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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모임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이야기를 무릎을 꿇고 경청하고 있다.
▲ 무릎 꿇고 스님 이야기 듣는 김무성 의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모임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이야기를 무릎을 꿇고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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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인도에 따라 100배 절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인도에 따라 100배 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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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린 불심을 달래는 법회를 열었다. 신도의 항의와 함께 시작된 이 법회에서 100배와 호된 법문으로 의원들은 땀을 쪽 뺐다.

한나라당 불자회 소속 의원들은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 등 의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상생과 화해다짐 법회'를 열었다. 이날 법회는 "지난 8일 전통문화 차원 계승·발전 차원에서 불교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추진됐으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교계에 대한 지원과 관련 법 정비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회에서의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을 계기로 표면화된 갈등의 골이 매우 깊었던 만큼, 이날 법회가 성사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컸다. 조계사 경내에 한나라당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일주문 앞의 현수막과 대웅전 앞 팻말은 약 일 주일 전부터 거두어졌지만, 신도들 마음 속의 출입금지는 여전한 듯했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조계사 경내에 들어서자 이들 앞을 가로막은 것은 정우식 대한불교청년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순서가 잘못됐다. 먼저 사죄를 하고 와야지 이렇게 무작정 법회를 하겠다고 오면 되느냐"고 항의했다.

정 회장의 반대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웅전 내에 들어섰고, 이에 정 회장은 법당 내 마이크를 잡고 "(예산안 날치기) 4개월이 지난 지금 의원 불자님들께서 우리 사부대중 앞에, 국민들 앞에 민족문화수호에 대한 어떤 참회의 말씀을 했는지, 어떤 조치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오늘 이렇게 법당에 와서 슬그머니 법회를 하면서 100배 참회 이런 걸로 얼렁뚱땅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의원들 100배 서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인도에 따라 100배 절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인도에 따라 100배 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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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이후 정부.여당과 조계종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서 정우식 조계사 청년회 회장이 한나라당 불자회 소속 의원들에게 종교편향에 대한 참회와 시정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이후 정부.여당과 조계종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서 정우식 조계사 청년회 회장이 한나라당 불자회 소속 의원들에게 종교편향에 대한 참회와 시정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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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이 참석하자, 정우식 조계사 청년회 회장이 의원들에게 종교편향에 대한 참회와 시정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이 참석하자, 정우식 조계사 청년회 회장이 의원들에게 종교편향에 대한 참회와 시정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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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당직자가 정 회장을 만류하고 나서면서 법회는 겨우 시작됐다. 그러나 법회도 난관의 연속이었다.

이날 법회를 주관한 이는 탁발순례와 생명공동체 운동으로 유명한 도법 스님. 그는 전북 남원 실상사 회주이자 지난 6월 봉은사 직영사찰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중재하기 위해 구성된 조계종 화쟁위원위의 위원장이기도 하다.

도법 스님은 100배로 법회를 시작했다. 불교에선 보통 108배를 하지만, 이날 한 것은 도법 스님이 만든 '생명 평화 100배 서원'이다. 한번 절 할 때마다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를 지키겠다는 서원을 올리는 형식이다.

의원들은 도법 스님이 녹음한 "양심의 소리, 생명의 소리를 잘 들을 때, 생명 평화의 길이 열림을 믿으며 절을 올립니다", "생태계 보호와 생명의 순환을 보전하는 일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하며 절을 올립니다", "자기 종교 중심의 배타적 삶을 참회하며 절을 올립니다" 등의 서원문 한구절 한구절을 들으며 정성스레 절을 올렸다.

불교계가 반대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전폭 지원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날 조계사에서 생명과 평화를 지키겠노라고 다짐하면서 서원을 한 셈이 됐다. 법당 한 구석의 한 신도는 이 모습을 보면서 "한나라당에 언제 저런 불자들이 있었냐"며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도법 "정부·여당·종단, 국민에 '무릎기도' 해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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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불자회 회장인 이인기 의원(오른쪽 두번째)을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다.
 한나라당 불자회 회장인 이인기 의원(오른쪽 두번째)을 비롯한 불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해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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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배가 넘어가면서 의원들은 땀을 닦기 시작했지만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100배를 다 해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절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지만, 곧이어 죽비를 내려치는 듯한 법문이 이어졌다.

도법 스님은 "조계종과 정부·여당이 불편한 관계인 것은 분명히 원인이 있다"며 "정부·여당은 정부·여당대로, 조계종은 조계종대로 자기가 갈 길을 제대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종단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시민들을 섬기고 모시지 않았다"며 "대통령 내외분의 '무릎 기도'가 논란이 되는데, 종단도 시민을 부처님으로 삼고 기도했다면 국민들의 냉소와 불신, 비난을 받는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이날 정부·여당과 조계종의 부적절한 관계부터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여당과 조계종이 진심으로 국민과 시민 앞에 대통령 내외분처럼 무릎 꿇고 기도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국민이 우리의 쇄신의 몸짓을 기뻐하면서 환영할 것이고, 정부·여당도 제 역할을 떳떳이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전통문화 계승·발전을 명분으로 불교계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도법 스님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우리 문화를 계승·발전·승화하는 일이 불교를 위한 일이냐, 불교계는 왜 전통문화를 불교인만의 것처럼 인식하느냐"며 "이번 문제를 특정 종교에 특별한 지원과 혜택을 주는 것으로 다룬다면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도법 스님은 "우리 문화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역사와 말"이라며 "국민 교육과정에서 우리 역사가 형편없이 취급되고 있고 우리 말 역시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문화는 국가와 국민이 책임져야 하고 당연히 계승·발전시켜야 할 일이지, 왜 이걸 불교가 하느냐, 왜 정부·여당이 인심 쓰듯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의 지적 수준과 문제의식이 이렇게 빈곤한가"라고 일갈했다.

김무성 "다리가 후들거린다"...최병국 "덕담 수준 아니었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법회 도중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떠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법회 도중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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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배를 마치고 밝은 표정을 지었던 의원들의 표정은 도법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면서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국회 상임위 일정을 이유로 법문 도중에 법당을 나선 의원들도 있었다.

의원들은 이날 법회가 예상 외로 힘들었다는 반응이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참석을 위해 법문 도중 법당을 나서면서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불자 모임인 정각회의 회장인 최병국 의원은 "오늘은 서로 덕담을 나누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스님이 예상 외로 크게 야단을 치셔서 좀 당황하긴 했다"며 "그러나 그간 불교계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날 법회를 준비한 조윤선 의원은 "예상보다 엄한 법회였지만, 100배를 하고 나니 개운하다"며 "한나라당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를 보여주는 계기였다. 이번 법회가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그:#조계종, #한나라당, #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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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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