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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001>
 책 <4001>
ⓒ 사월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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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름 '신정아'. 그녀가 다시 또 사람들을 들썩이게 했다. 이번에는 스캔들이 아니라 책으로.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신정아의 책 <4001>. 일부 언론에선 이런 신드롬을 가리켜 '상류층의 부도덕함을 엿보고 싶어 하는 군중 심리'라는 말로 일축했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상류층의 부도덕함을 지적하는 건 정운찬 총리 부분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야말로 '신정아' 그녀 자신의 이야기였다.

400여 쪽의 상당히 두꺼운 분량. 책에서 신정아 씨는 내내 강조한다. 자신은 마녀 사냥의 희생자일 뿐이라고.

그녀의 말에 따르면 학벌 싸움이 치열한 우리나라 미술계와 대학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니 자신은 학위에 연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큐레이터로 일을 하며 브로커를 통해 예일대 학위를 받게 되었다는 것. 그녀의 주장은 이러하다.

여전한 '학벌 중심', 거짓 권하는 사회 

자신은 진짜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줄 알았다고 한다. 학위를 받기 위해 브로커를 만났고 그를 통해 학위 관련 문제들을 해결한 결과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언론에서 크게 불거졌던 박사학위도 본인은 정말 받은 걸로 알았으나 브로커의 농간이었음을 훗날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학위를 받기 위해 한국에서 치열하게 노력했으며 중간 브로커가 표절 논문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위를 받아 주었다는 것이다. 예일대에서는 이러한 치부를 가리기 위해 '신정아라는 사람은 예일대를 다닌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논리다. 과연 진실일까?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만약 그녀의 얘기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철저한 자기 노력 없이 브로커를 통해 학위를 받으려고 한 그녀의 행동을 어느 누가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아무리 변명을 하여도 그녀의 도덕성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녀가 다양한 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미술에 대해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사실은 인정할 만하다. 유명한 동화책 작가인 존 버닝햄의 전시를 비롯하여 당시 미술계에서 소외되었던 사진작가들의 전시회,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전시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녀의 학위 관련 논란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 등이 묻히는 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능력도 있고 진취적이며 열정적인 여자가 왜 끊임없이 논란이 될 만한 말들로 세상을 희롱했는지 또한 유부남과의 열애로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아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신씨의 행동은 학벌 위주의 우리 사회 풍토에 경종을 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학벌 위주 문화의 사례로 남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타블로 스탠퍼드 학위 가짜 논란'도, 아무리 본인이 진짜라 해명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았었다. 얼마나 학위 위조가 만연해 있으면 사실이라 말해도 믿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 위조를 서슴지 않는 사회가 되었을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책 내용의 진위논란 속에서도 그가 하려했던 말은?

많은 사람들이 상류 사회에 얽힌 부도덕성을 궁금해 하며 이 책을 구입하는데, 특별히 언급되는 부분은 별로 없다. 저자가 책에서 부도덕하다고 언급하는 사람들은 정운찬 전 총리, 일간지 기자 등 몇몇이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묘사는 너무도 자세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짜가 아닐까?' 하는 마음을 품게 한다.

저자는 세상에 자신을 내놓음으로써 자신이 받았던 고통을 그들에게도 되갚으려 이 책을 쓴 모양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오랜 시간 겪은 시련 덕분에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겪은 불행이 나중에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은 행복한 생각만 하고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세상이 만들어놓은 신정아의 모습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또 내가 예전의 나로 고스란히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나는 어쨌건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나의 삶을 기대감으로 맞으려 한다. 나는 이 말이 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억울한 마음이 들고 괴로웠으면 자신의 치부를 이렇게 모두 털어 놓을 생각을 했을까 싶어 동정이 간다. 책의 내용이 거짓과 사실의 혼합이라 치더라도, 한 여자로서의 인생이 언론에 노출된 대가를 톡톡히 치른 그녀가 불쌍해졌기 때문이다. 같은 여자의 마음으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4001/신정아/4월의책/2011.3.15/1만 4000원



4001 - '사건'전후

신정아 지음, 사월의책(2011)


태그:#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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