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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의 A고등학교와 B 중학교 숙직실에 설치되어 있는 지문인식기. 일부 교사들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설치를 반대하고 있지만 대구시내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지문인식기를 설치했거나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대구시 북구의 A고등학교와 B 중학교 숙직실에 설치되어 있는 지문인식기. 일부 교사들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설치를 반대하고 있지만 대구시내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지문인식기를 설치했거나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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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교육감 우동기)이 초과근무수당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각급 학교에 지문인식기 도입을 권장하고 나서자 교직원 단체와 일부 교사들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월과 3월에 '반부패 청렴대책 수립계획, 청렴도 향상 의지 평가 추진 계획'이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배포하면서 '시간외근무 확인용 지문인식기 도입'을 추가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문인식기를 도입한 학교에 대해 청렴도평가 항목에서 2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구시내 소재 각 학교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학교장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지문인식기가 도입되고 있는데 학교장 독단적으로 인식기를 설치하거나 교사들을 상대로 강제적으로 지문을 등록하도록 하고 지문을 등록하지 않으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하기도 해 교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대구 북구 A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느날 갑자기 교무회의에서 교장이 지문인식기를 설치하겠다고 말해 의아했다"며 "'사용해도 되고 안해도 되니 설치에 동의해달라'고 해 반발하는 교사들이 적었지만 지문을 등록한 교사는 소수"라고 말했다.

같은 날 만난 B중학교의 한 교사는 "공식적인 논의절차도 없이 교장이 메신저를 통해 지문을 등록하라고 해서 이의를 제기하자 의무사항이 아니니 할 사람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대구교육청 초과근무수당 지급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후 이행감사에서 교육지원청 감사담당 부서 직원들이 해당 학교 부장교사들에게 지문등록을 강요해 교사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반발하기도 했다.

전교조 "지문등록 강제해선 안 돼"... 교육청 "예산절감, 시간절약 도움"

대구시내 한 중학교의 수기로 작성된 초과근무확인대장. 사후 승인받거나 나이스에 등재되지 않아 '지급불가'라고 적어놓은 것도 있다.
 대구시내 한 중학교의 수기로 작성된 초과근무확인대장. 사후 승인받거나 나이스에 등재되지 않아 '지급불가'라고 적어놓은 것도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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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교조 대구지부(지회장 전형권)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지문인식기 도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초과근무의 부조리는 관리감독이 허술하여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관리자의 지시나 묵인 하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담합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부는 이어 "초과근무의 투명성 확보 여부는 온정주의와 관행적 폐습의 존폐에 달려있다"며 올바르게 관리감독을 하고 허위 근무사실이 발생할 경우 엄중조치를 함으로써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부는 "정보인권, 특히 생체정보는 개인동의 이상의 엄격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의 판단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운영지침도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전산화하는 것은 안 된다"며 대구시교육청의 행태를 규탄하고 지문등록을 강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간외 근무수당이 허위로 집행되는 사례가 많이 드러나 지문인식기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며 "예산절감과 교사들의 잡무를 덜어주어 시간절약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등록된 지문 정보나 파일이 외부에 누출되어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6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교육청은 6일 "본청 개인정보 관리부서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하여 지문인식기 관리 요령(지침) 등의 예시(안)를 만들어 현장을 지원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만들지도 않은 예시안을 만들었다고 거짓말" 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전교조 대구지부 조정아 부지부장은 대구시교육청의 보도자료 내용을 비판하며 "대구시교육청의 행태는 전교조의 지적에 대한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며 "지문인식기 도입에 대해 가점을 주는 평가항목을 즉시 삭제하고 지문인식기 설치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감사담당관)는 "5일 해당부서에 지문인식기 관리 요령 등의 예시안을 만들어 학교에 지원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태그:#지문인식기, #초과근무, #대구시교육청, #전교조 대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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