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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크든 작든,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든 적든, 누구나 가질 수 있고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꿈입니다. 비록 지금의 세상이 어지럽다고 하지만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그러기에 세상은 여전히 돌아갑니다.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열심히 일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꿈이 모두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세상만사는 그렇지 않죠.

어떤 이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 다른 이의 꿈이 무너져야 합니다. 다른 이의 꿈을 무너뜨려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꿈을 이뤄준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고 그 속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꿈을 이룬 이들의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지지만 그 뒤에는 꿈을 펼치지 못하고 무너진 이들의 눈물이 숨겨져 있습니다.

물론 그 슬픔이 우승자의 잘못은 아니지요. 하지만 서바이벌의 세계가 무서운 이유는 누군가의 꿈을 무너뜨려야 살아남는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이란 어떻게 보면 남의 꿈을 무너뜨리려는 노력이리고 볼 수 있죠.

남의 꿈을 꺾고 심지어 남의 꿈을 빼앗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고 그에 따라 명성도, 인기도, 권력도 얻게 되니까요. 아니, 지금은 그것보다 자신의 안정된 '자리'가 더 우선적으로 생기게 되니까요.

정준하와 심동섭, 꿈을 이루기 위한 승부

지난 주말 MBC <무한도전>은 '타인의 삶 2편'을 방영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일반 시청자가 하루 동안 서로의 캐릭터를 바꿔서 살아본다는 내용인데요, 이날은 <무한도전>의 정준하와 그의 친구이기도 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이숭용 선수가 하루 동안 역할을 바꾸었습니다. 정준하는 한때 꿈꾸었던 프로야구 선수가 됐고 이숭용 선수도 한때 꿈꾸었던 연예인이 된 거죠.

그날 프로에서 제가 유심히 본 것은 정준하가 속한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연습경기 모습이었습니다. 과연 정준하가 비록 연습경기이긴 하지만 프로 선수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나 저제나 출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속에 김시진 감독은 드디어 대타로 정준하를 내보냅니다. 정준하는 꿈에도 그리던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 타석에 들어섭니다.

<무한도전>에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룬 정준하
 <무한도전>에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이룬 정준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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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하를 상대하는 KIA 투수는 좌완 심동섭 선수였습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10년 1순위로 지명되어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1군 무대에서 그렇게 빛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출전 경기가 5경기 밖에 되지 않은, 그렇기에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유망주죠.

그에게도 분명 꿈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나 오를 수 없는 1군 무대에 멋지게 올라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꿈. 팀 선배인 윤석민이나 양현종처럼 KIA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꿈. 이 꿈을 이루려면 연습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둘은 그렇게 자신의 꿈의 무대인 마운드와 타석에 섰습니다. 이제 그들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사실 그 상황에서 정준하가 홈런 혹은 안타를 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혹은 '방송이니까' 투수가 일부러 치기 좋은 공을 던지고 정준하가 안타 혹은 홈런을 치는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연습경기니까 충분히 그런 상황도 가능했겠죠. 그러나 <무한도전>은 감동을 꾸미려 하지 않았습니다.

패자는 없다, 모두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정준하는 타석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물론 연예인 야구단 '한(恨)'에서 주전으로 뛴 경력이 있긴 하지만 실력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프로무대는 차원이 다른 곳입니다. 어렵게 선 타석, 어쩌면 평생 다시 설 수 없는 프로야구의 타석. 그는 허무하게 타석을 나가기 싫었을 것입니다.

심동섭 선수. 1군 기록이 거의 없었습니다. 만약 연습경기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1군의 꿈은 어쩌면 다시 1년 뒤로 미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비록 상대타자가 프로 경험이 전무한 정준하라도 말입니다. 그에게 1구 1구는 1군을 향한 꿈이자 희망입니다. 결코 그에게 장타를 줄 수 없습니다.

정준하 선수가 볼 2개를 연거푸 골라냅니다. 투 볼 낫싱. 정준하의 선구안에 선수들이 놀랍니다. 그리고 이내 볼카운트는 투 쓰리 풀카운트. 공 하나에 희비가 바뀔 수 있는 상황. 정준하는 심동섭의 공을 두 번이나 커트하며 파울을 만듭니다.

싱겁게 끝날 줄 알았던 승부가 의외로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둘 다 호적수를 만났습니다. 심동섭의 투구, 정준하는 노립니다. 그러나 배트는 공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만 갈랐습니다. 헛스윙 삼진 아웃. 그렇게 정준하의 프로 무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패자는 없었습니다. 정준하는 프로 선수가 될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고 심동섭은 1군 엔트리를 향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기엔 상대의 꿈을 꺾어야 한다는 긴장이 없었습니다. 두 남자의 '꿈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냉정한 경쟁, 그래도 세상이 따뜻한 이유는...

승부의 세계는 누가 뭐래도 냉정합니다. 지난해 초 역시 <무한도전>을 통해 방영된 최현미 선수와 쓰바사 선수의 여자복싱 경기를 생각해 보세요. 두 선수 모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챔피언을 지키려는, 챔피언을 따내려는 꿈 하나만으로 어려움을 버틴 선수들이었습니다.

물론 승부는 둘 중 하나의 꿈이 꺾여야 끝이 나지만 방송에서 선수들이 시청자에게 보여준 것은 상대의 꿈을 꺾으려는 발악이 아니라 서로 다르지만 간절함은 똑같은 두 선수의 처절한 '꿈의 대화'였습니다.

남의 꿈을 꺾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사회, 그 속에서 비록 작은 조각이지만 서로의 꿈이 존중 받고 서로의 꿈을 존중하며 자기의 꿈을 이루어내려는 모습이 지금도 남아 있기에 세상은 계속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당사자는 느끼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정준하 선수와 심동섭 선수의 '꿈의 대화'는 한동안 못 잊혀질 것 같습니다. 꿈을 가진 모든 이들이 함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 자주 보여졌으면 합니다. 그러다 보니 노래 한 소절 떠오릅니다.

'외로움도 없어라 우리들의 꿈 속에/서러움도 없어라 너와 나의 눈빛에/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 함께 나누자/너와 나만의 꿈의 대화를' (이범용, 한명훈 <꿈의 대화>)


태그:#무한도전, #정준하, #심동섭,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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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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