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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 의제는 먹거리 안전과 생활정치였습니다. 시민적 자유와 민주주의, 사회공공성 그리고 품격 높은 삶. 100일이 넘도록 수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폭력사태 없이 마무리 됐었죠. 거기 숨은 뜻이 무어냐 묻는다면 제도적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 싶다는 시민의 소망 같아요. 저는 그걸 개인적으로 진보정치에 대한 기대라고 해석합니다."

 

3년 전 느닷없이 '빵잽이'가 됐던 시민운동가가 있다. 17년째 참여연대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박원석 협동처장이다. 그는 2008년 촛불운동으로 4개월간 조계사에서 수배농성을 벌였고, 6개월간 징역살이를 했다. 1980년대 군사독재시절에도 맛보지 못한 옥살이 체험을 이명박 정부 들어 하게 된 셈이다.

 

촛불사회자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 그는 지난해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촛불집회 사회를 본 게 문제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부(부장판사 성지호)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일부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는 바람에 그나마 감형됐다. 그럼에도 그는 무려 2년간 '촛불재판'에 시달렸다.

 

수의학자로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광우병의 위험성을 전달했을 뿐인데 보수언론으로부터 좌파로 낙인 찍혀 '광우병 괴담을 유포한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둔갑됐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 민주정부 10년간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을 그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 겪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촛불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 영화배우 김규리씨는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의견을 올렸다가 수입산 쇠고기 업자에게 소송까지 당했다. 물론 승소했지만 아직도 소송은 진행 중이다.

 

 

촛불스타, 대중적 진보정치 화두를 든 까닭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준 교사가 해임됐고, 이 교사의 해임은 정당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힘없는 촛불집회 참가자에게 소송을 걸어 배상금을 받아내려 해 비판도 받고 있다. 촛불소송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MB정권 내내 촛불집회 때문에 끌려 다니는 시민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지켜달라는 당부를 했을 뿐인데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한 시민들. 그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치를 해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촛불스타들이다.

 

이들은 오는 20일 '진보대합창'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민정치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시민의 힘으로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기존 정당에 구속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시민들을 모아 폭넓은 진보정치의 열정을 모으겠다고 했다.

 

지난 2월부터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 것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처장이다. 두 사람은 2008년 촛불의 배후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연배차이는 있지만 당시 촛불집회의 책임을 지고 감옥까지 다녀온 '빵 동기'이기도 하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촛불운동이 4대강 반대운동으로 이어졌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어떤 폭동이나 약탈 없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던 촛불운동이 이제는 한국정치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촛불시민들이 힘을 모아 MB심판을 이뤄낸 것처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큰 틀에서 진보통합정치에 힘을 모아줄 것을 부탁한 것이다.

 

이 운동엔 촛불관련자들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자격으로 대표급 진보정당 스타들도 함께 한다. 권영길·강기갑 민주노동당 전 대표,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등 진보 양당의 거물급 스타가 '진보대합창'의 제안자로 이름을 올렸다. 

 

노동계·학계·시민사회 인사들도 참여했다. 노동계에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전직 위원장들도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학영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공동대표,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위원장,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권정순·김남근 민변 변호사 등도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학계에선 우희종 교수를 비롯해 조돈문(가톨릭대) 교수 등도 참가를 희망했다.

 

'진보대합창'은 이 같은 정당·노동계·시민사회·학계 인사 30~40명을 1차 제안자 대표로 해 20일 기자회견을 필두로 5월 정식 발족식까지 1만 명의 합창단을 모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중 1천 명은 각 10명의 제안자를 책임지는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우선 이들은 전국 광역·기초단체들을 돌며 진보대통합 관련 간담회, 강연회를 진행하고 지역별 조직을 구성해 전국적인 '진보대통합 추진 운동체'를 건설할 계획이다. 시민 10명 이상이 요구하면 전국 어디를 망라하고 제안자들이 찾아가는 제안 설명회도 기획 중이다. 또 토크쇼와 콘서트를 결합한 형태의 '진보의 합창 드림콘서트' 또한 진행할 방침이다.

 

이 같은 대중적 활동 이외에도 새로운 진보정당에 요구되는 가치와 비전을 만드는 작업도 병행된다. '진보의 합창'은 시민사회·학계·정당 인사들로 주축이 된 '진보정치 포럼'을 진행하며 새 진보정당의 구체적 상을 그려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론 오는 18~19일경 새로운 진보정당의 복지정책 및 현대화 등을 다룰 연찬회 형식의 포럼을 진행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최근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보편적 복지국가 담론과 생태와 반핵 등 국민적 정치요구를 받아드는 새로운 진보정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진보냐 보수냐 이념중심 논의를 넘어 새로운 진보 가치에 주목하는 시민정치 요소가 진보정당 흐름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정치의 확장과 혁신 지원하고 압박하는 역할 할 것"

 

'진보대합창' 공동 제안자 중 한 명인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그동안 진보대통합 논의가 진보진영 내부에만 갇혀 있었다는 생각이 있다"며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이 참여하는 연석회의 테이블은 통합협상이라는 자신들의 과제가 있는 만큼 이 같은 대중적 활동을 하기 힘들다고 봤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진보의 가치를 대중적으로 전파하고, 진보정당의 통합을 넘어선 혁신,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운동을 할 것"이라며 "더 많은 국민과 소통하고 더 넓은 지지를 받는 대중적 진보정당이 만들어져야 정치지형의 근본적 재편이 가능하며, 복지국가와 같은 사회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대합창의 목적을 밝혔다.

 

끝으로 그는 "진보대합창은 진보대통합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지만, 진보정치의 확장과 혁신을 요구하는 압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진보정당을 바라는 국민의 여론을 만들고 조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단일정당운동을 펴는 유쾌한 백만민란에 이어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 그리고 세 번째로 '진보대합창'이 시민정치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다소 지향에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국정치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시작된 만큼 그들의 향후 활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촛불, #박원석, #박석운, #윤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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