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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개월 일정의 남부아프리카를 여행 중이었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이 노매드어드벤쳐투어스 Nomad Adventure Tours의 개조된 트럭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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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2009년 1월 28일, 저희 일행은 아도엘리펀트국립공원Addo Elephant National Park에서 일박을 하고 만 하루 동안 게임드라이브(자동차를 타고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를 했습니다.

 

이 공원은 이름 그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턴케이프주Eastern Capepe의 항구도시 포트엘리자베스Port Elizabeth로부터 멀지않은 곳에서 코끼리를 비롯해 빅5(코끼리, 버펄로, 코뿔소, 사자, 표범)를 관찰할 수 있는 곳입니다.

 

몸길이가 최대 7.5m, 몸무게 6t, 이 아프리카코끼리는 현존하는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입니다.

 

이 동물을 바로 눈 앞에서 보면 신성하다는 느낌이 내 몸을 감쌉니다. 선한 그 눈빛과 마주하면 그 덩치와는 달리 순박함에 매료되고 지평선을 따라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면 태초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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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이 공원에는 또한 몸길이 16mm의 쇠똥구리가 특이종으로 존재합니다. 이 녀석은 동물의 똥을 둥글게 빚어서 그 속에 알을 놓지요.

 

이 공원에 들어가는 길목에 특이한 입간판이 서 있습니다.

"제발 코끼리의 신선한 똥을 밟지말아주세요!"

 

저는 차속에서 언뜻 스친 그 경고판의 사연이 궁금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랬습니다.

"The Flightless Dungbeetle has right of way.

Do not drive over elephant, rhino and buffalo dung. Dungbeetles lay their eggs in this dung and driving over dung may also result in Flightless Dungbeetles being killed.

 

날지 못하는 쇠똥구리가 이 길의 우선통행권이 있습니다.

코끼리, 코뿔소 그리고 물소의 똥을 밟고 운전하지 마세요. 쇠똥구리들이 이 똥속에 알을 놓습니다. 똥을 밟으면 날지 못하는 쇠똥구리가 알을 놓다가 밟혀죽을 수도 있어요."

 

 

이 문구는 읽고 저는 득오得悟하는 찰나를 경험했습니다.

 

저는 그 감동으로 그날 내내 가슴 설렜습니다.

 

첫째는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 코끼리와 엄지손가락보다도 작은 말똥구리가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코끼리가 풀잎을 먹고 똥을 누는 행위가 다른 어떤 종에게는 큰 보시인 것입니다. 쇠똥구리는 그 똥에서 자손을 키우고 똥을 자연으로 되돌립니다.

 

둘째는 자동차가 아니라 말똥구리에게 도로의 우선권을 주는 그 사람의 마음입니다.

도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마치 도로에 대한 절대 사용권을 확보한 것 같은 운전자의 마음이었던 제가 아니라 느리게, 한없이 느리게 걷는 그 미물, 쇠똥구리가 도로의 우선 사용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쇠똥구리가 도로에 있는 코끼리의 똥을 둥글게 뭉치고 물구나무서서 그것을 뒷발로 굴려서 도로의 횡단을 마칠 때까지 사람의 차량은 멈추어 서서 기다려야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타인에 의해 발견된 자신을 살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 '타인'은 모두 스승입니다"라는 블로그의 제 글에 저의 이웃인 이예은선생님께서 따뜻한 댓글을 다녔습니다.

 

"네 선생님,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 살아갑니다.

 

사람에게서 배우고 꽃에게서 배우고, 산에서 배우고, 물에서 배우고, 길고양이에게서 배우고, 개구리에게서 배우며……. 그래서 길고양이랑 개구리도 세상을 이루고, 산과 물도 세상을 이루고, 사람이랑 꽃도 세상을 이루고……. 우린 모두 그런 모두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저는 이런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눈물 나도록 감사합니다."

 

저는 이선생님의 시각에 황홀해져서 다시 말을 이엇지요.

"만약 이 지구에 사람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황폐할까요. 만약 그 사람이 나와 똑 같은 사람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지옥일까요.

 

꽃이 있어 고맙고, 산이 있고, 그 계곡으로 물이 흐르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예은선생님이 계시니 더욱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코끼리와 쇠똥구리, 아무 관계가 없는 듯 했던 그 둘과의 관계는 이렇듯 밀접하게 생명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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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아직' 내가 모르는 당신과 나, 정말 아무관계가 없을까요? 제가 당신을 알지 못하므로 당신에게 함부로 해도 될까요? 하물며 미물조차도 서로에게 생명을 온전히 의탁하는데…….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아도엘리펀트국립공원, #노매드어드벤쳐투어스, # 코끼리 , #쇠똥구리,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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