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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방사능 때문에 불안하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 거짓말만 하고 있다. 농림부가 채소류 품목 40건을 수거해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제주 상추, 통영 시금치, 남해 시금치에서 미량의 세슘과 요오드가 나왔다.

삼치와 고등어 등 국내에서 잡힌 어류 8종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지 하루만이다. 오늘은 또 어떤 것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올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상추와 시금치는 먹어도 될까? 생선은 또 어떨까? 우리 아이가 먹는 우유는 과연 안전할까?

국민들의 불안은 정부의 거듭된 거짓말 때문에 끝없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에 채소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지난 7일 내린 '방사능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일 기상청은 "7일부터 8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올 것"이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은 태평양 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또 정부는 "원전 사고가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일본 후쿠시마 상공의 공기가 7일 내린 비 등으로 인해 직접 우리 나라로 유입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김무성 한나라당 대표가 나사서 방사성 비가 걱정돼 휴교령을 내린 진보 성향의 교육감 등을 '불안을 조성하는 불순세력'으로 몰아세웠다. 그런데 우려했던 방사성 비가 내렸고 우리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채소인 시금치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체르노빌 사고 후 인근 어린이 갑상선암 발생률 10배 높아

원전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에서 기형어린이 출생률이 줄지 않고 있다.
 원전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에서 기형어린이 출생률이 줄지 않고 있다.
ⓒ Chernobyl Children Lif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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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정부였다면 국내외 기상 전문가들이 '방사성 비'를 우려했을 때 불순세력 운운하지 않고 방사성 낙진에 대한 대응책을 세웠을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유럽 각국은 당시 출하 예정이었던 채소류와 우유제품을 전면 폐기했다.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까지 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한국에도 방사성 낙진이 떨어진 것이다.

참여연대가 200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14년째인 2001년 인근지역 어린이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우크라이나 공화국 전체 발생률의 10배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공화국 보건부의 발표에 따른 것인데, 실제 체르노빌 인근 지역에서의 갑상선암은 지난 1981년~1986년 기간 동안 단 한 건도 없었으나, 1986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1400건이나 등록됐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피해받은 어린이 인구만 126만 명에 달한다. 고준위의 방사선 오염으로 인해 인체의 신경계와 혈액, 호흡기 계통의 질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왜 정부는 안전조치보다 국민 속이기에 바쁜가

정상적인 정부라면, 당연히 방사성 물질이 채소류에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채소류 출하전에 방사성 물질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 국민의 불안을 덜어줬어야 했다. 그랬다면 국민들이 전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채소류에 대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적어도 하우스 재배를 통한 채소류까지 기피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던 정부 덕분에 결국 하우스 재배 채소류를 포함한 모든 채소류에 대한 불신이 불가피해졌다. 당분간 야채가게를 찾는 손님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국민들의 불안을 증폭시켰고, 결국 채소재배 농가들까지 피해를 입게 되었다.

더욱이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우리가 즐겨먹는 고등어와 삼치, 그리고 시금치와 상추 등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오고 있다. 왜 정부는 안전조치를 하기보다 국민들을 속이기에 급급해 하고 있을까?

아마도 국내 원전에 대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줄여보자는 얄팍한 계산이었을 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보다 원전의 미래가 더 걱정됐을 수도 있다. 원전의 안전신화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안전을 돌보는 것조차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되는 대목이다.

이는 일본 정부와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도 똑같은 모습이다. 현재 일본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등급을 최악의 상태인 7등급으로 격상했다. 그럼에도 초기에 일본 관방장관은 채소를 먹는 이벤트를 해가면서 원전 사고 규모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우리 아이에게 시금치와 우유를 먹여도 좋을까

고리 원전 3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고리 원전 3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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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어찌해야 할까? 오늘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들에게 시금치와 우유를 먹여도 좋을까? 정말 답답하다. 농식품부 유정복 장관은 "시금치를 매일 50g씩 60년을 먹는다면 흉부 엑스레이 1회 촬영 시 노출되는 방사선량과 유사한 정도로 극미량"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매일 같이 시금치를 60년 동안 먹어도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과연 믿어도 좋을까? 시금치와 상추, 고등어를 한꺼번에 먹으면 어떻게 될까? 공기중에서 흡입되는 방사선까지 합치면 안전성은 얼마로 줄어들까? 속 시원한 답이 없다.

물론 정부 당국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국민 불안과 불신이 정부의 잘못된 정보 전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불안을 줄이려면 정부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때에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원자력(핵) 마피아들의 입을 빌려 안전성을 말하지 말고 제대로 정밀 조사를 거쳐 현재 진행형인 원전 방사성 물질의 안전성 여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신뢰할 수 있고 국민들 불안도 줄어들 것이다.

일본의 지진사고로 전 세계가 방사성 물질 공포에 떨고 있다. 이제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분명해졌다. 더 이상 원전의 안전신화를 고집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필요하면 당장에라도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부터 폐쇄하는 과감한 결단을 보여줄 때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아침 뉴스에서 고리원전 사고 발생소식이 날아들지 않았는가.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승국씨는 시민운동가 (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입니다.



태그:#방사능 공포, #방사능 비, #일본 원전 폭발, #최승국,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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