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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올해 들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열린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들의 참여와 의결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를 요구하는 안건'에 찬성하며 비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올해 들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열린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들의 참여와 의결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를 요구하는 안건'에 찬성하며 비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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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잇따른 학생들의 자살과 관련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비상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잇따른 학생들의 자살과 관련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비상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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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잇따른 학생들의 자살과 관련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신분확인을 받은 뒤 비표를 수령하고 있다.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잇따른 학생들의 자살과 관련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신분확인을 받은 뒤 비표를 수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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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비상학생총회 시작 30분 전. 13일 밤 카이스트 행정본관 앞 잔디광장에는 1000석의 의자가 깔려 있었다. 무대 주변으로는 가이드라인이 둘러쳐져 있었고, 아직은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총회 시작 시간인 오후 7시를 10분쯤 남겨두고 학생들의 총회장 입장이 시작됐다. 순식간에 입구는 입장하려는 학생들이 긴 대열을 이루었다. 학생들이 입장하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려 오후 8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준비된 1000석의 의자가 모두 채워졌다.

카이스트 개교 이래 처음 개최된 비상학생총회

총회가 시작되기 전 스피커에서는 몇몇 공지사항이 영어로 흘러나왔다. 요지는 "카이스트에는 외국인 교환학생들도 다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총회가 영어로도 통역하면서 진행되어야 하나, 그렇게 되면 밤을 새워도 끝낼 수가 없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이 외국인 친구들에게 통역해줄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이었다. 외국인 교환 학생들도 똑같은 학생으로 대우하고, 학교의 주체로 인정하는 총학생회의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열린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자살한 학생들과 교수를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열린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자살한 학생들과 교수를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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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열린 비상총회에서 한 학생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열린 비상총회에서 한 학생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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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비상총회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4명의 학생과 1명의 교수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날 비상총회의 의장을 맡은 곽영출 총학생회장은 성원 확인을 위해 참가한 학생들에게 비표를 들어줄 것을 요청했고, 1구역부터 20구역까지 50명씩 나눠진 구역에서는 진행요원 학생들이 비표를 든 학생들의 수를 세어 보고를 했다.

성원보고를 받은 곽영출 총학생회장은 "카이스트 학부총학생회 비상총회가 4월 1일 기준 총원 3961명 중 890명이 참석하여 의사정족수인 496명(1/8)을 넘어 총회가 개회되었다"고 선언하였다. 이어 곽 총학생회장은 "22명의 중앙운영위원들이 지난 일요일 비상총회 의결 이후 3일간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 일치단결하여 이 자리가 성사될 수 있었다"며 비상총회 성사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하였다.

총회는 소집경위 보고에 이어 학생들의 자유발언으로 이어졌다. 자유발언에 나선 04학번 전산학과 한 학생은 "군대 제대 후 학교에 돌아오니, 학교가 갑자기 변해 있어서 놀랐다"면서 "공부는 즐거워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현재의 교육 개혁은 실패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벅차다"며 비상학생총회 성사에 대해 감격해 했다.

또한 10학번 한 학생은 '서남표식 교육정책'을 견제하지 못한 이사회의 질책하며 이사진 사퇴와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요구하기도 발언을 해 다른 학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09학번의 한 학생은 자유발언을 통해 "언론이 학생들의 인터뷰 일부를 잘라 왜곡하거나, 잘못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언론사에 대한 불만과 거부감을 털어놨다. 이어 이 학생은 "총학생회가 이런 언론사들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을 해줄 것"을 요청했고, 다른 학생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총회가 시작되기 전에 만난 다른 학생들도 위 학생과 같은 이유에서 인터뷰를 거부하거나 언론을 질책하는 등 언론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표했다. 이 때문인지 비상총회를 진행하는 학생 대표들도 총회가 시작되자 모든 언론 관계자들에게 총회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청하는 방송을 수차례 하기도 했다.

'핵심안건' 부결, "서남표 식 개혁실패 아니다"며 왜곡될까 우려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열린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들의 참여와 의결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를 요구하는 안건'에 찬성하며 비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에서 열린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들의 참여와 의결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를 요구하는 안건'에 찬성하며 비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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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비상총회에서 카이스트 학생들이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들의 참여와 의결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를 요구하는 안건'에 찬성하며 비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13일 비상총회에서 카이스트 학생들이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들의 참여와 의결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를 요구하는 안건'에 찬성하며 비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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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총회 안건은 ▲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 참여와 의결권 보장 제도화 요청 ▲ 학교 당국의 경쟁 위주 제도 개혁의 실패 인정 요구 ▲ 학생사회 통합요구안 이행 요구 ▲ 차기 총장선출 시 학생투표권 보장 요구로 총 4가지였다.

