 하고 있고, 작은딸은 이사, 며느리는 교사, 또 다른 며느리는 유치원실장을 하는 전형적인 족벌 사학이라는 지적이다.

 

 
교육청 관계자에 의하면, C 고등학교는 그동안의 교원채용과정에서 사립학교법에 따라 반드시 거치게 되어 있는 교원인사위원회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교사 채용 관련 근거 자료 자체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학교 측에서는 채용 절차가 끝나 폐기했다고 해명했지만 이것은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이렇게 하여 채용된 교사 중 상당수가 이 학교 법인과 교사들의 친인척이었다고 한다. 채용된 교사는 이사장의 아들, 딸 등 직계 친인척부터 변호사, 군대 상관, 앨범업체의 자녀까지 다양했고, 전·현직 교직원들의 자녀와 친인척들 수십 명이 이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친인척 특별채용 이른바 '똥돼지' 논란은 가히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누가 이를 공정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올해 이 학원 소속인 중학교에 인사 발령된 5명의 교사 중 재단 감사의 며느리, 전 교사의 딸, 수익용 기본재산인 농장 관리인의 아들 등 최소 4명이 친인척 등 특수관계로 알려졌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특혜 논란뿐 아니라 금품 수수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이 학교는 공사비 등 여러 사안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인데 조만간 발표된 서울교육청의 감사 결과 발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청의 '의지'가 중요한 때

 

2005년 참여정부시절 개정된 사립학교법에는 관행화된 교원채용 비리를 막기 위한 여러 조치가 도입되었다. 교원채용을 할 때 반드시 공개경쟁 시험을 통하도록 하고 교원인사위원회 심의 또한 거치도록 하였다. 그리고 대통령령인 사립학교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사립학교 교원 채용의 관할청 위임과 임용 시험 공동 시행에 대한 근거 조항을 만들었다. 사립학교 교사 채용 비리를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교원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는 사립학교들은 거의 없어 학교별로 교사 채용 절차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여전히 금품 수수나 친인척 특혜 등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위임조항이기 때문이다. 2010년 교육비리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곽노현 서울교육감도 사립학교 교원 채용을 공립학교의 임용시험처럼 교육청 차원의 공동 시행을 검토하였지만 사학들의 비협조로 실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대구교육청(교육감 우동기)이 사학 이사장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하여 결국 2011년부터 사립학교 교원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여 공동으로 전형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단위 사립학교들도 출제와 채점, 공고 등에 드는 비용과 업무 부담을 낮추는 부수적 이익도 생길 것이다. 또한 학생들도 훨씬 능력 있고 검증된 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을 수 있어 학습권과 교육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대구교육청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서울, 경기, 부산 등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 교원채용 비리를 없애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공립학교의 교원 임용시험처럼 관할청 단위로 공동 시행하는 것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시도교육청들은 교원 공개 채용을 시도교육청 단위로 통합하여 공동 시행하고, 사학은 그 결과에 따라 자격이 검증된 이들에 한하여 면접이나 공개 수업 등을 통해 각 사학의 사정에 맞게 교사를 채용하면 된다. 교원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시도교육청과 사학의 인식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당장 실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태그:#사립학교, #채용비리, #똥돼지,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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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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