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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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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되든 민주당으로 다시 들어가는 거 아닌가베. 투표는 해야겄지만 누굴진 모르겄어."
"한나라당이 못하믄 민주당 찍고, 민주당 못하믄 한나라당 찍는 거이 맞제. 김선동이 같은 사람도 키워줘야제. 근데 들어가서 일 잘하랑가 몰러."

17일 오전 전남 순천 풍덕동 남부시장. 마른 고추를 다듬던 문아무개(58)씨와 오아무개(71)씨가 주고받은 말이다.

많게는 6000명 가까이 모인다는 순천 오일장 아랫장이 선 이날, 야권단일후보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와 무소속 허상만·조순용·허신행·박상철·구희승·김경재 후보 등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전원이 총출동했다. 남부시장 앞 사거리에 각 후보들의 유세차가 들어섰고 색색의 선거운동원들이 각 후보를 연호했다.

그러나 장터의 민심은 난립한 후보들만큼이나 각양각색으로 갈렸다. 지연·혈연에 따라 후보를 선택한 이들도 있고, 인물론에 따라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순용 후보의 유세장면을 끝까지 지켜본 조연홍(78)씨는 "후보가 우리 주암리 사람이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조 후보가 가장 출세한 인물"이라며 "지난번에 마을회관에서 인사를 못해서 장까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아무개(70)씨는 인물론을 택한 경우였다. 그는 "조순용·허신행·김경재 후보는 선거 때만 순천에 왔다 갔다 하는 철새"라며 "허상만 후보는 여기서 태어나서 (순천대) 교수, 총장도 하고 나무심기운동도 한 진짜배기 순천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양씨는 이어 "순천 시·도의원들이 허상만 후보를 지지한 것도 그런 맥락을 알기 때문"이라며 "야권연대는 손학규의 대선 작전이다, 순천을 희생시켜서 대선에서 자신이 야권후보가 되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난립 속 갈피 못 잡은 순천 민심... 투표율이 관건?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조례사거리에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조례사거리에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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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열린 '야4당-시민사회단체 대표 공동지원유세'에서 시민들이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연대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열린 '야4당-시민사회단체 대표 공동지원유세'에서 시민들이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연대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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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이들이 태반이었다. 이들 대다수가 민주당이 강세인 순천에서 민노당 후보가 과연 지역 대표선수가 될 수 있을지 물음표를 찍었다.

유세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후보들을 지켜보던 안병환(44)씨는 "아는 사람이 있어야 찍지"라며 "해마다 투표를 했지만 이번 선거는 (많이 나와서) 누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겄소"라고 말했다.

그는 야권단일후보 승리 가능성도 낮게 점쳤다. 안씨는 "직장 가진 사람들이 재보선에서 투표하기가 쉽겠나"라며 "투표율이 높아야 지연·혈연에 상관없이 좋은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데 여수나 광양으로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러기 쉽지 않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잡곡을 팔던 표순덕(71)씨도 "물길이 치면 그 길대로 따라가는 것이제"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누굴 뽑더라도 그 자리 가면 다 똑같아지더라"며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하는 등 변하지 않는 정치 현실에 대한 피로감도 보였다. 연인과 함께 조례호수공원을 찾은 강아무개(27)씨는 노골적인 정치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후보만 난립했지 누가 되는지는 뻔한 것 아니겠나"라며 조직 투표가 당락을 가를 것이라 점쳤다.

강씨는 "사람들은 이번 재보선에 관심 없다, 관심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투표장에서 단일후보를 선택할 텐데 지금 상황에선 아는 사람만 찍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순천 토박이인 후보들이 유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민노당 국회의원'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평소 선거 때도 민노당을 택했다는 이미남(40)씨는 "민주당은 더 이상 찍기 싫고 한나라당을 그 대신 찍기는 더 싫었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단일화도 했는데 무소속 후보들이 나오고 순천이 여러모로 창피한 모습을 보였다"며 "민노당이 좀 더 서민을 위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더 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1년짜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니깐 주변의 관심이 총선 때보단 적다"며 "총선 때처럼 한 번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일지 않는 이상 투표율이 높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녀와 함께 조례호수공원을 찾은 이문용(73)씨는 "야권단일후보가 유리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씨는 "무소속 후보로 나선 이들이 다들 나이가 많다"며 "노욕을 부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차라리 이제 김선동 후보처럼 젊은 정치인을 키워주는 게 순천이 살 길이란 지적이었다.

"아직은 몰러. 선거가 이제 막 시작한 거 아니겄어? 낼 모레쯤 되면 공기가 한쪽으로 쏠릴 거여. 저 짝에 나온 무소속들도 자기들도 알아서 압축될 거이고. 그리고 젊은이들이 선거에 나가야 김선동이 유리하제."

"전략적 투표성향이 강한 호남, 단일후보 승리한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열린 '야4당-시민사회단체 대표 공동지원유세'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단일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야권연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사거리에서 열린 '야4당-시민사회단체 대표 공동지원유세'에서 4.27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선동 야권단일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야권연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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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노당은 곧 야권단일후보로 민심이 모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소속 후보들이 각자 동원할 조직표가 겹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는 반면,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호감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 최근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전남 동부지부가 선거일 당일을 휴무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선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 후보들의 사조직이 가동되더라도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노조표'가 쏟아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오병윤 전 민노당 사무총장은 호남의 전략적 투표성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7·28 광주 남구 보궐선거 당시 비민주당 단일후보로 나서 44% 넘게 득표하는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택한 것도 호남이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지금 당 대표로 올린 것도 호남이었다"며 "내년 총·대선을 위해 4·27 재보선에서 단일후보가 승리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순천시민들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투표참여 및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4.27 재보선을 열흘 앞둔 17일 오전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투표참여 및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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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순천, #야권연대, #4.27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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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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