이중 세 번째 안건인 '학생사회 통합 요구안'은 2006년부터 총학생회가 학생 설문 등을 통해 꾸준히 모아온 학생사회의 의견 중 지난 11일과 12일 양일간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정리한 것이다.

정리된 다섯 가지 항목은 ▲ 학생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원규 개정 ▲ 차등수업료 제도를 전면 폐지할 것 ▲ 교육환경 개선 요구안(재수강 횟수 제한 폐지, 전면 영어강의 방침 개정, 계절학기 증설과 수업료 인하, 인문사회 선택과목 증설, 융합 학문 장려를 위한 제반 정책 마련, 1학년 학사경고제 제도적 보완) ▲ 복지 및 문화생활 개선요구안(차상위 계층 지원, 공동체 문화 증진, 복지시설 확충) ▲ 2007년 이후 진행된 개혁에 대한 평가 진행팀 구성 및 평가보고서 작성·공개였다.

각각의 안건에 대해 찬반 토론이 진행되었고, 각 안건이 의결될 때마다 재석인원을 꼼꼼히 다시 체크하였다. 의결 결과 첫 번째 안건인 '학교 정책 결정과정에서 학생대표 참여와 의결권 보장 제도화 요청'은 재석인원 914명에 찬성 872명, 반대 15명, 기권 19명으로 압도적으로 가결되었다.

가장 핵심적 안건이었던 두 번째 '학교 당국의 경쟁 위주 제도 개혁의 실패 인정 요구'는 재석인원 852명 중 찬성 416명, 반대 317명, 기권 119명으로 10여 명 부족으로 부결되고 말았다.

이 안건에 찬성의 입장을 밝힌 생명공학과 07학번 학생은 "서남표 총장의 교육정책은 성적이 낮은 학생들뿐 아니라, 학점이 높은 학생들도 학업 부담감에 피해의식을 갖게 만들었다"며 "서남표 총장의 교육정책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09학번 산업공학과의 한 학생은 "모든 정책은 긍정과 부정을 담고 있는데, 학교의 경쟁 위주 정책은 어느 정도 긍정적 성격이 있"다면서 "카이스트는 지방에 위치해 있고, 정부의 지원도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들은 다른 학교에 비해 카이스트를 어느 정도 차별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며 경쟁의 긍정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세 번째 안건과 마지막 네 번째 안건은 별 무리 없이 가결되었다.

학생들이 넘긴 공, 서남표 총장 어떻게 할까

비상총회에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학생들을 찾아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비상총회에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학생들을 찾아와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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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찾아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며 격려한 뒤 학생들을 안아주고 있다.
▲ 학생들 안아주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찾아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며 격려한 뒤 학생들을 안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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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7시부터 행정본관 앞 잔디광장에서 진행된 비상학생총회는 봄이지만 꽤 쌀쌀한 날씨에도 장장 3시간 동안 열렸다.

비상학생총회에서 모든 안건이 처리된 뒤 서남표 총장은 비상총회장 무대에 올랐다. 이때 곽영출 총학생회장은 서 총장에게 의결된 요구안에 대해 즉답해줄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답해주고, 그렇지 못하는 것들은 3일 내 답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서 총장은 현장에 모인 학생들에게 "총장으로서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여러분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할 수 있다'는 마음 자세로 포기하지 말라"는 자신의 생각을 전한 후 학생들의 요구안에 대해서는 "3일 내에 대답해주겠다"며 현장에서의 즉답은 피했다.

학생들이 비상총회를 진행한 곳은 2층에 총장실이 있는 행정본관 앞 잔디광장이었고, 이번 비상학생총회는 카이스트 사태 해결을 위한 학생들의 첫 번째 본격적인 행동전이었다. 3일 안에 서남표 총장이 학생들의 요구안에 대해 어떻게 답할지 주목된다.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창의학습관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한 학생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고 있다.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창의학습관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한 학생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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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교정에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교정에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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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교정에서 학생들이 동료 학생들에게 용기와 기운을 붇돋아주기 위해 프리허그를 해주고 있다.
 13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교정에서 학생들이 동료 학생들에게 용기와 기운을 붇돋아주기 위해 프리허그를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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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교정에서 한 학생이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자보를 읽고 있다.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교정에서 한 학생이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자보를 읽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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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도서관에 '징벌적 등록금제' 등과 관련해 서남표 총장에게 보내는 질문과 건의사항이 적힌 대자보가 붙여있다.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도서관에 '징벌적 등록금제' 등과 관련해 서남표 총장에게 보내는 질문과 건의사항이 적힌 대자보가 붙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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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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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 잔디밭에서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13일 오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행정관 앞 잔디밭에서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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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KAIST 비상학생총회, #카이스트 비상학생총회, #카이스트, #KAIST, #비상학생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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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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