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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담근 옛날고추장을 작은 단지에 담아 아파트 발코니의 화분대에 올려놓고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오늘 담근 고추장은 금방 먹을 수도 있지만,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바람 좀 쏘이면서 한 달 정도 잘 키우면(숙성시키면)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직접 만들어 본 옛날고추장
▲ 옛날고추장 직접 만들어 본 옛날고추장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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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무슨 장(醬)을 담그느냐고요. 제가 뭔 재주로 혼자서 옛날고추장을 만들겠습니까? 요즘 경기도 여주군의 풀목산농원이라는 곳에서 진행되는 '전통장담그기 체험교육'에서 함께 배우는 분들과 같이 배워서 만든 것을 작은 단지에 분양(?)받아 온 것입니다.

참가자가 모두 여성들인데 오늘은 그래도 5살짜리 '도완'이와 쑥스러움이 많아 통성명도 못한 도완이보다 어린 남자아이까지 세 명의 남성(?)이 참석했지요. 오늘 우리가 만든 고추장은 '찹쌀고추장' 입니다.

참! 실습에 앞서 이론 교육이 있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에서 초대 연구소장을 하다 전통장류를 만들고자 경기도 여주에 와서 장(醬)을 담그기 시작한 지 20년째가 되는 풀목산농원의 최광순 대표님은 효모․효소의 발생과 숙성과정을 재미있는 입담으로 풀어주셔서 즐겁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풀목산농원 최광순 대표의 교육
▲ 발효 이론교육 풀목산농원 최광순 대표의 교육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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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작업장으로 움직여 '찹쌀고추장'을 담글 차례입니다. 풀목산농원의 안주인 오순복님이 권하는 고추장 배합비는 찹쌀 25%, 고춧가루 18%, 조청 9.5%, 엿기름 8%, 천일염 6.5%, 고추장메주 6%, 꿀 1%, 좋은 물 26%라네요.

오순복님의 말에 따르면 꼭 이대로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우리 전통 고추장을 만드는 일반적인 배합의 예시일 뿐 "맛있는 고추장은 좋은 재료와 정성을 쏟는 것이 가장 좋은 비법"이라고 합니다.

우선 고춧가루는 무조건 붉은색이 강한 것보다는 '선홍색'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쌀도 물론 국산의 좋은 쌀과 한두 해 묵혀 간수가 없는 천일염과 국산 콩으로 만든 메주를 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랍니다. 신토불이!

재료를 주걱을 이용해 비비는 참가자들
▲ 고추장만들기 재료를 주걱을 이용해 비비는 참가자들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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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시간에는 고추장에 쓸 메주와 찹쌀떡․엿기름물 만들기 과정은 생략했습니다. 오순복님이 미리 준비해 주셨는데, 찹쌀떡(인절미)․엿기름물을 만들고 찹쌀떡(인절미)과 엿기름물을 섞어 잘 저어서 전분질을 당화과정까지만 6시간 이상이 걸리는 관계로 미리 준비하셨다고 하네요.

우선 추석 전에 말려놓은 메주를 가장 작은 조각으로 쪼개어 절구에 조금씩 넣고 찧어 햇볕에 말렸다가 (방앗간에서)곱게 갈아 체에 친 다음 햇볕에서 2~3일 동안 바람에 쐬어 냄새를 없앤 메주가루를 부었습니다.

그 위에 햇볕에 말린 태양초를 꼭지를 따고 씨를 뺀 다음 깨끗한 보자기에 널어 말려서 곱게 빻은 선홍색의 고춧가루를 넣고, 5년이 된 천일염과 꿀과 올리고당을 넣었습니다. 오래된 천일염은 염도가 낮기 때문에 배합비보다 더 넣어야 한다고 하네요.

자 이젠 비벼야 할 시간입니다. 모두가 한 번씩 번갈아가며 뭉친 것이 없도록 골고루 비볐습니다. 그리고 풀목산농원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작은 단지에 하나씩 담았습니다. 우리 참가자들 모두가 하나씩 나눠가졌지만, 사실은 '숙제'랍니다.

고추장을 작은 단지에 담는 안도완(5세)어린이
▲ 고추장 담기 고추장을 작은 단지에 담는 안도완(5세)어린이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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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잘드는 곳에 단지를 놓고 바람도 쐬어주어야 맛있는 옛날고추장이 된다고 하니 세상에 그냥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웁니다.

