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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화, 탈시설화를 주제로 포럼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는 김정진 대표
▲ 한국정신장애연대 김정진 대표 탈원화, 탈시설화를 주제로 포럼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는 김정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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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강상경 교수는 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맞은 편 이룸센터 2층 강의실에서 열린 2011년 한국정신장애연대 (KAMI) 포럼에서 "정신장애인의 탈시설 및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차별"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한국의 정신장애인 상황 및 복지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몇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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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신보건 역사를 간단하게 나누어보면, 1980년 이전의 사회적 무관심기, 1980-1995의 입원요양 위주 접기(정신질환에 대한 입원치료적 개입), 그리고 1995년 이후 정착기(지역사회 정신보건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1995년 이후 지역사회 정신보건이 시작된 계기는 세계조류의 변화를 따른 측면이 많고, 당시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이 군부독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이행하고, WHO 가입국임에도 정신보건의 영역에서만 보면 (정신장애인을 대하는 법적, 제도적 영역) 인권탄압국가로 평가되는 시기였기에, 당시 문민정부로서는 위와 같은 상황을 안고 가기가 부담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지역사회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탈원화, 탈시설화를 주요 요점으로 하는 정신보건법이 제정되고, 변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그 제도를 뒷받침할 인력, 전달체계 등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변화의 시점은 국제적, 정치적 영향으로 시작되어 구조를 정비하지 못했다.

또한 우리나라 정신보건 체계의 재원구조를 주요 쟁점으로 제기했다. 주요 문제로는 의료급여 및 의료보험은 의료서비스에 한해서 지원된다는 점이다. 같은 질병이라도 병원에 가면 의료보험의 적용으로 자부담이 줄어들지만, 지역사회로 나오면 모두 자부담(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권 논의는 별도)이 되어 정신장애인 혹은 그 가족들의 부담이 증가되고, 결국 정신장애인들은 어쩔수 없이 병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구조의 문제도 제기했다.

2006년 정신질환 실태 조사 역학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 1년 유병률은 18세 이상 64세 이하 인구의 약 12.9%인 412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신보건기관, 시설현황(2009년 12월 말 현재)을 보면 정신보건센터 156곳, 사회복귀시설 211곳, 알코올 상담센터 34곳, 정신의료기관 1236 곳, 정신요양시설 59 곳으로 기관 수만 비교하더라도 정신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한정되어 있다.

더욱 큰 문제점은 정신보건법의 제정과 함께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일반방침이 탈원화, 탈시설화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재활하는 것을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정신병상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거의 유일한 현상으로 2009년 발행된 정신보건 지원단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2000년 의료기관(4만3885) + 정신요양시설(1만4135) = 5만8020이던 병상수가 2009년에는 정신의료기관(7만2378) + 정신요양시설(1만4325) = 8만6703 으로 49.4%나 증가한 것이다.

이는 해당 기관별 인력분포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의 인력이 1만4156명, 정신요양시설이 1127명인데 비해 정신보건센터 1062명, 사회복귀시설 672명, 알코올상담센터 122명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강교수는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각 방안은 1안이 가장 좋으나 안 되면 2안, 그것도 안 되면 3안의 방법이라도 실시하여 현재의 정신장애인 복지차별을 해소하고, 탈원화, 탈시설화 목표를 이루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1. 의료보험과 의료급여를 통한 지역사회 장애인 서비스 보장
2.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나 장애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같은 독립적 공공재원 체계
3. 정신장애인 장기요양보장제도 형성
4.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의 일환으로 정신장애인 서비스 지원등 기존 제도에 편승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장화순 한국정신보건요원협회 협회장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장화순 한국정신보건요원협회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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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주제토론에서 한국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 장화순 협회장은 현재 정신질환자의 82.5%가 강제입원이며, 자의입원은 17.5%에 불과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자의입원 17.5% 의 환자들 중에서도 따로 갈 곳이 없거나, 6개월 장기입원 후 심사평가에서 가족들의 설득에 자의입원으로 다시 입원하는 경우가 포함되어 있기에 진정한 자의입원 환자비율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입원시 입/퇴원 과정에 대한 정보를 당사자가 제공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51%가 전혀 설명을 듣지 못하였고, 정보를 받은 경우도 24% 정도만이 서면이나 구두로 자세히 설명받았으며, 입원과 동시에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식과 언어로 된 권리를 고지받지 못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복지법에 의해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
▲ 권요용 변호사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복지법에 의해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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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과 정신보건법에 의한 정신장애인의 사회복지차별"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주제토론에 나선 권오용 변호사는 2009년 정신과 진료비는 1조7102억 원으로 2007년도 1조3691억 원에 비해 2년 사이에 3411억 원이나 증가했고, 그 중 입원진료비가 65%를 차지하고 있는데, 입원환자수는 비슷한데 3411억 원이 증가한 만큼 입원환자들에 대한 서비스나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은 2001년도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험료지출통계 중 22%가 입원진료비용이었던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신과 의료비보험급여의 65%가 입원진료비인 것만 비교해봐도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상황은 탈원화라는 정책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의 2008년 평균 재원기간은 628일로 이미 25년 전인 1986년도 미국의 정신질환자 평균 재원기간 15일과 비교해도 정신질환자의 탈원화에 있어서는 미국, 영국, 그 외 다수의 유럽국가들과 비교하여 30년이상 뒤처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족의 동의에 의한 강제입원율이 90%에 가깝고 보호할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퇴원을 거부하면 계속 입원을 할 수밖에 없다. (2009년도 국가인권 국가보고서, 2008년도 총 입원 또는 입소환자 72,214명 중 자의입원 환자는 13, 비자의 입원환자는 87%, 보건복지부관계자는 '90%' 가깝다는 말을 싫어하여 '87%'라고 강조한다)

