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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설악산 아래 자리한 신흥사 방향으로 들어가는 설악동 20-5에는, 오래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설악동 소나무'라고 부르는 이 소나무의 수령은 약 500년이 훨씬 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에서는 이 나무가 마을을 지켜주고, 길을 나선 행인의 여정을 돕는 '서낭나무'라고 한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351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이 설악동 소나무는, 높이 16.5m에 가슴높이의 둘레는 4.3m 정도이다. 나무는 밑동의 둘레가 6m 가까이 되며, 여기저기 외과수술을 한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가지는 생육이 좋아 동서로 16m 정도에, 남북으로 19m 정도가 퍼져 있다.

 

 

500년 세월을 한 자리를 지키다

 

나무가 오래 묵으면 전설 몇 개 정도는 전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고목(古木)이나 거목(巨木) 등에 얽힌 전설만 모아도, 책 몇 권은 어렵지 않게 꾸밀 수가 있을 정도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으면 전국에 있는 수많은 보호수로 지정이 되어있는 나무들을 찾아, 그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가 오래이다.

 

설악동 소나무는 지상 2.5m 부근에서 나무줄기가 3가지로 갈라졌으나, 분지한 큰 가지 2가지는 고사했다. 가운데 줄기만이 자라 위로 오르면서, 지상 8m 부근에서 크게 2개의 가지로 갈라져있다. 나무의 수령은 500년이 훨씬 넘었다고 추정을 하고 있으나, 마을에서 오래 사신 분들의 말로는 천년이 되었다고도 할 정도이다. 그만큼 오래 묵었다는 것이다. 

 

 

나무 밑에 돌을 쌓으면 장수한다

 

나무의 밑동에 돌을 쌓으면 오래 산다는 전설이 있어서인지 나무 밑동 근처에는 돌이 많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쌓아놓았다던 돌은 찾아볼 수가 없다. 설악동에 관광단지가 조성되면서, 주변 정리를 했기 때문이다. 혹 소나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하여, 주변에 오래 정착하신 분들을 찾아보았으나 쉽지가 않다.

 

마을에서는 이 소나무를 '서낭나무' 혹은 '서낭댕이나무'라고 부른다. '서낭댕이나무'란 이 나무가 길을 떠난 나그네의 여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면서 나무아래에 돌을 쌓고, 먼 길을 걸어야 할 테니 위험이 없도록 도와 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의 소원을 잘 들어 주었을 것만 같다.

 

4월 10일, 바람이 세차게 분다. 속초 등 동해안지역은 겨울은 따듯한 편이지만, 3~4월에는 시찬 바람이 분다. 불어오는 바람에 가지를 맡겨놓은 채, 그저 무관심한 듯 흔들리고 있는 소나무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500년이 뭐여, 천년은 되었을 걸'

 

이 소나무가 서 있는 곳에서 신흥사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보면, 좌측에 보물 제443호인 '향성사지 삼층석탑'이 한 기 서 있다. 향성사는 현 신흥사의 전신으로, 신라고승 자장이 진덕여왕 6년인 652년에 창건을 하였다고 <신흥사사적>에 전해지고 있다. 혹 이 소나무와 향성사와 관계는 없는 것일까?

 

 

주변에서 오래 장사를 하신 분들의 말로는 "500년이 훨씬 지났다" 혹은 "천년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저 소나무 얼마나 살았느냐고?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 한 분이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이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한 자리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낭나무는 노정의 안녕을 위한 나무이다. 그런데 나무 밑에 돌을 쌓으면 장수를 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 소나무의 수령이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나무의 밑동 부근은 뿌리가 땅 위로 솟아나기도 했다. 위로 오르면서 잘라낸 가지에 수술을 한 흔적이 오랜 세월을 갖은 풍상을 이겨냈음을 말한다. 중간에서 두 가지로 갈라져 뻗은 나무는 여기저기 잔가지를 잘라낸 흔적도 있다. 멀리서 바라보아도 식별이 될 만한 모습이다. 오랜 세월을 그렇게 한 자리에서 버텨 온 설악동 소나무. 나무를 올려다보면서 자연의 순리를 깨닫는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좋고,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는.


태그:#설악동 소나무, #천연기념물 지351호, #속초, #서낭나무,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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