사실 이번 교육체험프로그램은 지난 달 26일부터 시작한 '전통장류 담그기 과정 교육프로그램'의 두 번째 교육으로 오는 11월 30일까지 총 여섯 번 동안 이론과 실습을 통해 전통장 담그기 실습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35명의 학부모와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의 첫 수업에서는 잘 뜬 메주를 골라 스스로 장을 담글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미리 만들어진 메주를 잘 선별하여 된장을 담그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풀목산농원 최광순 대표는 "30명을 기준으로 올바른 식문화 확산을 유도할 수 있는 학부모와 체험학습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을 모집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35분이 신청하는 바람에 비용문제에도 불구하고 모두 수용했다"고 밝혀 전통장류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참가자들은 장 가르기, 매실청 담그기와 메주 만들기 등의 과정과 함께 전통식문화에 대한 이해 등 전통장류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울 예정입니다.

참가자들은 '직접 만든 장을 가족과 함께 먹을 생각에 교육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입을 모읍니다. 여주읍에 사는 봉순이님의 말처럼 "최 원장님이 김치만들기보다 쉽다고 하셨는데 직접 해보니 어렵지 않다"며 "평상시 슈퍼에서 사먹던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고 합니다.

이번'전통장류 담그기 과정 교육프로그램'은 농업인재개발원이 주최하고 (사)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주관으로 전국의 4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식생활 개선과 전통식에 대한 이해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여주군에서는 풀목산농원이 지정받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교육의 참가 경험을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함께 나누면서 앞으로 계속 이어질 우리 전통식문화에 대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길 기대해 봅니다.

여주군 풀목산농원에서 익어가는 장류
▲ 장독대 여주군 풀목산농원에서 익어가는 장류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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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목산농원의 비법은?

1. 고추장 메주의 제조는 (1-1)'증자' 국산 콩을 충분히 물에 불린다. 찹쌀을 씻어서 불린 후 거칠게 빻은 다음 콩3:찹쌀2의 비율로 섞은 다음 가마솥에 섶을 놓고 모시보자기에 위의 혼합물을 넣고 쪄낸다.

(1-2)'성형' (1-1)의 증자물을 꺼내어 어느 정도 식은 다음 주먹크기로 빚고 가운데에 구멍을 내어 도넛 모양으로 성형하고, (1-3)'건조' 성형된 고추장 메주는 표면이 마르도록 건조한 후 볏짚에 꿰어 매달아 약 1개월간 발효시킨다.

2. 찹쌀떡 만들기 : 찹쌀을 씻고 불린 다음 거칠게 빻아서 가마솥에서 3시간가량 찌면 인절미(찹쌀떡)가 된다.

3. 엿기름물 만들기: 엿기름가루를 삼베 보자기에 넣고 60℃이내의 뜨거운 물로 풀어낸다. 이때 가하는 물의 양은 배합을 감안하여 정량을 사용하여야 한다. 물의 양은 추후 고추장의 물기나 염도에 큰 영양을 미치게 되므로 유의하여야 한다.

4. 당화: 인절미에 엿기름물을 잘 저어서 전분질을 당화시킨다. 이 과정은 엿기름이 가지고 있는 당화효소에 의하여 전분이라는 고분자 화합물이 저분자의 포도당이나 맥아당으로 분해되는 생화학반응이다. 효소는 50∼60℃에서 최적이 되므로 보온밥통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수시로 저어주어 반응을 촉진시키면 좋다.

5. 고추장 담그기 : 고추장 담그기는 위의 액상 당화물에다 고춧가루와 소금, 기타 조청이나 물엿 등 천연감미료를 가하여 혼합시키는 것이다. 매우 힘이 드는 작업이므로 산업용 믹서나 민치기를 사용하여 떡 덩어리를 잘게 부수어 나중에 숙성과정에서 완전히 당화되도록 함이 좋다. 이 덩어리가 계속적으로 발효되면 고추장이 끓어 넘게 되어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6. 발효 : 양지바른 장독대에서 6개월 이상 발효시키면 좋은 찹쌀고추장이 된다.


태그:#여주군, #고추장, #된장, #풀목산,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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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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