법적인 문제로는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의하면 정신질환이 있어 장애가 있는 정신장애인도 분명히 장애인으로서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아 장애인복지법상의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잇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정신장애인에 대하여는 장애인복지법 제34조 제1항 제2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장애이복지시설에서 주거편의, 상담, 치료, 훈련 등의 필요한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와 제3호(제59조에 따라 설치된 장애인복지시설에 위탁하여 그 시설에서 주거편의, 상담, 치료, 훈련 등의 필요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의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여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복지시설의 이용과 서비스제공에서 누락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인복지관의 이용과 장애인복지적인 각종 서비스로부터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2010년 보건복지부가 사회복귀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에 대해 수급방식을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던 일반수급에서 시설수급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개인 수급자에게 지급되던 40만 원의 생계급여를 13만 원은 시설에 지급하고 27만 원은 지급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는 자격을 갖춘 개인에게 돌아갈 사회복지상의 권리를 박탈한 제도라는 것이다.  '시설수급전환'은 탈원화를 강조하여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와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정신보건 사업의 취지를 역행할 뿐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병원입원률을 높여 오히려 예산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수급환자 1명당 병원에 지급해주는 금액은 월 최소 93만 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신장애인의 입,퇴원을 결정하는 정신보건 지원단, 정신보건심판위원회등의 기구를 의료계가 독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위 단체 구성의 70% 이상이 의사를 비롯한 의료계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치료중심의 현 제도를 바꿀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치료 중심의 제도에 머무르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권 변호사는 이용자(또는 소비자) 중심주의로 정책을 바꾸어 갈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 토론자로는 한국정신장애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석희님이 나섰다. 윤공동대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로 18세, 경기여고 3학년 때 발병하여 괴로운 병과의 싸움을 진행하며 30살 나이에 대학을 졸업했다고 밝혔다. 그 후 정신분열과 공황장애로 인해 몇 년을 피폐한 삶을 살다가  37살에 대학원에 진학하고 석사 학위를 받은 후 44세부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 약을 끊고 방황하던 것에서 벗어나  65세인 현재까지 33년간 약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먹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사회적 활동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윤 공동대표는 모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전하는 말을 마지막 말로 남겼다.

"모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제가 지역사회 속에서 부대끼고 직면하며 병을 극복하고 재활의 의지를 불살랐던 것처럼 일상적인 삶에 대한 기회를 잃지 않을 수 있고 저보다도 더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 병은 나이를 먹을 수록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윤 대표의 말은 포럼에 참가한 정신장애인의 부모(가족)들에게 희망을 던져주었으며, 누구보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청각장애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의 어머니로 전문가들로 부터 환자와 가족들은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고, 사회복지사, 의사, 전문가들의 인성교육을 강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조성금 패밀리링크 강사 청각장애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의 어머니로 전문가들로 부터 환자와 가족들은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고, 사회복지사, 의사, 전문가들의 인성교육을 강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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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토론이 끝나고 이어진 참가자들의 자유토론에서는 전문가들의 여러가지 토론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가족들의 이야기가 전달되었는데, 이른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등 정신장앤 전문가들로부터 가족과 당사자들이 받는 상처가 너무 많다며, 그들에 대한 인성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여 숙연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 예로 "내가 이 사람들을 만나는게 돈 때문이지. 그거 아니면 이렇게 만나지도 않아" 라는 발언을 직접 들었고, 그보다 더 심한 얘기도 많지만 차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412만으로 추정되는 정신장애인은 이제 더이상 병원에 감금되어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나와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신보건법의 제정과 함께 이미 이미 15년 전에 법은 정비되었다. 그 법을 수행할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 나서야할 때는 앞으로가 아닌 바로 지금이다.


태그:#한국정신장애연대, #까미, #지역사회, #탈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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