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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문 부근에 벚꽃이 만발하다. 나무가 섰는 자리에도 양쪽으로 음식점과 수건, 물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대서문 부근에 벚꽃이 만발하다. 나무가 섰는 자리에도 양쪽으로 음식점과 수건, 물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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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문. 겨울 산행 중 미끄럽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그런 곳마다 어떻게 모두 나무계단을 설치할 수 있으랴 싶은데....
 중성문. 겨울 산행 중 미끄럽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그런 곳마다 어떻게 모두 나무계단을 설치할 수 있으랴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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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인 4월 17일, 오랜만에 북한산성 계곡 구간 산행(북한산성 매표소~대남문~구기계곡)을 했다. 이 구간은 지난해 추석 다음 날 가고 겨우내 가지 않았으니 대략 일곱 달 만에 가게 된 것이다.

'어떤 꽃들이 필까? 작년 가을에 아직 장사를 하고 있던 음식점과 상가들은 연말까지 모두 철거할 거라는 약속대로 모두 철거했을까? 계곡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어떻게 됐을까? 혹시 북한산성 매표소 쪽에서 이미 공사를 시작한 것 아냐?….'

겨울과 봄, 북한산성 계곡이 궁금했다. 하지만 쉽게 가지지 않았다. 몇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어긋났다. 그럴수록 궁금함은 더욱 커져만 갔다. [관련 기사: 북한산 계곡 음식점 철거, 그 후]

이 구간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남문을 경계로 이쪽은 구기계곡, 그 반대편은 북한산성 계곡이다. 사실 2월 20일에 북한산성 계곡의 안부가 궁금해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었다. 한낮 햇빛이 비치는 곳은 따뜻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춥고 그늘은 추운지라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편인 구기계곡 쪽으로 올라 북한산성 계곡 쪽으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남문에 도착했을 때, 봄기운이 완연한 구기계곡과 달리 북한산성 계곡 쪽은 한겨울이었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는 한걸음도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꽁꽁 얼어 있었고,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에는 눈이 두껍게 쌓여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올라간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그 후로 몇 번 더 가려고 시도했지만 황사비도 오고 맑은 날에는 일행들과 관악산과 인왕산에 간다고 가지 못했다. 여하간 오랜만에 간 북한산성 계곡은 그동안 많이 변했다. 지난해 가을까지 한창이던 북한산 계곡 상가 이주단지에선 이젠 공사현장 모습은 볼 수 없고 비어 있던 상가들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상가임대' 현수막이 걸린 건물도 더러 있었다.

북한산성 계곡 산성 매표소 인근이다. 왼쪽에 있는 건물들이 북한산 계곡 철거 이주 단지. 지난해까지 도로가에는 손님들을 실어나르고자 기다리는 음식점 봉고차들로 복잡했었다
 북한산성 계곡 산성 매표소 인근이다. 왼쪽에 있는 건물들이 북한산 계곡 철거 이주 단지. 지난해까지 도로가에는 손님들을 실어나르고자 기다리는 음식점 봉고차들로 복잡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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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까지 음식점이 남아있던 곳이다. 늘 고기나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했었고 연기로 자욱했었다. 특히 왼쪽 아래 부분을 지날때면 화장실 냄새가 진동했었다.
 지난해 가을까지 음식점이 남아있던 곳이다. 늘 고기나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했었고 연기로 자욱했었다. 특히 왼쪽 아래 부분을 지날때면 화장실 냄새가 진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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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구파발역 부근 도로에나 산성매표소 주차장 인근에 등산객들이나 일반인들(산행보다는 음식 등을 이용하는)을 실어 나르기 위한 음식점들의 승합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곤 했다. 때문에 부근을 지나려면 복잡했다. 그런데 이젠 구파발역에서는 그런 차를 볼 수 있지만 북한산성 매표소 부근에서는 볼 수 없는지라 덜 복잡해서 훨씬 편했다.

또한 예전에는 산행을 하고자 계곡 쪽을 향해 걷다 보면 매연을 뿜거나 먼지를 일으키며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기분 나쁘고 사고를 당할까 마음 졸여야 할 때가 잦았는데, 이제는 어쩌다 사찰들의 차량들만 드물게 왔다 갔다 할 뿐인지라 비켜달라고 빵빵대는 차들이 보이지 않아 걷기가 참 편했다.

여하간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유원지를 방불케 하던 북한산성 계곡은 많이 달라졌다. 남아 있는 건물은 아래 주차장과 위 주차장의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 두 동뿐.(아래 박스 기사 참고)

음식점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쉼터로 변했다. 지나갈 때마다 화장실 냄새와 음식 냄새로 뒤범벅이었던, 고기나 생선 등을 구우며 연기가 자욱하던 곳은 이젠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었다. 사람들끼리 모여 웃고 떠드는 소리는 났지만 예전에 자주 들어야만 했던 고성방가도 없었다.

나처럼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쉬는 사람들도 많았고, 일행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도 보였다. 10여 분 동안 앉아 있자니 내 앞을 지나가며 달라진 계곡 모습을 보며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간혹 들려왔다. 음식점이나 상가들이 아래로 모두 내려간 후 처음 산행, 마음이 참 편했다.

북한산성 계곡 산책로 수준의 평탄한 길에 설치한 나무계단.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북한산성 계곡 산책로 수준의 평탄한 길에 설치한 나무계단.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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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수준의 북한산성 계곡 윗 주차장 부근에 설치한 나무계단. 계단이 높아 옆을 지나면 작은 규모의 육교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답답하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다.
 산책로 수준의 북한산성 계곡 윗 주차장 부근에 설치한 나무계단. 계단이 높아 옆을 지나면 작은 규모의 육교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답답하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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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었나? 그런데 저만치에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구태여 필요할 것 같지 않은 나무계단인데 말이다. 물론 지난해에는 볼 수 없었던 계단이다.

"이런 곳에까지 나무계단을 왜 설치했지?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
"편하고 좋잖아. 나무계단으로 한번 가보자"
"싫어. 계단 올라가면 무릎 아파. 너나 그곳으로 가. 난 그냥 길이 훨씬 더 좋아"

"이거 쓸데없는 예산 낭비 아냐?"
"그러게 말이야. 왜 이런 곳까지 나무계단을 설치하고 난리들이야. 무슨 생각들로 이런 곳까지 나무계단을 설치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네."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옆으로 비켜서서 계곡물을 바라봤다. 주변에 제비꽃과 괴불주머니가 있어서 30여 컷의 사진도 찍었다. 10분 남짓 사진을 찍는 동안 이처럼 이야길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사진을 찍다가 보고 또 봤지만 나무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쩌다 한두 명뿐,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계단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또 있었다. 이번에는 좀 더 높게 설치된 계단인데다가 아까보다 더욱 완만한 길에 설치된 것이었다. 게다가 아까 그 길보다 좁기 때문인지 계단 옆을 지나는데 답답했다. 계단 옆 어떤 곳은 앞에서 누군가는 비켜줘야 할 정도로 비좁기도 했다.

이 계단 역시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까처럼 계단 옆 계곡 쪽 바위 옆에 잠시 서서 귀를 쫑긋해 봤더니 어떤 사람은 "계단으로 가보자"고 하고, 어떤 사람은 "왜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계단이 싫다. 그냥 길이 좋다"로 반응이 각각 달랐다. 하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계단보다는 그냥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산성매표소 입구에서 대남문까지 5.5km, 대남문에서 구기분소까지 2.5km. 산행을 하는 내내 등산객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계단을, 일반 산길에 비해 무릎 등에 무리가 간다는 계단을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는 산책로 수준의 길에 왜 설치했을까? 궁금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방문, 가입한 후 글을 남겼다. 하지만 이 문제 외에 다른 것들도 궁금한 것들이 있어서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02-909-0497/940-3755)에 전화,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다.

"저 나무계단 예산낭비 아냐?" 물어봤더니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으나 이 문제 말고 궁금한 것들이 좀 더 있어 전화문의했다.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으나 이 문제 말고 궁금한 것들이 좀 더 있어 전화문의했다.
ⓒ 김현자(국립공원 관리공단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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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엊그제 일요일(17일)에 북한산성 계곡 산행을 했습니다. 계곡의 음식점들을 비롯하여 주변의 상가들을 철거하여 예전보다 쾌적한 산행이었습니다. 음식점들이 즐비하던 주차장 부근에 쉼터나 의자를 설치하여 잠시 앉아 그동안 음식점들에 가려 전혀 볼 수 없었던 주변 풍경을 보는 여유 또한 좋았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설치물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첨부한 파일을 보시면 알겠지만 나무계단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곳에 나무계단을 설치한 것 같아서요. 첨부한 파일 왼쪽은 첫번째 주차장에서 위(국녕사 입구) 주차장 사이에 설치한 것이고 오른쪽 사진은 위 주차장 막 지나 오른쪽에 설치한 것인데 산책 수준에 불과한 이 길에 왜 이런 나무계단을 설치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요. 설치한 나무계단 때문에 그 곳을 지나며 등산객들이 오히려 불편해 하더군요. 멀쩡한 길을 두 개로 나누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싶네요. 보시는 것처럼 나무계단을 이용하는 등산객은 거의 없습니다. 아니 도리어 그 곳을 지나면서 "쓸데없는 예산만 낭비"한다며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나무계단 때문에 그곳에서 자랐던 식물들은 고통받을 것이 뻔하고요.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했으나 그와는 달리 실질적인 이용이 없다면 비용이 좀 들더라도 이제라도 철거하여 이 설치물이 꼭 필요한 곳에 재활용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네요. 왜 설치했는지 답변 기다리겠습니다.-(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남긴 글)

- 필요하지 않아 보일 정도로 완만한,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에 설치된 나무계단, 예산낭비 같다.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계단 설치 때문에 길이 좁아져 오히려 불편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 중 "예산낭비 아니냐?"며 불만인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 같았다. 언제, 왜 설치했나?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북한산 계곡 음식점 철거 후 계곡 정비 중 설치한 것이다. 목재계단을 설치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물이 흐르는 곳이라 겨울에 얼고, 그로인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인근 사찰들의 차량을 막기 위해서 내린 조치다. 그동안 차량을 막아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 이제까지 그 지점에 결빙으로 인한 안전사고 관련 어떤 안내문도 설치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좀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사찰측에 별도 통보하면 되었을 것 같아 차량 문제도 변명으로 들린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사찰들이 복원이나 사찰관리 등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이용하는 경우라면 우리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냥 신도들 편리 때문에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낮에만 산행을 하기 때문에 잘 모르시겠지만 밤에도 사찰 차량들이 수없이 오고 간다. 당연히 등산객들 안전과도 관계된다. 때문에 첫번째 이유도 있고 그래서 목재계단을 설치한 것이다."

- 위쪽 주차장쪽 계단은 아래쪽보다 규모가 크고 계단 때문에 길이 좁아져 도리어 불편했다. 꼭 지금과 같은 형태나 크기로밖에 설치할 수 없었는지?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쉽고 가볍게 결정하고 설치한 것이 아니다. 나름 진지하게 검토하고 고민했다. 전문가들과 충분히 검토, 생태계도 살리면서 현재 상태로서는 그와 같은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져 설치한 것이니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 현재 북한산계곡 음식점들과 상가들을 모두 철거, 그 자리에 쉼터 등을 조성해 줘서 예전보다 훨씬 여유 있고 쾌적한 산행이었다. 송추계곡과 삼천리골계곡도 철거 계획이 있는가?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지켜보시면 알겠지만 조만간 철거 예정이다."

- 음식점들을 철거한 자리에 쉼터 등을 조성했으나 화장실이 없었다. 편의시설을 추가 할 예정인가? 아래 위 주차장에 각각 건물 1동씩이 아직 철거되지 않았던데 혹시 편의시설로 활용할 건물인가? 어떤 건물인가?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100% 확실하지 않지만 아직 건물이 쓸 만해서 산불감시초소 등으로 활용하려고 헐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쉼터 부근에 화장실 설치 계획은 있다.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해 달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계곡 오염 문제 등 때문에 수세식 화장실은 어렵고 지금처럼 어느 정도 차면 수거해가는 생태화장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 봄이라 그런지 꽃이나 나물을 캐는 사람들도 보였다. 노적사 인근의 노랑제비꽃을 한무더기 캐서 봉투에 담기에 "국립공원의 식물은 어떤 이유로든 채집해선 안 된다했더니 되려 욕하더라. 산성매표소 입구 쪽에 생태 관련 낡은 안내문이 몇 개 있지만 위쪽으로는 전혀 없다. 소양 문제이지만 대남문이나 노적교 정자 옆 등 사람이 많이 머무는 곳에 계도 설명문 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선생님처럼 참견하는 분들이 있어서 북한산 국립공원의 생태계가 그나마 어느 정도는 유지 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신경을 써보지만 한계가 있다. 의견 주셔서 고맙다. 적극 반영, 계도안내문을 말씀하신 지역에 가급 설치하도록 의견 넣겠다.

이 외에도 문화유적 보존 관련, 국립공원 그린포인트제도 관련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길 나누었다. 덧붙이자면, 북한산 정상에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전화가 하루에 몇 건씩이나 걸려온단다. 산에서까지 수세식 화장실의 편리를 요구하다니, 정말 어이없다. 또한 산길에 가로등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전화도 몇 건이나 걸려오는데 생태적 문제 때문에 절대 불가능하다나. 설명조차 필요 없다. 어떤 이유로든 절대, 적극 반대한다."


태그:#북한산계곡, #산성매표소, #태고사계곡, #대남문, #음식점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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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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